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서울의 유산, 한옥으로 향하는 패션

발행 2026년 03월 16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의 명언을 고쳐, 유홍준 교수가 말한 것처럼, 서울을 사랑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서울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비비씨어스 북촌점 /사진=최종건 기자 cjgphoto@apparelnew.co.kr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당시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가 남산과 63빌딩이었다는 사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 애쓰던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은 남산타워의 반짝이는 불빛과 초고층 빌딩의 위엄을 발전상으로 내세우며 콤플렉스를 감추고 싶었을 것이다.

 

우리는 세계사에 유례없는 발전을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달성했지만, 그사이 그렇게 우리 안의 '유산'은 잊은 듯이 살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사학자로, 문화재청장을 지낸 유홍준 교수(현 국립중앙박물관장)는 1993년 첫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펴낸다. 강진, 해남 등 땅끝 남도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국토의 줄기를 더듬어 오르며 이 땅에 이어져 온 수천 년 삶의 유산을 펼쳐 보인다.

 

북촌 골목의 한옥 매장

 

지금까지 총 12권의 국내편이 출간된 가운데, 2017년 출간된 서울편에서 유 교수는 '5대 궁궐'의 역사와 아름다움, 그리고 서촌, 북촌, 인사동, 성북동 등 서울의 좁은 골목과 오랜 삶의 흔적을 탐사한다.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2026년, 서울에서 주목받는 공간은 상점과 빌딩이 빼곡한 도심이 아니다. 북촌, 서촌, 인사동, 광장시장 등 500년 도읍의 유산을 품은 공간이 현대와 만나 빚어진 풍경이 사람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패션이 한옥이라는 공간에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을 내는 것은 그래서 자연스럽고,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조선 정조 때의 문장가 유한준의 명언을 고쳐, 유홍준 교수가 말한 것처럼, 서울을 사랑하게 된 많은 사람들이, 점점 더 서울을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킴

북촌 가회동에 자리한 '민주킴' 플래그십 스토어. 한옥의 구조를 유지한 채 브랜드의 미니멀한 미감을 공간 전체로 확장했다. 1980년대 지어진 한옥의 처마와 목구조는 살리고, 내·외부는 절제된 톤으로 정리했다.

 

 

비비씨어스

'비비씨어스(BBC Earth)'의 북촌 매장은 한옥의 목재 기둥과 마루형 동선을 그대로 활용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구조 안에 정원을 연상시키는 여백을 배치했다.

 

 

픽넘버쓰리

원목의 질감과 구조의 여백으로 이루어진 북촌 한옥 안에 들어선 K뷰티 큐레이션 매장. 알록달록한 뷰티 제품이 한옥이라는 공간의 고요함에 상쾌한 파장을 일으킨다.

 

 

아떼 바네사브루노

북촌 아트선재 한옥 별채에서 진행된 '아떼 바네사브루노'의 팝업 매장. 소나무 향이 배인 한옥의 문창살 안에 내걸린 가방들이 마치 나무에 매달린 조롱박같다.

 

 

더일마

서촌 골목에 자리한 '더일마' 플래그십스토어. 조병수 건축가가 설계한 전통 한옥의 구조적 질서를 그대로 유지한 공간에 건축가 해리 누리에프의 현대적 시각 언어를 얹어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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