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규모 1,576억 달러…라이브커머스가 전체의 32%
쇼피, 틱톡샵, 라자다 3파전…전체 거래액의 97% 차지
[어패럴뉴스 정민경 기자] 국내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 현지 법인이나 오프라인 매장을 먼저 구축하기보다, 온라인 크로스보더 판매를 통한 선 테스트 방식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특히 동남아에서는 라이브커머스가 시장성을 검증하고 매출을 빠르게 끌어올리는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동남아 주요 6개국(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라이브커머스 거래액은 약 504억 달러(약 69조 원)로 추산된다. 동남아 전체 이커머스 플랫폼 거래액 1,576억 달러(약 218조 원)의 32%에 해당한다. 라이브커머스가 동남아 이커머스의 3분의 1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성장 속도도 주목할 만하다. 라이브커머스의 연평균 성장률은 28.5~32%로, 동남아 전체 이커머스 성장률인 12~15%를 크게 웃돈다. 시장 자체가 커지는 동시에 라이브커머스가 이커머스보다 두 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더욱이 동남아 이커머스 시장은 플랫폼이 분산돼 있지 않다. 쇼피, 틱톡샵, 라자다 등 상위 3개 플랫폼이 전체 거래액의 약 97%를 차지하는 구조로, 사실상 세 플랫폼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다수의 채널을 무작정 개척하기보다 이들 플랫폼의 성격에 맞춰 진입 전략을 짜는 것이 효율적이다.
'보여주고 파는' 틱톡샵
동남아 라이브 성장 견인
이 가운데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채널은 틱톡샵이다. 틱톡샵은 2023년 말 인도네시아 토코피디아 지분 인수를 통해 몸집을 크게 키우며 2024년부터 동남아 이커머스 거래액 순위에서 라자다를 앞섰다. 지난해 틱톡샵의 동남아 거래액은 전년 대비 100% 급증한 약 456달러를 기록했다. 거래액 대부분은 라이브커머스, 숏폼 쇼핑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동남아에서 라이브커머스는 중국과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라이브 방송 자체의 판매력과 플랫폼 트래픽을 적극 활용하는 시장이라면, 동남아에서는 숏폼으로 브랜드를 발견하게 하고 라이브로 구매를 전환하는 구조가 중요하다.
특히 중고가 패션 브랜드는 처음부터 라이브에서 가격과 물량으로 승부하기보다 인스타그램 릴스나 틱톡 등을 통해 브랜드의 정체성과 룩액필을 먼저 보여주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이후 인플루언서 공동구매나 라이브커머스를 판매 부스터로 활용하는 단계적 접근이다.
이는 동남아 소비자의 구매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경우 숏폼 콘텐츠를 통해 브랜드를 먼저 접하고 신뢰를 형성한 뒤 라이브에서 구매하는 롱테일형 소비가 주로 나타난다.
소득 수준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향후 성장성은 베트남과 태국 높아
동남아 전체를 하나의 시장으로 보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국가별로 소득 수준과 객단가, 소비 성향, 플랫폼 이용 방식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핵심 시장은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다. 두 국가는 동남아에서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과 객단가가 높고, 한국에서 직접 배송하는 크로스보더 생태계도 잘 갖춰져 있어 패션 브랜드 입장에서 사업 효율성이 높다. K-브랜드 선호도 역시 강하다.
특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의 젊은 부유층 및 화교 소비자는 인스타그램을 통한 발견 커머스에 익숙하다. 릴스와 같은 숏폼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고, 이후 플랫폼이나 독립몰에서 구매하는 흐름이 형성돼 있다.
말레이시아는 타깃을 세분화할 필요도 있다. 구매력이 높은 화교층은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중심의 소비 성향을 보이는 반면, 말레이계 대중 시장은 틱톡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따라서 현지 파트너나 벤더를 선정할 때도 어느 소비층에 강점이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성장 시장은 베트남과 태국이다. 시장 규모는 크지만 객단가가 낮고 현지 제조 기반이 잘 갖춰져 있어 중저가 제품과의 경쟁이 치열하다. 한국 브랜드라는 이유만으로 판매가 발생하기보다는 확실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상품 차별화가 필요하다.
잠재 시장은 인도네시아다. 시장 규모만 보면 동남아 최대 시장이지만, 객단가가 낮고 보호무역 성향이 강해 초기 진출 시장으로는 부담이 크다. 대신 인구 규모와 인플루언서 팬덤을 활용한 대량 판매 가능성은 가장 크다. 인도네시아는 처음부터 진입하기보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서 브랜드를 검증한 후 확장하는 시장으로 보는 전략이 적합하다.
플랫폼별 역할 명확
'목적' 따라 선택해야
플랫폼별 역할도 명확하다. 쇼피는 동남아 최대 거래액을 기반으로 대중적인 물량 확대에 적합하다. 리셀러가 많고 중국의 타오바오와 유사한 성격이 강해 폭넓은 소비자에게 빠르게 상품을 노출하기 좋다. 반면 가격 경쟁이 치열해 프리미엄 브랜드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면서 판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라자다는 쇼피보다 거래 규모는 작지만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 중심 운영으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보여주기 좋고 객단가도 상대적으로 높아 중고가·프리미엄 K-패션이 접근하기 적합하다. 특히 화교 기반의 부유층을 겨냥할 경우 활용도가 높다.
