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2025년 09월 14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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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더운 여름 서울의 한 길거리 /사진=최종건 기자 cjgphoto@apparelnew.co.kr |
기존 사계절 기준 벗어나 7~8개 시즌 세분화
근접 기획 비중 높이고, 소재 개발 역량 강화
[어패럴뉴스 이종석 기자] 지난 7월 열대 과일 바나나가 서울 노원구 천수주말농장 노지에서 열리는 이례적인 일이 발생했다. 국내 열대과일은 비닐하우스에서 재배된다. 노지에서 바나나가 열린 것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바나나는 27~35도에 연 강우량 1,700㎜가 연중 고르게 내리는 곳이 재배하기 좋다고 알려져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연 평균 기온은 10년간 0.3도씩, 지난 30년간 약 1도 상승했다. 연대별 평균 기온을 보면, 1970년대(1973~1980년) 12.01도에서 2020년대(2021~2024년) 13.6도로 증가했다.
계절별 기간은 1991년~2000년과 2011~2020년 비교 시, 여름은 14일 증가한 87일로 유일하게 늘어났다. 봄은 6일(87일), 가을은 5일(64일), 겨울은 3일(87일) 줄었다.
지난 100년 동안 기상 기록이 남아 있는 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 등 6곳의 평균값 기준으로는, 최근 30년 계절 길이가 과거 30년에 비해 여름은 21일 증가했고 겨울은 20일이 줄었다.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폭염일수는 서울 기준 2021년부터 8월 10일 기준 평균 20.6일로 가장 많았다. 1961년부터 2020년까지 연대별(10년) 평균은 최소 4.2일에서 최대 9.1일을 기록하다 2011년~2020년 12.8일로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전통적으로 봄, 가을로 불리던 3~5월, 9~11월이 더워지면서, 봄·가을 상품 구매가 일어났던 2~3월과 8~9월 수요가 급격히 저하되고 있다. 업계는 적중률을 높이기 위해 판매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여름 특화(핫써머) 혹은 간절기(봄~여름, 가을~겨울) 물량을 확대하는 추세다. 동시에 봄, 여름, 가을, 겨울 등 기존 4계절을 포함한 사실상 7가지 시기에 알맞은 핵심 상품을 육성해야 하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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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구호' 셔캣, '라코스테' 초경량 L.12.12 LIGHT 폴로 셔츠, 'K2'의 냉감 의류 시원서커 시리즈 |
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4계절별 기획, 선기획만 하면 됐지만, 지금은 기후 변화와 빨라진 트렌드 영향으로 근접 기획·반응 생산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선기획과 4계절 기획의 중요도가 낮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여성복은 더 더워지거나 추워진 봄·가을·겨울에도 입을 수 있는 아우터와 두 시즌 이상 입을 수 있는 이너 등으로 스타일 수를 좁히며 선택과 집중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봄·가을은 트렌치코트, 겨울은 헤비 다운이 축소되는 추세다. 대신 주목받는 아이템은 셔캣(셔츠형 재킷)과 레이어링에 적합한 스웨터, 탈부착 가능한 경량 충전재 내피가 있는 아우터나 경량화된 코트(헨드메이드) 등이 꼽힌다. 아우터는 봄부터 가을까지 셔캣,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헨드메이드 코트 등을 내거는 식이다. 이너는 봄·가을 아우터를 대체하거나 겨울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두께감의 스웨터를 구성하고 있다.
이에 반해 확대되고 있는 여름 물량은 전 복종에서 한층 더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제 여름은 비수기가 아니라 성수기가 되고 있다.
‘뉴발란스’, ‘아이더’, ‘K2’, ‘노스페이스’ 등 아웃도어·스포츠에서는 강점인 기술력을 갖춘 소재에 디자인을 가미해 일상복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냉감 시어서커 소재를 적용한 ‘K2’의 시원서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갤럭시’, ‘지이크’, ‘보브’, ‘헤지스’, ‘시스템’ 등 남·여성복은 상품에 기능성 원단을 확대하고 있다. 시어서커, 크리즈, 강연사 원단 등을 사용하는 게 그 예다. 모두 통기성이 좋거나 몸에 닿는 면적을 최소화해 시원한 느낌을 주는 원단들이다.
