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낙삼의 '포스트 리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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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 가치를 슬로건으로 실제 행동에 나서고 있다 |
브랜드를 가장 쉽게 설명하는 것은 로고 슬로건과 같은 '시각적인 요소'들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브랜드에 대해서 기억하는 것은 브랜드에 대한 '느낌'과 '태도'인 경우가 많다. 첫 출시 이후 줄곧 혁신의 아이콘으로 주목을 받다가 지금은 그런 혁신이 없어졌다면서 새 제품이 출시될 때마다 입방아에 오르는 애플이 수많은 언쟁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오랜 시간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디자인 때문만이 아니다. 미니멀하고 혁신적이며, 때로는 까다롭지만 일관된 기준을 고집하는 하나의 '인격'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브랜드가 가지는 인격은 상품, 패키지, 정책, 그리고 잡스와 같은 상징적 인물을 통해 반복적으로 강화되며, 고객들의 기억 속에 축적된다. 결국 브랜드는 '보이는 것'이 아니라 '경험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브랜드 구축의 출발점은 명확하다.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이며, 고객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는지에 대한 정의가 시작이다. 많은 기업들은 브랜드를 시작을 하며 브랜드의 본질을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로고 개발을 비롯한 시각적 아이덴티티에 집중하지만 이는 오히려 결과에 가깝다. 브랜드의 본질은 '인격'이며 고객이 경험하는 모든 접점에서 일관되게 드러나는 '태도'다. 의도하되 의도하는 것과 만들어지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일관성이다. 일관성은 곧 신뢰를 만든다. 우리는 어디서나 예측 가능한 대상에게 신뢰를 느끼며, 브랜드를 대할 때도 동일한 원리를 작동시킨다. 만약 판매 상황과 트렌드에 따라, 로케이션에 따라 판매되는 상품이나 메시지, VMD를 달리하는 브랜드가 있다면 일시적으로 관심을 얻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진정성도 중요하다. 마케팅에서의 진정성은 '의도의 착함'이 아니라 '구현되는 결과의 일치'에 가깝다. 파타고니아는 50년이 넘도록 '환경 보호'라는 가치를 슬로건이 아닌 실제 행동으로 증명해왔다. 매출의 1%를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자사 뿐 아니라 타사의 상품들까지 무료 수선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심지어 옷을 구매하지 말라는 메시지에 돈을 들여 광고를 하기도 한다. 이러한 일관된 행동은 고객에게 신뢰를 형성했고, 결과적으로 브랜드 가치를 크게 끌어올리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는 큰 브랜드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작은 브랜드라면 이러한 원칙은 더욱 중요하다. 대기업은 다양한 고객층을 만족시키기 위해 상품과 메시지가 평균화되기 쉽지만, 작은 브랜드는 오히려 특정 고객에게 깊이 집중할 수 있다. 실제로 특정 시간대와 특별한 고객층에 맞춰 운영되는 브랜드나 소규모 매장들은 제한된 수요 속에서도 강한 충성도를 확보하며 대체 불가능한 존재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다.
2017년 동남아를 여행 중이던 공동 창업자인 맥시밀리언 키슬레비츠(Max Kislevitz)와 나탈리 홀로웨이(Natalie Holloway)부부가 우연히 듣던 요가 수업에서 아무도 신경 쓰지 않던 낡은 모래주머니를 보며 "운동 기구가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울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여 예쁜 모래주머니 하나로 시작된 발라(BALA), 2025년 기준 300억 이상의 매출을 일으키며 전 세계 1,000개 이상의 리테일 매장에서 판매되는 글로벌 피트니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성장한 발라(BALA)는 규모의 한계를 전략으로 전환한 사례다. 큰 시장을 목표하되 니치마켓을 찾아 뾰족한 독점을 만들어 내고 그 독점을 기반으로 고객들에게는 충성도를 높이며 상품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디지털 환경은 이러한 전략을 더욱 강화시킨다. 롱테일 구조 속에서 소수의 취향과 문제를 해결하는 브랜드는 충분히 시장을 확보할 수 있다. 세스 고딘(Seth Godin)이 강조한 '천 명의 진짜 팬' 개념은 이를 잘 설명한다. 모든 사람에게 선택받기를 바라는 브랜드가 아니라 일부에게, 하지만 강하게 지지받는 브랜드가 더 높은 충성도와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다.
브랜드 선택의 본질은 끌리는 '감정'에 있다. 많은 사람들이 걱정하는 나이키지만 결국 글로벌 마켓에서 여전히 압도적으로 선택되는 이유는 기능적인 우위가 아니라 'Just Do It'이라는 메시지가 전달하는 도전의 감정, 감정의 전이가 소비자의 선택을 이끈다. 사람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감정으로 미리 결정하고 논리로 이를 정당화한다. 브랜드는 이 감정의 영역에서 경쟁해야 하고, 거기서부터 선택되어야 한다.
강한 브랜드는 거대한 예산이나 화려한 캠페인이 아닌 명확한 메시지, 일관된 태도, 이를 뒷받침하는 실제 행동이 반복될 때 형성된다. 브랜드가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려는 순간,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브랜드가 되기 쉽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분명하고 일관된 방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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