틱톡샵은 숏폼과 라이브커머스가 결합된다는 점이 가장 큰 차별점이다. 콘텐츠를 통해 소비자를 유입시키고 같은 플랫폼에서 바로 구매까지 연결할 수 있어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 전환을 동시에 노릴 수 있다.
인스타그램은 브랜딩과 발견, 페이스북은 팬덤 기반 판매, 텔레그램은 인플루언서의 충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직접 판매에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페이스북은 인플루언서가 자신의 독립몰로 소비자를 연결해 판매하는 방식이 강력한 것으로 분석된다.
크로스보더의 핵심 장점은
'재고를 들고 가지 않는 것'
동남아 진출에서 크로스보더가 주목받는 이유는 초기 투자와 재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은 뷰티와 달리 상대적으로 인허가 규제 부담이 적고 제품의 부피와 무게가 작아 국제 배송에 유리하다. 무엇보다 현지에 상품을 미리 쌓아두지 않고 주문이 들어오면 한국에서 바로 배송할 수 있어 현지 창고 및 악성 재고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중국 로컬 시장에서 반품이 매우 편리해 반품률이 최대 80%까지 올라가는 것과 달리, 한국에서 직접 배송하는 크로스보더는 상대적으로 반품이 어렵기 때문에 과도한 반품에 따른 물류비 재발생과 재고 손실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이철호 라라스테이션 대표는 "초기에는 한국 물류센터에서 주문을 받아 현지 소비자에게 직접 배송하고, 판매 데이터가 축적된 이후 현지 풀필먼트나 재고 거점 구축을 검토하는 단계적 전략이 현실적이다"라고 조언했다.
"크로스보더 경쟁력은 '글로벌 팬덤'...인플루언서 통한 신뢰 쌓기 선행돼야"
이철호 라라스테이션 대표
국내 온라인 크로스보더 시장 규모가 확대되는 과정에서 현지 소비자의 실제 구매를 움직이는 인플루언서와 팬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라라스테이션은 글로벌 팬덤을 기반으로 브랜드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커머스 기업으로, 라이브 방송 기획·제작부터 AI 기반 SaaS 솔루션, 마케팅, 글로벌 유통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이철호 대표가 강조하는 차별점은 팬덤이다.
이 대표는 "동남아는 플랫폼에 상품을 올려놓는다고 팔리는 시장이 아니다. 인플루언서가 상품을 소개하고, 그 인플루언서를 믿는 팬들이 움직이는 구조"라며 "그래서 팔로워 수보다 실제로 물건을 팔 수 있는 팬덤을 가진 셀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라라스테이션이 인플루언서를 선정할 때도 팔로워 규모보다 콘텐츠 도달률과 시청자의 성별, 연령, 국가 등 백단의 데이터를 확인하고 브랜드의 타깃과 맞는지를 먼저 검증한다. 또 제품 판매 경험과 팬들과의 결속력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인플루언서를 선정한 이후에는 바로 라이브 방송에 들어가지 않는다. 최소 한 달 이상의 시딩을 통해 제품을 직접 사용하고 경험하는 과정을 콘텐츠로 축적한다.
이 대표는 "팬들에게 갑자기 제품을 팔라고 하면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 인플루언서가 먼저 써보고 왜 좋은지 설명하면서 신뢰를 쌓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 과정이 쌓여야 라이브에서 실제 구매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이너뷰티 브랜드 '비비랩'은 말레이시아 한 인플루언서와의 협업을 통해 지난해 라이브 방송 8회로 약 10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올해는 7월까지 약 15억 원을 기록했다. 해당 인플루언서의 성공을 본 20여 명의 인플루언서가 자발적으로 판매에 합류하면서 팬덤이 또 다른 셀러로 확산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라라스테이션은 현지 사정에 밝은 운영 조직과 방송 기획력, 데이터 기반 마케팅 역량을 결합해 브랜드의 시장 진입 시행착오를 줄이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 대표는 "국가마다 소비자와 플랫폼, 규제가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통하는 하나의 모델을 해외 시장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현지에서 실제 판매가 가능한 셀러와 운영 조직을 확보하고, 그들과 함께 브랜드에 맞는 판매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
| X THE LEAGUE(XTL) |
라라스테이션의 다음 단계는 팬덤을 콘텐츠 IP로 확장하는 것인데, 지난 8월 2일 ENA와 공동 제작한 글로벌 커머스 서바이벌 'X THE LEAGUE(XTL)'의 첫 방송을 시작했다. XTL은 한국, 미국, 일본,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9개국 40명의 셀러가 참여해 국가별 팀을 구성하고 판매 경쟁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각국의 영향력 있는 셀러와 국가대항전이라는 포맷으로 방송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이제 커머스는 상품만 잘 만들어서 파는 시대가 아니다. 누가 이야기하느냐, 누가 그 이야기를 믿느냐가 중요하다"며 "인플루언서의 팬덤을 하나의 커머스 자산으로 보고 한국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결합하면 더 큰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XTL은 글로벌 셀러의 기존 팬덤을 콘텐츠로 끌어들이고,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시청자를 다시 커머스로 연결하는 실험이다. 이 대표는 "글로벌 셀러들이 모이고, 그들의 팬덤이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브랜드와 콘텐츠가 함께 성장하는 글로벌 커머스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