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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의 시대, 핵심은 ‘소재’
디자인 품질 평준화 … 소재 차별화 부상

발행 2016년 09월 21일

조은혜기자 , ceh@apparelnews.co.kr

가성비가 패션유통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이후 가격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졌다. 길어지는 침체로 같은 퀄리티를 누가 더 저렴하게 내놓느냐가 고객들의 지갑을 여는 키(key)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가성비 트렌드가 ‘가치’로 무게 중심을 옮겨가는 중이다.


‘적은 비용 대비 높은 만족을 주느냐’가 아닌, ‘적은 비용은 아니지만 충분히 지불하고도 남을 만족을 주느냐’로.


현대백화점 패션사업부 장교순 상무는 “가성비에 대한 시장의 변화가 오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스트리트의 등장으로 한동안 어려움을 겪던 영 캐주얼 브랜드들이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등 소비자들의 경험이 쌓이면서 가격보다 질을 우선하는 선택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우수한 제품을 합리적 가격으로 구매하려는 심리가 커지면서 결국 디자인과 소재 퀄리티가 가성비 선택을 판가름 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가성비의 갑은 소재가 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빠르게 트렌드가 공유되는 속에서 디자인 격차를 벌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가에 질린 고객들, 가격보다 질 ‘턴’

 

이렇듯 소재가 가성비의 중요 요소로 인식되면서 브랜드업체들의 프리미엄 라인 강화 전략도 그만큼 활발해졌다. 가치소비에 초점을 맞춰 ‘질’에 승부를 걸고 있는 것.


가격에 무게를 둔 가성비는 온라인과 글로벌 SPA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고, 결국 기성패션의 살 길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을 기반으로 한 ‘고급화’라는 판단에서다. 그중에서도 오프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소재다.


고 퀄리티의 소재 감과 실루엣은 온라인에서 최대한 구현해도 실제를 가늠하기 어려워 소비자들이 오프라인을 선호하는 이유가 된다. 만져보고 입어봐야 그 진가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것을 소비자가 알고 있기에, 프리미엄에 집중하는 것이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좋은 전략이 되는 셈이다.


중고가 여성복 업체 한 관계자도“ 온라인 영향으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은 전략 아이템을 대 물량으로 치고나가는 가격적인 접근이 갈수록 힘을 받지 못할 것이다. 디테일에 신경쓰고 소재를 고급화해 부띠크 못지않은 퀄리티를 갖춰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부분은 온라인 중심 전개업체도 체감하고 있다.


그간 온라인을 중심으로 여성의류를 전개해 온 김경호 이래컴퍼니 대표는“ 온라인 구매단가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그 비중이 아직 미미하다. 가격에 치우쳐 있다 보니 퀄리티 높은 제품을 소비자가 인지하고 비용을 더 지불하는데 한계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페이지플린’으로 오프라인 진출을 계획한 것도 보다 퀄리티 있는 제품 전개를 위한 것이라고 했다.


한섬·형지 등 소재 차별화 나선 중견기업

 

고급화 전략의 표본은 한섬이다. 초창기부터 소재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고급화, 명품화 전략을 이어왔고 고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입지를 단단히 하고 있다.


보유 브랜드를 통해 기능성을 접목한 아이템 개발과 프리미엄 아이템 전개를 활발히 전개해 온 한섬은 이번 추동시즌에도 ‘시스템’을 통해 프리미엄 라인 ‘시스템0’를 새롭게 선보인다. 새롭게 선보이는 내셔널 신규 여성복 ‘래트바이티’역시 고급소재와 자사의 제조 노하우를 기반으로 경쟁브랜드 대비 고품질을 제안한다.

