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의 '디지로그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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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율주행 로보택시 죽스(Zoox) |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이번 CES 2026은 기술의 '가능성'을 말하는 자리가 아니라, 기술을 '증명'하는 무대였다.
이 흐름을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해 보자면, Show-up, Open Innovation, 그리고 탈 CES.
첫째, Show-up. 이제는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이렇게 작동한다"를 보여줘야 한다. 이번 CES의 큰 변화 중 하나는 AI를 전면에 내세운 부스보다, AI가 보이지 않게 스며든 경험 제시다. 즉 AI는 더 이상 설명의 대상이 아니라, 결과로 증명되어야 한다. 운전 장치가 아예 없는 자율주행 로보택시 죽스(Zoox)는 실제 라스베가스 도로를 달렸고, 로봇은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대신 상황에 반응했다. 이것이 피지컬(Physical) AI가 의미하는 바다.
이 지점에서 패션의 DX를 돌아보면 불편한 질문이 생긴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기술 나열'을 해오지 않았는가? 중요한 것은 AI를 썼다는 사실이 아니라, AI로 인해 옷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떻게 달라졌는가다. 패션 AX는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경험 증명 프로젝트다.
실제 필자는 한 달 전, 한 중견기업의 DX 컨설팅 요청으로 현장을 방문했었다. 대표는 "AI로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다"고 했고 했는데, 내부 데이터를 살펴본 순간, 깜짝 놀랐다. DX나 AX를 논하기 이전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 자체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X는 최신 기술을 도입하는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증명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데이터조차 '보여줄 수 없는 상태'라면, 그 어떤 AI도 Show-up도 만들어낼 수 없다.
둘째, Open Innovation. 패션은 더 이상 혼자 완성되지 않는다. 실제 CES 2026은 제품을 파는 전시장이 아니라, 기술 노드를 확인하고 협업 가능성을 탐색하는 거대한 마켓플레이스로 진화했다.
이 흐름은 패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패션은 이제 섬유와 디자인만의 영역이 아니다. 센서, 로보틱스, 헬스케어, 모빌리티와 결합하며 '입는 제품'에서 '반응하는 시스템'으로 확장되고 있다. 보행을 보조하는 기능성 슈즈, 체온과 근육 상태에 반응하는 의류는 패션 기업 혼자 만들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오픈 이노베이션을 '제휴' 수준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진짜 오픈 이노베이션은 조직 내부의 언어부터 바꾼다. 디자이너는 공학자와 대화해야 하고, MD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와 같은 KPI를 공유해야 한다. 패션 AX는 협업의 문제가 아니라, 사고방식의 재설계 문제다.
셋째, 탈 CES. 경험은 특정 공간에 묶이지 않는다. 이번 CES에서 또 하나 눈에 띈 변화는 전시의 공간적 해체다. 메인 전시장을 벗어나 호텔, 도심, 단독 팝업에서 브랜드 세계관을 온전히 전달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이 흐름은 패션 리테일에 강력한 시사점을 준다. 매장은 더 이상 판매의 종착지가 아니다. 고객의 일상, 이동 경로, 체류 공간 자체가 경험의 무대가 된다.
신년호에서 필자는 디지로그를 '균형의 철학'이라고 썼다. CES 2026은 그 균형이 이제 개념을 넘어 실행의 단계로 들어섰음을 보여준다. 물리와 디지털, 효율과 감성, 기술과 인간. 이 균형을 실제 비즈니스에서 증명할 수 있는가가 패션 AX의 성패를 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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