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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의 달인, 2013년 소비자를 말한다
브랜드 충성도·세일 효과·단골 실종

발행 2013년 10월 01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 판매의 달인, 2013년 소비자를 말한다

브랜드 충성도·세일 효과·단골 실종

현장 판매 전문가들에게 오늘의 소비자에 대해 물었다. 백화점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경력의 숍 매니저들은 ‘브랜드 충성도’, ‘세일 효과’, ‘단골 고객’ 이 세 가지가 사라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더 가치 있는 상품과 신뢰 구축에 주력해 주기를 주문했다. 하루 열 시간 이상을 소비자들과 대면하며 살아 온 이들은 지금의 소비자들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을까. 그 격세지감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한선미희 매니저(‘띠어리’ 신세계 강남점)

“트렌드가 아닌,
자신을 이해하는 옷을 찾는다”


 
▲경력: 20년 ▲주요 근무지: ‘타임’, ‘마인’, ‘앤클라인’ 등
 

백화점 고가 여성복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10%의 고객이 90%의 매출을 차지한다. 다만 그 10%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과 소비 패턴이 과거와 많이 달라졌을 뿐이다. 다시 말하면 고객은 언제나 존재해 왔는데, 그들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는 것 같다. 과거와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스타일에 있어 나이의 개념이 사라졌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띠어리’는 20대부터 60대까지 거의 전 연령대가 구매 가능한 에이지리스(ageless)의 특징을 가진다. 반드시 백화점의 고급 매장에서만 옷을 구매하는 소비자라 할지 라도 옷 자체가 튀는 것을 즐기는 소비자는 이제 찾기 힘들다.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세련되고, 편안한 옷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이는 삶의 방식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10년 전 ‘타임’에 근무할 당시에는 정말 말 그대로 브랜드 마니아가 존재했고, 매장에서 권유하는 대로 세트로 옷을 구매하는 소수의 소비자들이 매출을 견인했다. 하지만 지금은 수입 컨템포러리 브랜드도 각각의 단품을 구매하고, 옷을 좀 더 아는 고객들은 신사동 가로수길의 편집숍 등에서 구매하는 것을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여긴다.
브랜드 라벨은 사실상 아무런 고려 대상이 못 된다. 옷이 소비자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고 트렌드만 쫓아가다 보면 괴리가 생기기 마련된 것 같다.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생활 패턴은 겨울엔 래깅스와 스키니를 유행시키고, 올 여름엔 반바지로 이어졌다.
고객에게 ‘유행’이라는 단어는 더 이상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오히려 적극적인 구매 의사를 반감시키는 부작용이 있을 때가 더 많다. 충성도를 가지 단골 고객은 이제 거의 사라졌고, 고가든 저가든 정보를 가진 실속형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옷을 만드는 사람들은 훨씬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대인 것 같다.



김순영 매니저(‘톰보이’ 신세계 본점)

“백화점 고객은
백화점다운 상품을 원한다”


 
▲경력: 18년 ▲주요 근무지: 롯데백화점, ‘숲’, ‘코데즈컴바인’ 등
 

과거에는 정으로 매장을 찾는 단골 고객들이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이 실속형 소비자다. 과거 소비자들이 매장의 권유나 제안을 쉽게 받아들였다면 지금은 소비자들이 더 많은 지식과 정보를 가지고 매장을 찾는다.
그 배경에는 인터넷 문화의 발달이 가장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백화점 고객이 30~40대로 고착화되고 20대는 거의 사라진 이유도 그나마 30~40대가 20대에 비해 인터넷 환경과 덜 밀접한 상태에 놓여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정보를 파악하고 매장에 와서 제품을 눈으로 보고도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현장에서는 힘들게 응대하고도 놓쳐야 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오히려 백화점에서 판매하는 브랜드는 더 백화점 브랜드다워져야만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상품과 서비스 모두 백화점에 왔을 때만 만날 수 있는 것이 되어야 백화점에 오는 고객들을 자신 있게 설득할 수 있다. 상품이 넘쳐 나는 시대에 소비자들이 쉽게 지갑을 열지 않는 이면에는 지불 대비 가치가 충분히 만족스러운 상품을 만나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역설이 숨어 있는 것 같다.
선택의 폭이 넓어질수록 소비자들이 까다로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백화점에서 제공하는 상품과 서비스가 마땅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중가, 중저가를 흉내 내기에 급급하다면, 백화점은 그저 아이쇼핑(eye shopping)의 장소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
세일은 매출을 올리기 위하 수단이 아니라, 매출을 방해하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 소비자들이 세일에 익숙해지면, 매장은 어쩔 수 없이 거짓말쟁이가 된다. 세일하지 않고도 매력적인 브랜드와 상품은 백화점에서 구매할 준비가 된 고객들에게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제안될 수 있다.



최선자 매니저(‘시슬리’ 현대 무역센터점)

“세일은 본래의
목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경력: 20년 ▲주요 근무지: ‘톰보이’, ‘나인씩스뉴욕’ 등
 

90년대 초중반 ‘톰보이’가 세일을 시작하는 첫날이면 백화점 문 앞에서 개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줄을 선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불과 20년 만에 바뀐 풍경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
요즘 소비자들에게는 브랜드 충성도 자체가 사라진지 오래다. 신뢰할 만 한가 아닌가를 볼 뿐이고, 그 신뢰조차도 비슷한 조건에서 기능할 뿐, 더 좋은 조건을 만나면 고려의 대상의 되지 못한다.
디자인, 소재, 컬러 등을 따져 필요한 아이템을 구매하는 고객들은 필요 이상의 접객이나 권유를 꺼린다. 단골 고객의 스타일리스트 같았던 숍 매니저의 역할은 이제 고객이 원할 때에만 충실한 조력자로 바뀌었다.
최근 1~2년 사이 강남권 점포에는 주말을 이용한 30~40대 부부 동반 쇼핑객이 많이 늘었다. 쇼핑을 여가의 한 부분으로 여기고, 가족 단위의 라이프스타일을 지향하는 중산층들이다.
경제력의 차이가 구매 패턴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 같다. 과거 수입이 높은 고객들 중 일부는 신용카드를 매장에 맡겨 놓다 시피 하고 한 번에 여러 벌의 상품을 구매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수입이 높다 하더라도 필요한 단품을 골라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수입이 낮은 소비자라 할지라도 충분한 가치가 있으면 고가 제품이라도 구매를 꺼리지 않는다. 그만큼 실속적이고 합리적인 구매 패턴이 전 세대, 전 계층에 걸쳐 자리잡은 듯 보인다.
그래서 싼 가격으로 고객을 유인하고자 하는 세일은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다. 팔리는 상품은 세일을 안 해도 팔리고, 안 팔리는 상품은 세일을 해도 안 팔린다. 고객의 입장으로 바꾸어 말하면 필요한 상품은 비싸도 사지만, 필요하지 않다면 아무리 싼 값에 팔아도 사지 않는다는 뜻이다.
구매 채널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20대들은 불과 5~6년 사이에 백화점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다 시피 하고 있다. 결국 백화점은 백화점 고객에게 충실한 상품과 서비스가 더 필요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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