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도 줄 서게 만드는 ‘메이드 인 코리아’, 히든챔피언 장어 가죽, 모자
뽐므델리의 장어가죽, 영원모자와 PNG의 볼캡 등 세계가 인정

발행 2017년 09월 18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한국 패션 산업의 역사는 고작 60여년. 유럽의 수 백 년 세월이 쌓아 온 내공에 비하면 여전히 모자람이 많다.

 

때문에 국내 패션의 글로벌라이징 사례는 여전히 미미하고 그마저도 한세, 세아, 팬코, 핸드백 시몬느 등 브랜드가 아닌 OEM 산업에 머물러 있다.

 

그런데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미 해외 시장에서 세계 최고로 인정받고 있는 숨은 강자들이 있다.


국내 기업이 만든 볼캡이 미국 시장을 장악하는가 하면, 명품의 본고장인 유럽의 핸드백 시장이 국내 가죽 가공 업체 손끝에 좌우된다고 하면 과장이라 싶을 것이다.


한국産 장어가죽 품질과 디자인에서 압도적 차이

루이비통 등 명품 컬렉션 대부분 한국산 가죽 사용


세계 유일, 최고 수준의 장어 가죽은 정작 국내에서만 그 대우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크리스탈 하나로 세계를 평정한 스와로브스키는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와튼즈에서 태동됐다. 크리스탈 소재에서 시작해 주얼리, 오너먼트(장식) 시장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브랜드의 등장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다. 특히 럭셔리 마켓에서 국내산의 주도력을 눈 여겨 보자.


명품 업체들이 한국산(産)임을 필히 확인하는 ‘종목’이 있다. 바로 장어 가죽이다.


재작년 ‘루이비통’ 컬렉션에서 꽤나 많은 비중을 차지했던 장어 가죽 컬렉션 대부분이 국내산으로 만들어졌다.


루이비통, 돌체앤가바나, 아르마니, 질샌더, 지미추 등 하이엔드 브랜드가 사랑한 장어 가죽은 몽땅 한국산이다. 세계 특수 피혁 업계에서 ‘일스킨(eel skin:장어 가죽)’은 ‘코리아’와 동의어다.


그 중에서도 유럽과 미주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데, 가죽의 메카인 이탈리아 에이전시가 사들여 전 세계에 판다. 이들 에이전시들은 한국산 장어 가죽에 대해 “컬러감과 터치감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평가한다.


이처럼 국내 장어 가죽이 세계 최고가 된 데는 태생적 배경이 있다. 사실상 장어 가죽을 제대로 제조할 수 있는 유일한 생산국이다. 장어를 고급 식용으로 해소하는 나라로, 스킨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가공도 거의 유일하게 가능하다. 부산에서 장어 생껍질을 동두천 피혁단지로 넘겨 제혁을 하는데, 생피를 펴는 작업후에 염색과 원단 작업을 거쳐 피니싱으로 마무리된다.


미국 볼캡 시장 70%를 장악한 ‘메이드 인 코리아’
영안모자 점유율 50% 글로벌 스포츠도 맥 못 춰


세계 볼캡 시장의 가장 큰 소비국인 미국. 야구와 야구 모자 자체가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런 미국 모자 시장을 한국 기업이 평정했다.


영안모자, 유풍, 피앤지 3사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 점유율이 무려 70%에 이른다. 모자 시장에서만큼은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스포츠도 이들 앞에 맥을 못 춘다. 산업자원부가 발표한 자료에도 미국 판매 1위 아이템은 베이스 볼 캡(야구 모자)이다. 제조 총량은 중국이지만 국내 기업이 양산한 캡은 가격이 높아 매출로 단연 1위다.


청계천의 ‘모자 신화’로 알려진 백성학 회장의 영안모자가 30년 전부터 미국 모자 시장의 50%를 장악했다. 이후 한국 기업들에게는 미국 모자 시장은 기회의 땅이 됐다.


영안모자는 지난 50여년 간 미국 야구 모자 판매 1위 기업으로 연간 약 5천억원(출고가)의 매출을 유지해 왔다. 이에 머물지 않고 대우버스, 경인방송, 미국 현지 기계차 기업 클라크 등을 인수해 연 2조5천억 기업으로 성장했다.


유풍 모자는 지난 10여년 만에 미국 수출로만 3500억 원(출고가) 규모를 이뤘다. PNG는 미국 4대 야구 메이저 대회 NFL, NBA, NBO, NHL의 납품 1위 기업이다. 연간 출고가 매출이 700억원에 이른다.

 

인터뷰-정희윤 HY인터내셔날 대표

 

“기술과 디자인 개발 없었다면 가죽 납품 업자에 머물렀을 겁니다”

 

HY인터내셔날은 장어 가죽 수출로 시작해 자체 브랜드 ‘뽐므델리’로 성장한 대표적인 업체다. 주로 바이어와 직거래한다.


이 회사 정희윤 대표 역시 우여곡절이 많았다. 초창기 장어 가죽은 당시 여러 단계를 거쳐 어렵게 만들어 내는 데 성공했지만 적은 마진에 이태리 에이전시에 판매하는데 급급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피니싱과 후가공 디자인을 이탈리아 현지에서 하다 보니 후처리 과정이 필요없다고 느낀 한국 업체들은 원자재만 납품하는 하청업체에 머물게 되고 고부가가치는 이탈리아 차지가 된 것”이라고 회고한다.


이후 정 대표는 국내 가공을 시작하면서 가치를 높이는 작업에 돌입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발생했다. 장어 가죽을 잘 아는 디자이너를 찾기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던 것. 특히 그간 다루지 않았던 특수 피혁이어서 피니싱 디자이너는 더더욱 귀했다.


일반 디자이너는 피혁 전시회 정도만 방문하고 피혁 에이전시와 미팅 정도로 업무를 다 한다고 보는게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정 대표는 결국 직접 국내 피혁 단지까지 발품을 팔아가며 가죽 기술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원하는 디자인을 주문했다. 그러자 디자인에 적합한 가죽이 가공돼 나오기 시작했다.


장어에 적합한 보강재, 본드, 원단 사이즈 등 다양한 요구들을 맞출 수 있게 되면서 장어의 A부터 Z까지 모든 게 가능해졌고 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이 됐다.


가장 원초적 과정부터 기술자와 의논하면서 어떤 느낌의 가죽을 원하고 어떤 컬러를 원하는지 어떤 피니싱 기법이 유행하는지 바로바로 의견을 공유할 수 있게 됐다.


정 대표는 “소재의 느낌과 컬러감은 아주 미묘하고도 민감한 감성을 요구한다. 디자이너가 그러한 요소들을 기술자에게 바로바로 설명할 수 있다면 당연히 좋은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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