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팬데믹 1년 반, 이제 ‘게임 체인저’의 시간

발행 2021년 09월 06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출처=게티이미지

 

상반기 패션 업계, 극명한 ‘양극화’

10개 리딩 기업, 매출 수익 수직상승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8월 공개된 올 상반기 패션 상장사들의 실적은 현재 패션 산업에 드리워진 빛과 그림자를 여실히 보여준다. 위기 상황에 오히려 더 크게 성장한 우량 기업들이 빛이라면, 나머지 대부분의 실적은 악화됐다. 한 마디로 팬데믹 기간 패션 산업의 ‘양극화’는 한층 더 극심해졌다.

 

코로나에 대한 위기의식이 최고조에 달했던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많은 업체의 영업이익이 흑자로 전환되거나, 적자가 축소되는 등 회복된 듯 보이지만, 패션 업체의 3분의 1이 작년보다 매출이 더 줄었다.

 

반면, 매출 기준 상위 10개 사는 매출이 크게 뛰었다. LF,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휠라홀딩스, F&F, 크리스에프앤씨, 에스제이그룹, 더네이쳐홀딩스,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 등이다.

 

이들은 패션 상장 기업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다. 영업이익, 당기순이익, 영업이익률도 모두 크게 뛰어올라 수익 구조도 한층 더 탄탄해졌다.

 

나머지 대다수는 1년 반 넘게 이어지고 있는 팬데믹의 혼란 속에서 비용을 줄이고, 자산을 처분하는 등 자구책을 낸 결과 수익 구조가 일부 개선됐을 뿐이다.

 

 

4차 산업 혁명에 들이닥친 팬데믹

위기-양극화-시장 재편 이어질 것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크고 작은 위기를 겪을 때마다 기존 경제 질서는 일종의 조정기를 거쳐 재편된다. 이럴 때 양극화가 심화되는 경향은 언제나 반복되어 왔다. 더 많은 자본과 인프라, 정보를 가진 상위 기업들이 새로운 질서가 필요로 하는 재화와 그것이 제공하는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경향으로 끝날 때도 있었지만, ‘뉴 노멀’로 고착화되는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엔 어떨까. 이번 위기는 이전과는 그 양상이 아주 다르다. 팬데믹이 4차 산업 혁명이라는 결정적 시기에 온 탓이다.

 

그래서 지금의 양극화를 일시적인 경향이 아닌, 시장 재편의 신호 혹은 과정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레거시 기업 중 시장 영향력을 유지하며 역할을 하는 기업은 소수 정예로 간추려지는 중이다. 복종 별로 보자면 남성복은 삼성물산과 LF 등 일부 대형사, 여성복은 한섬과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현, 캐주얼은 신성통상과 지오다노코리아, 티비에이치글로벌 정도다.

 

그렇다면 나머지 자리는 누가 채우고 있을까. 캐주얼은 이미 완벽하게 ‘게임 체인저’들이 장악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온라인, 스트리트 캐주얼 업체 중 상당수가 수년 내 상장사 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유통·브랜드풀 갖춘 대형사 지위 강화

새 시대의 공식으로 성장중인 혁신기업

 

남성복과 여성복은 캐주얼과 같이 국내에서 이들을 대체할 신흥 기업군이 등장한 상황도 아니다. 이들을 대체하고 있는 것은 온라인과 SPA, 수입 패션이다. 국내 기존 업계는 이들 사이에 완벽하게 끼어있는 샌드위치 상태다.

 

잡화와 이너웨어 시장은 제도권의 전통 기업들이 노선을 전환, 온라인으로의 시프트가 가장 빠르게 진행중이다.