 

‘시스템0’은 평균 20% 이상 높게 책정되는 만큼 업그레이드된 소재와 디자인으로 제안한다. 캐시미어나 라쿤 등 캐주얼브랜드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고급소재로 코트, 니트 등 아이템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40대 고객 유입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래트바이티’는 가격대와 연령에 구애받지않는 ‘에이지리스’ 스타일을 지향하면서 소재에 특히 신경을 썼고, 별도 프리미엄 상품인 ‘익스클루시브 라인’도 갖췄다.


오프라인은 물론 현대홈쇼핑을 통해서도 고급화 전략을 잇고 있다. 실크, 앙고라, 캐시미어 등 고급소재, 지그재그 스티치, 핸드메이드 봉제 등 원단과 봉제기법을 고급화한 전용브랜드 ‘모덴’을 전개하고 있는데, 기존 홈쇼핑 브랜드 대비 높은 가격대임에도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캐시미어 100% 니트는 조기 소진될 정도로 인기가 높고 ‘모덴옴므’(남성라인)까지 전개를 확대하는 중이다.


한섬 김형종 대표는 “결국은 소재 싸움이 될 것이다. 신소재 개발 등 과감한 투자에 나서고 어려울수록 흔들리지 않고 정도를 가야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올 상반기 로드숍을 중심으로 한 여성복 ‘크로커다일레이디’에 프리미엄 전략으로 루비 라인을 선보였다.


자신을 가꾸고 투자하는 것에 열정적인 여성을 일컫는 ‘루비족’을 위한 것으로, 고급스러운 소재와 레이스를 사용하고 비즈 장식 등 화려한 느낌의 블라우스, 플라워 원피스 등 다양한 제품을 구성했다.


또 기능성 소재 전문기업 벤텍스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올부터 자사 여성복에 기능성 소재 원단(스키나, 파워클러)을 독점 공급받으며 경쟁력을 적극 어필하고 있다.


모피업체 근화물산도 백화점을 무대로 최상급소재의 모피 브랜드를 런칭,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키로 했다. 40~45%를 최고급 러시안 세이블로 구성했고, 이에 맞는 패턴 수정만 7~8번을 거치며 비용을 투자했다.


120개 아이템이 모두 다른 스타일과 특색을 가진 소재들로 제작됐다. 1천 마리 중 한마리에게서 볼 수 있는 쉐도우를 가진 모피 등 쉽게 구하기 어려운 제품을 소량의 물량으로 구성해 희소성을 높였다.


이 회사 김흥준 대표는 “당장 변하고 실행에 나서야 미래가 있다고 판단해 과감한 투자를 했다. 다음 달에는 ‘이런 세이블도 있었나’ 할 만큼 뛰어난 품질의 오더메이드 원피도 매장에 전시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소재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전략은 최근 남성 슈즈 시장에서도 활발하다.


천연 가죽 사용은 물론 이탈리아, 독일 등 유럽 브랜드들의 전통적인 제조공법과 염색법을 도입한 명품 수준의 프리미엄 아이템 전개가 늘었다. 고급 소재와 봉제 퀄리티를 갖춘 제품들은 브랜드 밸류를 확보하고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음은 물론 객단가 확보에 도움이 되고 있다.


금강제화는 고급 슈즈 브랜드 ‘헤리티지’보다 상위 등급 수제화인 ‘헤리티지 세븐·S’을 출시해 고급 라인을 강화하고 있고, 형지에스콰이아도 올 초 ‘알쿠노’ 라인을 출시하며 고급 수제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헤리티지’는 50만원에 육박하는 제품도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알쿠노’ 역시 명품 수제화 제작 기술을 접목해 30만원 후반대로 선보였는데 매월 판매율이 상승할 만큼 호응을 얻고 있다.

소재가 곧 ‘브랜드’ … 간판 아이템 개발

 

소재가 크게 부각되면서 소재가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가성비 트렌드의 영향으로 브랜드 인지도 보다는 성능에 초점을 두는 쪽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방식이 바뀌어가고 있어서다.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이 ‘유니클로’의 사례다. 히트텍, 에어리즘, 후리스, 캐시미어, 울트라라이트 다운 등 소재를 무기로 한 아이템들이 브랜드를 받쳐주고 있다. 시즌별 디자인 변화가 크지 않더라도 소재 경쟁력만으로 매출을 견인한다.


