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호] K뷰티 훈풍, 유행을 넘어 장르가 될지니

발행 2026년 02월 23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신필호의 '넥스트 이커머스'

 

이미지=챗GPT

 

K뷰티 산업의 한 영역에서 최전선에 서 있으면서, K뷰티의 다음 모습과 다가올 기회는 어떤 것일지 자연스럽게 기대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러나 한발 물러나 생각해보면, K뷰티에 대한 기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한국발 BB크림과 마스크팩이 기능성 아이템으로 글로벌 시장에 퍼졌던 시기가 있었고, 2010년대 초반에는 한류 붐을 타고 아시아 지역, 특히 중화권을 중심으로 수요가 급격히 확대되며 짧은 시간 수많은 브랜드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런 시점마다 K뷰티는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과적으로는 '트렌드 카테고리'를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지금 K뷰티는 다시 한번 비슷한 기로에 서 있다. 다만 이번 기회는 과거와 결이 다르다. 단순한 콘텐츠 소비나 국가 이미지에 기대는 흐름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국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K뷰티는 또 하나의 유행으로 남을 수도 있고, 반대로 독립적인 산업으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오늘은 바로 그 '다음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가장 짚어볼 부분은 '공급 클러스터의 존재감'이다. 현재 K뷰티의 경쟁력은 몇몇 브랜드의 성공 사례에 국한되지 않아 보인다. 상품 기획, 원료 조달, 포뮬라 개발, 대량 생산, 글로벌 인증에 이어지는 과정이 이미 하나의 일관된 프로세스로 자리잡혀 있다. 이는 특정 브랜드가 사라지더라도 유사한 성공 사례가 다시 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든다. 트렌드에 빠르게 반응하고 성공한 포맷을 다양한 가격대와 채널로 확장할 수 있는 힘 역시 이 클러스터에서 나온다. 이는 K뷰티를 '국가 이미지에 기대는 유행'이 아니라, 사례의 반복이 가능한 산업 모델로 해석하게 되는 중요한 지점이다.

 

두 번째 변화는 '수요 기반의 다변화'이다. 과거 K뷰티가 성장했을 때에는 특정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다. 그러나 최근의 흐름은 다른 양상이다. 미국이나 일본 등의 특정 국가에서 먼저 수요가 발생하고 성장한 것은 유사하게 보이지만, 현재는 지역적으로 분산된 수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유통, D2C와 리테일을 병행하는 구조가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시장이 커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산업의 안정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하나의 시장이 흔들려도 전체 산업이 함께 흔들리지 않는 구조는 글로벌 산업의 필수 조건이다.

 

세 번째는 '리테일 카테고리화'의 가능성이다.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유명해지는 것'과 함께 '분류되는 것'도 중요하다. 소비자 인식은 물론 유통사의 매대 구성, 기획전, 검색 키워드, 미디어의 분류 기준 안에서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는 순간, 해당 산업은 다음 브랜드를 계속 받아들이며 유지된다. 일부 글로벌 유통 채널에서 K뷰티는 이미 '한국 브랜드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과거 유럽 명품 산업의 형성과 성장은 참고할 만한 유사 사례다. 유럽 명품 역시 처음부터 '명품'이라는 산업으로 인식된 것은 아니었다. 이탈리아 지역에 축적된 장인 중심의 제조 클러스터를 기반으로 브랜드가 등장했고, 시간이 지나며 유통과 미디어 안에서 하나의 카테고리로 고정되었다. 개별 브랜드의 성공을 넘어서 브랜드를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산업 구조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K뷰티의 긍정적 전개 시나리오와 닮아 있다.

 

물론 분명한 리스크도 존재한다. 당면한 것으로는 클러스터 자체의 카피 가능성이다. 이미 중국과 베트남 생산 기반의 뷰티 브랜드들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으며, 이러한 점은 일본을 자주 오가는 개인의 경험상 한국보다도 해외 시장에서 더 선명하다.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추격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다. 물론 한국의 ODM/OEM 기업들이 오랜 기간 축적해온 역량은 쉽게 복제되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 외에도 국가 정책과 관세 변화에 따른 가격 경쟁력 리스크, 과도한 유통 경쟁으로 인한 신뢰 비용 증가 등은 이미 가시화된 리스크이다.

 

결국 K뷰티가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 이제 필요한 것은 확장의 속도가 아니라 성숙도다. 더 빠르게 확장하는 것보다, 산업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신필호 인덴트코퍼레이션 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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