 

팬데믹 기간, 급성장한 기업들은 크게 두 분야다. 골프, 아웃도어 등 스포츠(레저) 분야가 한 축이고, 한섬,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유통그룹의 계열사가 또 다른 한 축이다. 더네이처홀딩스, 휠라홀딩스, 에프앤에프, 크리스에프앤씨는 세계적 경향인 레저 수요의 증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휠라홀딩스와 에프앤에프가 각각 3조, 2조원의 외형을 내다보고 있는 가운데, 세계적인 브랜드의 인수합병을 통한 점유율 확장 전략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한섬과 신세계, LF, 코오롱은 자사 브랜드는 물론 해외 브랜드 풀과 유통을 끼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4개사 모두 자체 이커머스 역량을 강화, 패션 종합몰의 입지를 구축, 자사 브랜드와 유통의 시너지는 물론이고, 이커머스 성장이라는 호재를 움켜쥘 수 있었다. 또 팬데믹 기간 급성장한 해외 브랜드와 명품의 상당 수가 이들 지붕 아래 있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아직 상장사 명단엔 없지만, 앞으로 출연할 혁신 기업들의 등장이다. 젝시믹스의 브랜드엑스코퍼레이션과 캉골의 에스제이그룹은 상장에 성공한 후 급성장중인 대표적 혁신 기업들이다. 이들은 현 시대에 적합한 브랜딩과 포트폴리오를 제대로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의 뒤를 이어 상장을 준비중인 혁신 기업도 상당수다.

 

 


 

글로벌 패션계, 인수합병과 디지털 투자 크게 증가

 

출처=지킷(Zeekit)

 

LVMH, M&A와 디지털 전환 최 전선에

국내 F&F, 젠틀몬스터 디지털 전환 착수

 

팬데믹 기간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행보에서 가장 두드러진 두 가지는 인수합병과 디지털 투자다.

 

패션 업계 최대 권력의 LVMH그룹은 지난 1년 간 티파니, 오프화이트, 에트로, 버켄스탁, 토즈 등을 사들였고, 어센틱브랜즈그룹은 아디다스의 ‘리복’을, 영국의 아소스는 패스트패션 ‘탑샵’을 인수했다.

 

이밖에도 랄프로렌의 ‘클럽모나코’, 갭의 ‘인터믹스’, PVH의 ‘반후센’, ‘애로우’, 온원드의 ‘질샌더’ 등의 주인이 바뀌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가 익숙해 브랜드를 사고파는 일이 흔한 서양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예년에 비해 훨씬 많은 건수다. 위기를 겪는 업체들이 늘면서, 해외 시장에서도 팬데믹은 강자 중심의 구도를 강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또 한 가지 눈여겨볼 대목은 디지털 기술에 대한 투자다.

 

LVMH는 구글과 파트너십을 체결, AI(인공 지능) 기술 지원을 통해 브랜드별 수요 예측과 재고 관리, 최적 상품 추천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팬데믹 이후 소비자들의 명품 온라인 쇼핑이 크게 늘자, LVMH가 기선을 잡기 위해 포석을 놓았다는 해석이 쏟아졌다. LVMH는 또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모조품 방지 솔루션을 개발하기도 했다.

 

케어링그룹은 디지털 플랫폼에 대한 투자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리세일 플랫폼 베이티에르 콜렉티브에 지분을 출자한데 이어 영국 스타트업 핸드백 렌탈 서비스 ‘코쿤(Cocoon)’에도 250만 파운드를 투자했다.

 

미국 최대 리테일러 월마트는 버추얼 피팅 서비스 ‘지킷(Zeekit)’을 인수했다. ‘지킷’은 ASOS, 아디다스, 타미힐피거 등에 버추얼 피팅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고객이 매장을 방문하지 않고도 앱에 자신의 사진을 올려, 원하는 옷을 골라 입어볼 수 있는 AR 기반 서비스다.

 

최근 국내에서도 디지털 전환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인공지능 개인화, 사이즈, 리뷰 관리 솔루션 등 이커머스의 수익 극대화를 위한 솔루션 도입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에프앤에프와 젠틀몬스터가 큰 비용과 시간이 투입되는 PLM(제품 수명 주기 관리) 도입을 결정했고, 삼성물산 등 대형사들도 투자 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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