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플랫폼 ‘발란’ 회생 신청…경쟁사들은 ‘선긋기’

발행 2025년 04월 07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머스트잇, 트렌비 정산 기일 앞당기고, 재정건전성 강조

3세대 플랫폼들, 운영 방식과 투명성 내세우며 차별화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국내 1위 명품 플랫폼 발란이 기업 회생을 신청함에 따라 업계가 출렁이고 있는 가운데 경쟁사들은 서둘러 ‘선 긋기’에 나섰다.

 

지난달 31일 기업 회생 절차 신청 직후 발란 최형록 대표는 “올해 1분기 내 계획한 투자 유치를 일부 진행했으나, 예상과 달리 추가 자금 확보가 지연돼 단기적인 유동성 경색에 빠졌다”고 해명했다.

 

현재 매각 주관사를 지정해 M&A를 추진, 채권을 변제하겠다고 밝혔지만 일각에서는 어떻게든 정상 영업을 유지해 M&A에 성공하려는 꼼수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명품 플랫폼 3강으로 꼽히는 머스트잇, 트렌비를 비롯 업계 전반에 걸쳐 입점사의 불안이 커지고, 신뢰가 무너졌다는 점이다. 발란의 입점사는 1,300여 개에 달하며 트렌비, 머스트잇도 약 1,000여 개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1세대 플랫폼사들은 셀러 이탈과 신뢰 확보를 위해 정산 방식을 바꾸는 등 수습책을 마련하고, 3세대 신생 명품 플랫폼사도 선제적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우선 머스트잇은 지난달 말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익일 정산 시스템을 실행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구매 확정일로부터 4~9 영업일 내 정산 정책을 이미 실행해 왔는데, 이번 사태로 기준을 더 강화한 것이다.

 

이 회사는 공지를 통해 “현재 상황을 고려해 2주간 신용 등급과 무관하게 구매 확정된 모든 주문 건에 대해 익일 선정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2024년 결산 재무제표 기준 유동자산은 110억 원, 유동부채 41억 원, 예수금 33억 원으로 보유 자산 대비 예수금(정산금) 비중이 크지 않다고 피력했다.

 

발빠르게 정산, 결제 방식 변경

 

트렌비도 4월 한 달간 선정산을 실시, 일정은 1차 선정산 4월 9일, 2차 선정산 4월 16일, 3차 선정산 4월 23일이다. 기존 2~3주 걸리는 정산 금액을 1~2주 내 지급, 파트너사들이 한시적으로나마 더 빠른 자금 회수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앞서 파트너사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례적으로 지난해 실적을 자진 공개했다. 트렌비에 따르면 당좌 자산 80억 원 중 파트너 정산 예정 부채 35억 원을 빼더라도 안전자산을 약 45억 원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 파트너 자산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거래액을 부풀리거나 무리하게 쿠폰을 발행해 현금 자산을 만드는 등의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도 강조했다. 중고와 해외 시장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낼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명품 플랫폼 시장에 이제 진입한 업체들도 이번 사태가 부담으로 작용, 다급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들 역시 발빠르게 정산과 결제 방식을 손질하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그중 네이버의 계열사인 명품 플랫폼 ‘시크(CHIC)’는 자사의 정산 시스템을 공개하고 파격적인 수수료 프로모션도 시작한다. 시크는 국내 최대 명품 커뮤니티 시크먼트(CHICMENT)와 한정판 거래 플랫폼 크림(KREAM)이 2022년 공동 설립한 명품 플랫폼이다.

 

네이버 ‘시크’, 파격 수수료 프로모션

 

시크는 2024년 9월 개정된 전자금융법에 따라 모든 판매 수익금을 PG사(결제대행사)의 별도 계좌로 관리, 플랫폼 자금과 철저히 분리된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 구매 확정일 기준 3영업일 이내 정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이는 통상 5일 이상 소요되는 업계 평균보다 빠르다는 설명이다. 수수료도 3%로 업계 평균 9% 대비 낮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발란 사태 후인 4월 한 달 동안 ‘파트너사 수수료 0원’ 프로모션도 진행중이다.

 

젠테는 일찍부터 기존 럭셔리 플랫폼과는 판매 방식부터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부티끄 소싱 즉 직매입 형태로 1차 도매상인 해외 유명 부티크와 계약하고 현지 매장에서 판매하는 제품을 중계 판매한다는 것. 지난달까지 공격적인 사업 투자를 공언, 외부 임원을 영입했지만 사태 직후 당분간 무리한 사세 확장 보다 자체 플랫폼의 내실과 매출 확대에만 주력한다고 입장을 선회했다. 홀세일 중심의 자체 브랜드 ‘블라인드리즌’ 육성, 뉴 럭셔리 등으로 차별화를 모색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엔데믹 기간 캐치패션, 디코드에 이어 발란까지 1~2세대 럭셔리 플랫폼들이 줄줄이 위기를 맞았다. 가장 매출이 큰 발란 사태 이후 투자, 셀러 유치는 사실상 어려워졌고 소비자들로부터 외면까지 받게 생겼다. 더불어 당분간 정산을 당기는 등 재정에 부담이 되는 무리수까지 더해지면서 생존한 플랫폼도 경영상의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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