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태용의 '패션 디자이너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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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 F/W 서울패션위크 포스터 |
2월 3일 서울패션위크가 개막했다. 이 단어가 더 이상 예전만큼 설레지 않는다는 걸 나도 안다.
한때는 패션인이라면 모두가 주목하던 무대였고,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축제 같은 시간이었지만, 지금의 패션위크는 분명 중심에서 조금 멀어졌다.
패션을 소비하는 방식이 바뀌었고, 온라인 플랫폼과 SNS 등 브랜드와 고객이 만나는 접점도 훨씬 다양해졌다.
나는 27살이었던 2008년 최연소 디자이너로 서울패션위크에 데뷔했다. 이후 꽤 오랜 시간 꾸준히 그 무대에 참여했고, 지난 2년간은 의도적으로 패션위크에 서지 않았다.
안에서 경험했고, 또 한 발 떨어져 바라본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 이 시점에서 패션위크와 컬렉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입장에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 많은 브랜드들은 컬렉션보다 제품을 먼저 생각한다. 이번 달에 팔릴 옷, 당장 반응이 올 디자인, 빠르게 소진될 아이템을 만드는 일은 브랜드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매우 현실적인 선택이다.
시장은 늘 아이템을 요구한다. 판매 단위로 나뉜 옷, 명확한 용도의 옷, 쉽게 설명되고 바로 소비되는 옷 들이다.
하지만 컬렉션이 작동하는 방식은 다르다. 컬렉션에서는 아이템이 아니라 룩을 만든다. 한 벌 한 벌의 옷보다, 그 옷들이 함께 놓였을 때 만들어지는 장면과 분위기, 맥락을 먼저 생각한다.
시장에서 옷은 단독으로 서야 하지만, 컬렉션에서는 옷들이 서로를 설명한다. 이 차이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그래서 많은 브랜드들이 컬렉션을 부담스러워한다.
컬렉션은 효율적이지 않다. 시간도 오래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며, 매출로 바로 환산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이 나온다. "지금 시대에 컬렉션이 꼭 필요할까." 패션쇼는 여전히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하고 싶다. 그래서 더 필요하다고.
컬렉션은 옷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다. 브랜드가 스스로에게 세우는 기준이며, 한 시즌 동안 무엇을 보고 있고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드러내는 태도다.
제품은 팔리면 끝나지만 컬렉션은 남는다. 그리고 남는 건 룩이 아니라 태도다. 그 태도는 다음 시즌의 옷을 만들 때 기준이 되고, 브랜드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언어가 된다.
K-패션은 지금 분명 전성기를 지나고 있다. 해외에서의 관심, 입점 소식, 협업과 성과들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하지만 문화는 숫자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문화에는 맥락이 필요하고, 시간이 쌓이며 만들어지는 이야기와 태도가 필요하다. 패션위크는 여전히 그 맥락을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무대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모두의 시선을 끌지 않아도 된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산업에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선언하는 행위다.
내가 다시 컬렉션을 만들고, 패션위크를 이야기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잘 팔리는 옷이 아니라 설명할 수 있는 옷, 시즌이 지나도 기록으로 남을 수 있는 옷을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패션위크는 과거처럼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K-패션에게는 그래서 오히려 더 중요한 자리다. 트렌드를 소비하는 무대가 아니라 태도를 남기는 무대. 나는 여전히 그 무대를 필요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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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태용 비욘드클로젯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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