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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억] 과거의 경험에 디지털 사고 더하기

발행 2023년 08월 28일

어패럴뉴스기자 , webmaster@apparelnews.co.kr

김동억의 ‘커머스 인사이드’ <1>

 

김동억 이커머스 디렉터

#1. 서울 강남구의 맛집 완전 정복이 목표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먹을 수 있는 끼니의 수는 정해져 있으므로 한 주 주말에 갈 수 있는 맛집이 6개라고 하고, 경기가 좋아서 맛집은 한주에 6의 제곱만큼 늘어난다고 전제하자. 첫 주에는 6개의 맛집을 모두 갈 수 있으니 그 목적을 이루겠지만 둘째 주부터는 격차가 점점 커져 석 달이 지났을 때 이 사람이 정복한 맛집은 약 72개지만 새로 생겨난 맛집은 약 130억 6천만 개가 된다. 정복한 맛집의 수가 산술급수라고 한다면, 맛집의 증가는 기하급수이다.

 

#2. 1980년대 유명 컨설팅회사는 통신 기업인 AT&T에게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2000년에 휴대전화 사용자가 90만 명 정도에 불과할 것이라고 산술적으로 예측한 것이다. 실제로는 어땠을까? 1억9백만 명으로 기하학적 증가가 일어났다. 2020년 전 세계 휴대전화 계약자 수는 80억 6천만 명이다.

 

위의 사례는 바로 맬서스의 인구론에 등장해 유명해진 산술급수와 기하급수 이야기다. 그는 식량은 산술급수로 늘어나는 데 반해 인구는 기하급수로 늘어나므로 인류는 멸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해 많은 관심과 비판을 받았는데, 기술 혁신을 통한 식량의 생산성 향상을 배제한 오류가 이 이론의 근본적 실패 원인이 되었다.

 

위 세 가지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해 보자. 기하학적 사고가 맞을까, 산술적인 사고가 맞을까? 그렇다. 글을 잘 따라오신 분들은 눈치챘겠지만 핵심은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이해하면서 예측해야 한다는 것이다. #1에서는 맛집 증가에 대해 계산하고 현실적인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며, #2에서는 기술의 발전과 수요에 대해 현재 상식이 아닌 다른 가설로 예측을 해보아야 했다.

 

이는 패션 산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컴퓨팅 사고를 요구하는 요즘의 디지털 시대에서 지금까지 경험한 산술적 사고만으로 미래에 대한 예측이 가능할까?

 

과거에 기반한 경험에는 디지털적 사고가 더해져야 하고, 건조한 숫자만 나열된 데이터에는 숙련된 경험치가 더해져야 한다. 요즘 유행하는 MBTI로 말하자면 T(사고형)와 F(감정형)가 만나고 P(인식형)와 J(판단형)를 합한 브랜드가 되어야 한다. (MBTI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기를)

 

다시 현실로 돌아와 생각해 보자. 아날로그로부터 디지털 시대로 열심히 달려온 지금 패션 시장에는 전통에 기반한 회사와 브랜드가 있고, 디지털에 기반한 브랜드와 유통이 있다.

 

전자에서는 시대를 따라가기 위해 온라인 브랜드를 만든다고 하는데, 대부분 유통만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그리고 디지털 기업의 경우 소규모의 경험이 부족한 인력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고 환경이 빨리 변하다 보니 시스템이 존재할 틈이 없었다. 이는 둘 다 외발로 뛰면서 위태롭게 전진하는 것과 같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거창하게 느껴지는 기업도 있고, 당장 실행할 필요가 없는 기업도 있을 것이다. 다만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서로에 대해 관찰하고 흡수하자. 디지털로 빨리 전환하는 기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의 고집을 잘 지키는 기업이 성공하는 것도 아니다. 지금 기업과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함’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하더라도 모듈 방식으로 가장 빨리 변화할 수 있는 체질을 가진 애자일(agile:민첩한)한 기업과 브랜드만이 오래갈 수 있다.

 

갑자기 거울을 보며 좌절할 필요는 없다. 어떤 기업도 완전하지 않고 정답이 없는 시대다.

 

정리하자면 기존의 경험이라는 방패를 장착하고, 그와는 또 다른 미래에 대해 담대한 상상이라는 무기를 갖고 전쟁을 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세부적 전술을 짤 뿐 아니라 실행도 직접 할 수 있는 ‘행동형 기획자’의 역할이 절실하다.

 

다음 글에서는 이커머스 소비자가 어떤 관점으로 무엇을 원하는지, 그들의 선택의 이유는 무엇인지 분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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