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성현의 ‘패션과 금융’

사진=게티이미지

지난 칼럼에서 현재 운영 중인 한국피부과학연구원(이하 한피연)을 통해 화장품 액셀러레이터(창업기획자)를 시작한다고 언급한 이후 많은 기업과 투자자들의 문의가 있었다. 주된 내용은 화장품 산업의 업황, 투자 대상 또는 풀, 전문인력 채용 계획 등에 관한 것이었다.

화장품 업종을 대상으로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기관이 전무하고, 과거 중국 소비 수혜를 크게 보던 시기를 제외하고는 기관이나 대기업 투자도 딱히 성과가 없는 상황에서 한피연과 같은 중소기업이 투자를 시작한다고 하니 진정성에 대한 사실 확인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엑셀러레이터를 결정하면서 투자 대상 기업은 이미 두 곳을 확정했다. 창업 시점부터 밀접하게 소통하며 회사와 창업자의 성장 과정을 지켜봐 온 곳들이다. 그들이 가진 경쟁력과 차별성을 너무 잘 알기에 그 부분을 더 강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확신으로 투자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투자 결정을 하면서 과연 전문투자자인 필자와 회사인 한피연이 화장품 임상 기관(인체 적용 시험 및 동물 대체 시험) 및 엑셀러레이터로서 어떤 경쟁력과 차별성을 가졌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 과정은 막연한 자신감에 기반한 자기 고평가의 실수를 줄이는 객관화의 시작이기 때문에 더 냉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다.

사실상 산업의 사이클을 보면 특정 기업의 성공이, 시기가 잘 맞아서 편하게 획득된 것인지, 아니면 엄청난 경쟁상황을 이겨내고 얻은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한국은 수익성이 좋다는 것이 알려지면 너도나도 뛰어드는 쏠림이 어떤 나라보다도 강해서, 산업의 싸이클을 참고하면 그 기업의 위치를 금세 파악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산업은 적은 수요와 한두 개의 소수 기업에 의해 시작된다. 이후 수많은 시행착오와 투자를 통해 그 작았던 수요가 서서히 커지면서 기업의 생산 효율이 상승하고 수익성이 극대화되는 시점이 온다.

그 수요가 과거의 중국 소비 또는 국산화와 같은 이벤트를 만나면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되는데, 이때는 앞서 초기부터 시작했던 기업들도 큰 이익을 내지만, 재빠르게 시장에 뛰어든, 특별한 능력이나 노력이 없었던 회사들도 ‘운’으로 수익을 얻게 된다. 이 과정에서 충분한 자금을 보유해 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알짜 기업들이 생겨난다.

그런데 수익이 많이 난다는 것을 확인한 기존 기업들과 신규 창업자들이 너도나도 시장에 뛰어들면 이야기가 다르게 흘러가게 된다. 급히 뛰어든 업체들이 경쟁력과 차별성을 어필하기보다, 가격 인하와 과도한 마케팅으로 소모적인 경쟁을 일으키고, 그것이 장기화되면 대부분 수익성이 급감하고 적자 누적이 이어진다.

누가 비용 통제와 효율 경영으로 오래 버텨, 다른 기업들이 사라질 때까지 생존하느냐가 마지막 단계에 온 것이다.

마지막 단계에서 비용의 효율화 외에 다른 방향성으로 차별화를 한 기업들은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가격경쟁으로 생존했다면 그 다음은 경영이 악화되는 수순을 밟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거론한 산업 주기를 보면 지금 나와 회사의 위치가 어디서 시작되어 어디쯤에 있는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은 과거의 흐름을 되짚어보며 파악하게 되는 것이지만, 그 흐름에서 경쟁력과 차별성을 찾았거나 만들어가는 과정에 있다면 사업의 영속과 성장을 이끌어가는 모멘텀을 찾은 것이다.

객관적 기준으로 스스로를 평가하고, 그에 맞는 경쟁력과 차별성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