그보다는 상품 디자인과 실루엣 고급화로 차별화하는 브랜드도 주목된다. ‘준지’, ‘송지오’, ‘우영미’ 등은 최소 20만 원, 최대 50만 원 대의 국내 브랜드 기준 최고가 티셔츠로 승부를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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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보브' 핫썸머 컬렉션, '시스템' 26SS 경량 윈드브레이커, '알레그리'의 플리츠 소재 오픈 카라 반팔 셔츠 |
1년 중 절반이 여름…송지오의 ‘티셔츠’ 로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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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송지오 |
캐주얼화와 라이프스타일 변화 더해져
1월부터 10월까지, 여름 매출 25%
반팔 티셔츠를 늦겨울부터 가을까지 파는 브랜드. 지오송지오인터내셔널(대표 송재우)의 남성복 ‘지오송지오’의 이야기다. 통상적으로 업계는 여름 대표 상품인 티셔츠는 이르면 5월 늦으면 8월 초까지를 판매 시기로 판단한다.
그러나 ‘지오송지오’는 그보다 훨씬 긴 1월부터 10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름 상품이 판매된다. 최판길 ‘지오송지오’ 이사는 “추동 여름 상품 구매 고객들은 라이프스타일과 기후 변화에 따라 늘어나고 있다. 겨울에도 실내에 있는 직종이거나 자가용을 끌고 출근하는 소비자들이 선호한다. 동시에 따뜻해지는 겨울 날씨도 이러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했다. 구매자들의 겨울 착장은 여름 상품에 겨울 헤비 아우터를 착용하는 식이다.
이에 힘입어 ‘지오송지오’는 330억 매출에서 여름 상품 비중이 25%를 차지한다. 경쟁사들에 비해 최소 10%P는 높은 수치다. 여름 신상 티셔츠는 3주에 1번씩 매장에 입고 된다. 변덕스러운 날씨와 길어진 여름에 맞춰 매해 확대하고 있다.
이 배경에는 상품 기획뿐 아니라 30년 넘게 전개하며 쌓은 헤리티지, 20년 가까이 이어진 파리 패션위크 쇼 등으로 팬덤을 키워낸 강력한 브랜드 파워도 작동하고 있다. 특히, 이너의 경우 아우터보다 가격대가 낮아 브랜드를 경험하기에 접근성이 좋다. ‘지오송지오’ 반팔 티셔츠의 가격대는 20만 원에 육박한다. 경쟁사들이 50만~60만 원대의 슈트 1개를 팔때, 티셔츠 3장을 판매하며 경쟁하고 있다.
남성복의 캐주얼라이징 경향과 동시에 길어진 더위에도 적합한 구조를 만들어 냈다. 오는 11월에는 처음으로 내년 춘하 상품의 반팔 티셔츠를 선 출시할 계획이다. 성공적으로 판매된다면 사실상 1년 내내 여름 티셔츠를 판매하는 최초의 브랜드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봄·가을의 실종…트렌치코트는 사라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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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버리 |
부진의 늪에 빠진 英 버버리
기후 변화에 설 자리 좁아져
영국 대표 럭셔리 버버리그룹이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지 주목된다. 버버리그룹의 지난해 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매출은 12% 감소한 24억6100만 파운드, 영업 손실액은 6,600만 파운드를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이 영향으로 2027년까지 전체 인력의 20%인 1,700명을 감원한다고 지난 5월 밝혔다.
시장에서는 고급화 전략 실패, 잦은 경영진 교체, 대표 상품인 트렌치 코트의 성장 한계 등을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이중 트렌치 코트는 시즌 아이템으로의 재구매율이 떨어진다고 언급했다. 이뿐 아니라 전 지구적인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어려운 상품으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착장 시기인 봄·가을에 때아닌 폭염이 닥치거나, 추위가 나타나며 판매 기간이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부임한 조슈아 슐먼 CEO는 다니엘리 CD와 협업해 다양한 아우터와 체크무늬 활용 등 상품 재정비로 이를 타개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올 1분기(4~6월) 매출은 지난해 동일 매장 기준 시장 기대치(-3%)대비 감소폭(-1%)이 낮아졌다.
재킷 등 아우터, 체크무늬나 버버리 프로섬 나이트 스탬프 문양이 새겨진 상품(주로 이너), 신발은 장화 등의 반응이 좋았다고 슐먼 CEO는 밝혔다. 더불어 시장에서는 가죽 상품 가격대를 합리적으로 책정한 게 적중했다고 강조했다.
오는 추동 시즌도 해당 전략을 이어간다. 트렌치 코트에 빈티지 가죽 소재를 사용하고 모피 안감의 봄버 재킷 등이 등장하는 등 종전 대비 소재와 디자인을 다변화한 아우터를 내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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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버리 25FW, 버버리 2025년 페스티벌 캠페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