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핀란드서 등장한 'K뷰티'…한국 정체성 내세워 잇달아 흥행

발행 2026년 10월 07일

정지은기자 , jje@apparelnews.co.kr

 

'화랑' 오미자 립 마스크, '서울슈티컬스' 데이 글로우 비타민 C 세럼

 

예쁘다·화랑·서울슈티컬스 해외서 크게 인기…한국 역진출

한글로 이름 짓고, 한국서 제조…K뷰티 스킨케어 문화 강조

 

[어패럴뉴스 정지은 기자] K뷰티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면서 'K뷰티의 기준'이 모호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과거에는 한국 기업이 만들고 한국에서 생산한 화장품을 중심으로 K뷰티가 형성됐다면, 최근에는 한국의 뷰티 트렌드와 성분, 스킨케어 문화, 한글과 한국적 정체성을 내세운 해외 브랜드들이 잇달아 등장하며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K뷰티의 영향력이 제품과 성분을 넘어 브랜드명과 패키지, 콘텐츠 등 '한국적 이미지' 자체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배경에는 세계적인 K뷰티 열풍이 자리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6년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31.4% 증가한 15억1,0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미국·아세안·EU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이 고르게 증가하며 K뷰티의 글로벌 수요 확대가 이어지고 있다.

 

K뷰티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한국 화장품을 직접 수입·판매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뷰티 문화를 자사 브랜드 정체성으로 활용하는 해외 기업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예쁘다(Yepoda)'다.

 

'예쁘다'는 2020년 독일에서 런칭된 브랜드로 창업자들은 한국에서 K뷰티 제품을 가져와 유럽의 지인들에게 소개하던 경험을 계기로 브랜드를 만들었다. 유럽 소비자들이 한국 스킨케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했다.

 

브랜드명 자체도 한국어 '예쁘다'에서 가져왔다. 모든 화장품은 한국에서 생산하며, 공식 홈페이지에서 'K뷰티 루틴(K-Beauty routine)'을 브랜드의 핵심 정체성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까지는 유럽을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 최근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8월 세포라 유럽 100개 이상 매장에 입점한 데 이어 미국에서도 판매를 확대하고 있다.

 

'예쁘다'는 최근 국내 시장에도 역진출했다. 해외에서 브랜드를 구축한 뒤 한국의 제조 인프라와 K뷰티 이미지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예쁘다' 성수 매장 /사진=정지은 기자

 

핀란드에서 탄생해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한 스킨케어 브랜드 '화랑(hwarang)'도 유사한 사례다. 신라시대 '화랑(花郞)'에서 이름을 가져온 화랑은 한국의 전통적인 미용 문화와 원료에 북유럽의 스킨케어를 결합한 브랜드다. '화랑'의 모든 제품은 비건 및 크루얼티 프리(Cruelty-free) 제품이다.

 

브랜드의 한국명은 '화랑품(hwarangpoom)'이다. 오미자·유자·오곡 등 한국 식문화와 전통에서 익숙한 원료를 활용하고 있으며, 제품은 국내 화장품 OEM‧ODM 제조사와 협업해 제품을 개발·생산하고 있다. 브랜드 콘셉트와 제품 기획은 핀란드에서 진행하면서 한국의 제조 인프라를 활용하는 구조다.

 

'화랑품'은 현재 한국을 비롯해 영국·핀란드·스웨덴·독일·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그리스 등 9개국에서 오프라인 판매처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스킨큐피드(Skin Cupid), 독일 뮐러(Müller), 등 현지 유통 채널을 확보했으며, 온라인에서는 예스타일(YesStyle), 리코(Lyko), 럭스플러스(Luxplus) 등에서도 판매한다.

 

미국에서 탄생한 '서울슈티컬스(SeoulCeuticals)'는 한 단계 더 나아간 사례다. 한국에서 유래한 성분과 스킨케어 전통을 브랜드 정체성에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브랜드명에 '서울(Seoul)'을 넣었으며, 공식적으로 'Korean-inspired skincare brand(한국에서 영감을 받은 스킨케어 브랜드)'라고 소개하고 있다.

 

'서울슈티컬스'는 달팽이 점액, 병풀, 쌀 추출물, 인삼 등 한국 스킨케어에서 널리 알려진 원료를 활용하고 최근에는 PDRN까지 제품군에 적용했다. 한국 기업이나 한국 브랜드라는 점을 내세우기보다 한국의 스킨케어 전통과 성분을 글로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해외 소비자 반응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슈티컬스의 대표 제품인 '20% 비타민C 세럼'은 아마존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매체 인스타일은 2026년 해당 제품이 최근 한 달간 2만 개 이상 판매됐다고 보도했으며, 소비자들은 약 20달러(약 2만7,000원)의 합리적인 가격과 비타민C·페룰릭산·히알루론산·병풀을 결합한 포뮬러 등을 주요 구매 이유로 언급했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해외 브랜드까지 K뷰티 이미지를 활용할 뿐 아니라 한국어와 한국적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차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어디까지를 K뷰티로 볼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다"며 "앞으로는 한국에서 탄생한 브랜드인지 여부보다 어떤 방식으로 한국의 뷰티 문화와 기술, 콘텐츠를 활용하는지가 K뷰티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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