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행 2026년 11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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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관의 '대표의 현장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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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광저우에 있는 APM과 유어스 건물 /사진=홍재관 대표 |
"요즘 한국 오더가 많이 줄었어요. 큰 공장은 더 바빠졌는데, 우리 같은 중소 공장은 일거리가 없어요." 10월, 중국 광저우의 한 의류 공장, 매달 찾는 거래처 사장님이 건넨 말이다. 이 한 문장에 지금 한국 패션업계의 현실이 다 들어 있다.
캔톤페어 기간이라 광저우는 외국인 바이어로 북적였다. 그런데 한국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큰 업체들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지로 생산 라인을 옮기고 있다. 양극화를 넘어선 '초양극화'다.
그럼 중국 도매시장은 괜찮을까. 내 체감으로는 오히려 한국보다 더 나쁘다. 공급은 넘치고, 아무리 특이한 디자인도 며칠이면 복제된다. 대형 도매 상가 복도를 걸어도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다. 예외는 두 곳뿐이다. 초저가 시장 샤허(沙河), 그리고 그 안에 '제2의 동대문'이라는 소문이 날 만큼 뜨고 있는 진마(金马服装城) 2층이다. 여기는 한국 사람이 발에 치인다. 문제는 다들 같은 옷을 떼어 간다는 것이다. 같은 옷끼리 동대문에서 가격을 깎는다. "옷 한 장에 500원 남긴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다.
동대문 대표 상가 유어스는 2016년 광저우에 쇼핑몰을 열었지만 재미를 보지 못했다. 동대문 신화를 쓴 APM은 광저우에 거대한 쇼핑몰을 세웠지만 중간에 무산됐다. 그 건물 앞을 지나는데 호객꾼이 다가왔다. 그들은 중국인은 그냥 지나치고, 한국인에게만 한국어로 속삭인다.
"가방, 시계. 가방, 시계."
물건을 살 생각은 없었다. 이 건물이 어떻게 변했는지 궁금했을 뿐이다. 그 손에 이끌려 올라간 6층에는 간판도 표시도 없는 방들이 이어졌다. 가게마다 상인 한 명씩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을 훑어본다. 호객꾼이 주인과 짧게 말을 주고받고 나서야 입장이 허락된다.
문은 똑똑, 두 번 두드려야 열렸다. 나올 때도 똑똑, 두 번. 다음 날 혼자 다시 가 봤지만 어떤 문도 열리지 않았다. 복도에는 팽팽한 긴장감만 흘렀다. 손님 하나하나를 체크하는, 단속에 대비한 점조직이었다.
한국 패션의 꿈을 싣고 세운 건물이, 지금은 남의 브랜드를 몰래 베껴 파는 비밀의 방이 되어 있었다. 중국 의류 도매시장의 소멸은 이제 가시권이다. 한국도 머지않았다.
며칠이면 복제되는 시대, 고객은 브랜드가 아니라 '지금 새로운 것'을 따라간다. 어제 산 브랜드라도 오늘 더 새로운 게 보이면 망설임 없이 옮겨 간다. 히트 상품 하나로 대박을 노리면, 일주일 뒤 복제품과 가격 싸움을 하게 된다. 답은 한 방이 아니라 꾸준함이다. 베끼는 속도보다 내놓는 속도가 빠르면 된다.
도매 시장을 찾는다면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면 좋겠다. 첫 번째 남들이 다 가는 시장을 벗어나라. 한국인이 드문, 현지인이 가는 시장과 가게에 아이디어와 보석이 있다.
두 번째는 다품종 소량 능력을 가진 곳을 찾아라. 여러 가지를 적게, 빠르게 만드는 구조가 살아남는다. 소량 오더를 받아주는 공장을 확보한 곳들을 찾아야한다.
마지막으로 대박보다 신상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고객이 '이번엔 뭐 나왔나' 하고 들어오게 만드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충성도다.
어렵고 답이 없어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남들이 이미 다 만들어 놓은 길 위에는 원래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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