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사진=게티이미지

패션과 뷰티 산업 투자에 관련한 칼럼을 5년째 써오고 있지만, 지난 3년은 필자 스스로도 의미 있는 투자를 전혀 하지 않았다.

소소한 지분 참여 의미의 투자를 하긴 했지만 엔젤투자를 통해 창업자들과 고민을 나누고 실패 확률을 낮춰가는, 그리고 서로에게 의미 있는 엑싯을 경험한 투자가 없었다는 의미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한 가지는 잔뜩 거품이 끼어 있었던 스타트업들의 기업가치였다. 아마도 이 칼럼에서 몇 번 언급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매월 가까운 시기에 고민하고 생각했던 내용을 칼럼으로 써왔기 때문이다. 투자를 요청하기 위해 찾아와 황당한 기업 가치를 제시하고 필자가 거절했던 경우가 제법 많았으니 당연한 것이긴 하다.

물론 좋은 시기에 한두 번 투자를 잘 받아 성장을 많이 한 곳도 있겠지만, 기업 입장에서 참 좋았던 시기에 기업 가치를 몇 배씩 올려가며 투자받았던 기업들 중 현재는 자금이 바닥 나 디밸류에이션(Devaluation)을 해가며 투자를 유치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시장 반응이 과거와 정반대가 되었다고 한다. 새로운 투자자는 당연히 큰 관심이 없고, 기존 투자자들마저 어떻게든 생존하라는 얘기만 할 뿐 더 이상 투자할 수 없다는 피드백을 준다고 한다.

무엇이 문제였는지 생각해볼 부분이다. 지금의 자금시장은 되는 것에 더 많이 쏠리고, 중간이 없는 시장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필자는 미술작품에도 투자를 많이 하고 있는데, 불과 작년 2분기까지도 들어 본 지 얼마 안 된 작가들이 전시회를 한번 할 때마다 전시작품 기준 가격을 올리기 바빴고, 조금 관심을 받는 원로작가들의 작품들은 희소가치와 글로벌 시장성을 얘기하며 몇 배씩 가격을 올리기도 했었다.

과연 그렇게 올렸던 작품가격이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지 궁금해 매월 진행되는 경매기록을 보고 있는데, 황당할 정도로 유찰이 넘치고, 대기 순번을 받아야 한다고 했던 신진 작가들의 전시회를 가보면 절반은 주인을 찾지 못한 채로 전시가 되고 있다.

작가나 갤러리 그리고 먼저 컬렉션 한 컬렉터(투자자)들 모두 작품의 가격이 오를수록 모두 이익이니 서로 가치 올리기에 열을 올렸을 것이다. 그리고 순진한 신규 투자자들은 그것을 믿고 계속해서 오른 가격에 매입했으니 지금쯤 많이 후회하고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얘기했지만 사실 필자가 엔젤 투자에 관심을 끊은 이유도 같은 것이다. 처음 들어보는 작가에 관계된 사람들 모두가 작품의 가격 올리기에 급급했던 것에서 시작된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필자가 기여할 만한 부분을 찾기가 어려웠다. 그동안 투자를 받고 싶다며 찾아 온 창업자 대부분은 듣는 척하지만 듣는 귀가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워낙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할만한 기업들을 찾아다녔고, 창업자들은 웬만한 초보 투자자들보다 금융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좋은 경험을 들어볼 기회가 워낙 많아지다 보니 자신이 기여할 부분이 보이더라도 과연 창업자가 그 부분을 잘 받아들이고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먼저 들었기에 예전 같은 투자 의지가 생기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8월 엑셀러레이터 등록을 시작으로 화장품 산업 내 기업 투자를 진행하려고 한다. 필자가 경영 중인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이 화장품 플랫폼으로 영역을 넓혀 왔고, 초기 창업가들과 긴밀히 논의하며 성장시킨 사례 등 이제는 기여할 부분이 많아진 것 같아 투자를 시작하려고 한다.

물론 투자시장이 좋지 않아 기업들의 가치가 많이 낮아진 것도 나의 기대수익을 높여줄 것이라 생각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