올 춘하시즌을 강타한 우븐 슈즈도 브랜드 인지도보다 소재로 더 주목받은 케이스다. 슬리퍼와 샌들 위주였던 여름 슈즈시장에서 소재로 새바람을 몰고 왔다.


가볍고 편한 것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에게 소재의 기능적인 면을 강조하며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다. 폴리에스터 원단이 아래위로 교차하는 짜임방식으로 만들어져 신축성이 좋고 빨리 마르는 소재의 특성이 강점으로 작용했고, 다양한 스타일로 발전할 수 있었다.


특정 소재를 중심으로한 브랜드 전개도 활발하다.


한섬의 ‘더캐시미어’, 짜임의 ‘수미수미’, 이번 가을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선보인 원마일웨어 ‘브이라운지’ 등이 캐시미어, 니트 등을 중심으로 소재와 디자인을 고급화한 제품을 전개하고 있다.


유통사인 롯데백화점도 1년 전 연매출 300억원 규모의 니트 생산업체 마하니트와 손잡고 개발부터 생산, 마케팅, 판매까지 함께한 니트 전문 브랜드 ‘유닛(UNIT)’을 런칭했다. 캐시미어 100% 니트를 주력 아이템으로 고품질에 합리적인 가격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퀄리티 니트 소재를 중심으로 브랜드 제안이 늘고 있는데 대해 “면등 일반 소재에 비해 가격대비 퀄리티 차이를 육안으로도 쉽고 확연하게 알 수 있고, 견고한 고급 니트 소재일수록 클래식하면서도 모던하고 시크한 스타일에 잘 어울려 프리미엄 전략에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영아 ‘씨’ 소재팀장(신원)
로드숍도 소재 차별화 필수

 

기성패션이 저가 온라인, 스트리트, SPA보다 우위를 두려면 유통 인숍(in-shop)뿐 아니라 로드숍도 소재 경쟁력 강화는 필수적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로드숍에서는 전략, 기획 아이템에 포커스를 많이 맞췄다. 하지만 나날이 그 효력이 약해짐을 체감했고, 올 가을을 기점으로 하이엔드(highend)에 초점을 맞춰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비용 투자를 늘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컨템포러리 감성을 더하면서 소재의 힘은 더 중요해졌다.


드라이로즈(날린 듯한 핑크), 그레이시한 라이트 블루 등 고감도의 미들 톤 컬러를 많이 사용하는데 블랙, 레드, 멜란지그레이 등 종전에 쓰이던 가벼운 컬러나 원색컬러와 달리 소재의 질에 따라 구현되는 컬러 차가 뚜렷하기때문이다.


우리도 그렇다. 이번 시즌 수입 소재 사용은 물론 직접 개발이나 퀄리티 소재와 유사 소재의 사용을 다양화하고, 소재와 맞물려 디테일을 살릴 수 있도록 봉제 방법도 업그레이드했다.


저가와 차별화가 확실한 품목인 겨울 아우터는 특수모 사용을 확대했다. 기본 울 소재에 패턴물 중심에서 벗어나 알파카, 모헤어, 캐시미어 혼방 등 특수모가 사용된 비중을 종전보다 30% 늘렸다.


로드숍 중심고객인 중장년층에게 ‘외투는 질 좋은 것을 입어야한다’는 인식이 여전히 크고 선호도가 높아 가격대를 다소 높이더라도 퀄리티 높은 상품비중을 늘리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퀄리티는 백화점 수준이면서 가격은 백화점보다 합리적인 ‘프리미엄’ 아이템. 지속 성장을 위한 로드숍 브랜드들의 밸류 향상이 대단히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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