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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스페셜리스트 VS 제너럴리스트

발행 2022년 10월 13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김재환의 ‘명품의 탄생’

 

출처=샤넬

 

며칠 전 아끼는 후배가 백화점에는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지, 아니면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지 물었다. 너무 질문이 어려워 “스페셜리스트가 제너럴하게 일하는 것이 가장 좋지”라는 궁색한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고 나니 나는 어느 쪽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주니어 시절 건방지게도 백화점 바이어 중 내가 가장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고 자부하던 때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스페셜리스트일까? 아니다. 나는 전형적인 제너럴리스트이다. 단지 남들보다 럭셔리, 리테일, 패션 산업에 조금 더 관심이 있고, 조금 더 생각을 많이 할 뿐이다.

 

명품 중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는 브랜드는 무엇이 있을까. 샤넬은 ‘가브리엘 샤넬’ 누님의 일생이 담긴 브랜드라고 할 수 있다. 그녀가 생전에 쓰던 2.55백, 조향사인 ‘어네스트 보’에 의뢰해 만든 5개의 향수 중 5번째 병에 담긴 ‘샤넬 넘버 5’는 아직도 브랜드를 대표하는 상품이다.

 

샤넬은 넥타이를 제외한 남성상품을 만들지 않는다. 신(新)여성(가르손느)의 패션이라는 전문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샤넬은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만약 커머셜한 이유로 샤넬이 남성복에 손을 댄다면, 그것은 럭셔리 산업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반증이 될 것이다.

 

전통 주얼러를 자부하는 브랜드들이 매출 확대 때문에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 아이템이 시계이다. 그러나 시계를 본격적으로 출시하지 않은 브랜드가 있다. 포스텐(force 10)이라는 베스트이자 스테디셀러 브레이슬릿(팔찌)을 보유한 프레드(fred)이다. 물론 단 한 번 시계를 출시한 적은 있지만, 3년 만에 생산을 중단했다. 그나마도 기능적인 면보다는 심미적인 면에 초점을 두어, 시계라기보다 포스텐의 신상품이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시계를 출시하지 않는 전통 주얼러인 프레드도 스페셜리스트라고 할 수 있다.

 

시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퍼페추얼 캘린더, 트루비용, 스플릿 세컨드, 미니트 리피터라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컴플리케이션 워치’에 익숙할 것이다. 각 기능에 대한 설명은 논외로 하고 시계 브랜드라면 누구나 컴플리케이션 기능의 우수성을 자랑하며, 경쟁한다.

 

그러나 이러한 경쟁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디자인과 시계 본연의 기능에 충실한 스페셜리스트가 롤렉스다. 컴플리케이션 워치(테이토나, 요트마스터 2)를 가지고는 있지만, 앞에 거론한 것처럼 기능이 엄청나지도 않고 그 우수성을 마케팅하지도 않는다. 초기 디자인인 ‘오이스터’를 지속적으로 출시하며, 기본에 충실한 스페셜리스트의 면모를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캔버스 소재에 패턴 플레이’ 브랜드 하면, 제일 먼저 루이비통이 떠오른다. 하지만 루이비통은 의류뿐만 아니라 시계, 최근에는 파인 주얼리까지 출시하면서 스페셜리스트의 길을 포기한 듯 보인다.

 

이에 반해 고야드는 피혁 제품과 일부 액세서리 외에는 한눈팔지 않고, 적극적 카테고리 확장 없이 명품 반열에 올랐다. 고야드(goyard)의 Y자를 형상화한 쉐브론 패턴으로 어떤 카테고리의 제품을 출시해도 대박 날 것이 분명한데도 고야드는 전선을 넓히지 않고 아틀리에 이미지를 고수한다.

 

의미 있는 전문성을 고수하는 브랜드들을 짚어보자니, 스스로 스페셜리스트를 자부했던 젊은 시절이 떠올라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오늘 밤은 이불킥을 하며 잠이 들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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