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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빅3 임원이 바라 본 패션 유통의 ‘오늘’

발행 2016년 04월 22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롯데, 현대, 신세계 빅3 백화점의 패션을 담당하는 임원들이 말했다. “백화점은 집객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할 테니 그대들은 상품의 혁신을 맡아 달라”고.
백화점은 여전히 패션 시장을 끌고 가는 강력한 유통이다. 더욱이 국내는 온라인, 아울렛, 복합쇼핑몰 등 거의 모든 업태를 유통 빅3가 장악하고 있다. 그래서 그들은 언제나 패션 산업계의 중대한 축을 이뤄왔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백화점 스스로도 엄청난 변화의 요구 앞에, 혁신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  
빅3 상품본부에서 패션을 담당하는 임원들은 공통적으로 ‘상품의 본질과 혁신’을 강조했다. 또 다채널 시대에 채널별, 혹은 점포별 MD 차별화는 유통의 필수 전략이라고 했다.

 

이재옥 롯데백화점 여성패션부문 상무

지금은 기존 고객의 충성도와 새로운 소비층의 니즈가 혼재하는 과도기인 것 같다.

패션 기업 입장에서는 과감히 도전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게 느껴지고, 그냥 안주하자니 미래가 불안한 상태일 것이다.

롯데는 타 유통에 비해 내셔널 브랜드 비중이 여전히 높지만, 혁신적인 브랜드 개발의 필요성을 크게 느낀다. 지금은 시대가 교차하는 시기가 분명하고, 그에 대비한 선순환 모델을 만들어 내야만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다.

여성복만을 놓고 보자면 영캐주얼은 가장 비중이 높지만 기복이 심하고 세대가 교체되어 가는 중이다. 캐릭터는 여성패션 전체 신장률을 웃돈다. 비교적 동질화가 덜 되어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소비층, 구매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것 같다.  커리어, 시니어는 변화가 필요하다. 소비자와 공급자 모두 세대교체의 기로에 서 있는데 지나치게 동질화되어 있다.

국내 패션 시장의 싸이클은 길어야 5년 정도다. 지금은 싸이클이 전화되는 시기다. 긍정적으로 해석한다면 향후 5년간 새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새로운 니즈가 커지고 있음을 느끼지만 그것을 충족시킬 만한 콘텐츠를 찾는 일은 쉽지 않다.

소비자들이 옷을 사지 않는 게 아니라, 옷에 대한 사람들의 태도, 구매 방식 등이 바뀐 것이라는 사실을 업계가 제대로 인식한다면 그 안의 새로운 기회들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신진 디자이너 등 20~30대 새로운 파워 집단과의 네트워크에 관심을 기울이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의 제도권은 사실상 제안 기능을 거의 상실한 상태인데, 패션은 일정 정도 제안 기능을 할 때 비로소 패션이다. 올해 롯데가 진행중인 붐업 프로젝트, 일명 ‘러블리 레이디 프로젝트’는 유통이 할 수 있는 제안을 통해 선순환을 돕고자 하는 프로젝트다. 

스트리트는 현재와 같은 동질화된 상품과 가격 경쟁력만으로는 향후 지속 성장이 어려울 것이라고 여겨진다. 기획, 제조 능력이 50% 이상은 되는 곳들을 우선 육성하려고 한다.

지난해부터 점포별로 주력 MD를 달리하는 전략을 실행해 효과를 봤다. 향후 이는 더 확대될 것이고, 에이지가 아닌 테이스트를 기준으로 한 MD도 점차 확장될 것이다. 

 

장교순 현대백화점 패션사업부 상무

의류 수요는 결코 줄지 않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공급 포화 상태다.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한 브랜드가 거의 모든 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과도기적인 양상이 일상이 되어 있다. 패션 중에서도 진, 이지를 포함한 영캐주얼을 보면 그러한 양상이 가장 심하다. 향후 채널 관리가 되지 않는다면 생존의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유통 입장에서는 ‘원료’가 감소하거나 사라지는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결국 채널별로 전문화가 필요해 보이고, 백화점은 고객이 백화점에 와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줘야 한다. 패션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아무데서나 만날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닌, 개별적 가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일 중 하나가 채널 관리다.

지금은 ‘오리지널리티(독창성)’가 독이 되는 시대다. 명품들도 시대성을 대변하는 컨템포러리 경향을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아이덴티티(정체성)’ 확립은 어느 시대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이 아이덴티티를 확립한다면 채널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

컨템포러리 시장이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현대는 컨템포리리 존을 클래식과 영으로 세분화할 계획이다.

요즘 시대의 화두, ‘가성비’는 글로벌 SPA와 경쟁에서 이기기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면 국내 업체들이 살 길은 결국 ‘밸류’다. 콜라보레이션 등을 통해 새롭고 다른 가치를 제안하고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로벌 SPA가 콜라보레이션이나 세컨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전개하는 것은 그들 나름의 혁신이고, 밸류 업그레이드 전략이다. H&M의 세컨 브랜드 ‘코스’는 SPA에 밸류를 더한 브랜드다. 반대로 가성비를 갖춘 컨템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브랜드는 패션 강국인 유럽에서도 대세로 부상할 만큼 강력한 시대성을 갖추고 있다. 수입이나 내셔널 모두에 위협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생존을 위해서는 시대 트렌드에 맞춰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백화점 역시 혁신의 요구 앞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백화점은 명품 의존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지만, 이제는 한계가 왔다. 상권별, 지역별로 점포의 특성화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현대 판교점은 그러한 고민을 통해 융복합 전략을 구현한 점포다. 브랜드가 아닌 상품군 별 편집과 공간으로서의 ‘특화’에 주력했다. 현재는 시장 니즈에 비해 콘텐츠가 부족한 게 현실이기 때문에 공간의 차별화를 통해 새로움을 제공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손문국 신세계백화점 패션담당 상무

 

지금까지 국내 패션 유통은 ‘외형’ 혹은 ‘규모’라는 테마에 매몰되어 있었다.

경제 성장기가 시작된 과거로부터 현재까지는 외형에서 앞서는 것이 곧 승리하는 공식이었고, 그것이 통했지만, 이제는 보다 본질적인 차원의 경쟁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시작됐다.

공급이 너무 많아지면서 소비자 선택지는 넘쳐나고, 개인화되어가며 내면의 질을 추구하는 경향은 패션 유통 시장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새롭게 바꾸고 있다.

과거 유통업이 부동산 임대업이었다면, 현재까지는 브랜드 유치를 통한 MD 경쟁을 치뤄왔다. 신세계는 이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과 니즈를 충족시켜 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마트타운의 전문관 ‘일렉트로’나 ‘트레이더스’를 개별 전문점으로 인큐베이팅하는 사례가 백화점 측에서도 진행된다.

최근 리뉴얼 오픈한 신세계 강남점에는 컨템포러리, 아동, 슈즈관 등 대형 전문관이 들어섰다. 이는 기존의 단순 MD를 넘어, 점포의 집객력을 높이기 위한 공간 개발과 상품의 깊이, 즉 전문성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신세계의 새로운 방향을 대표적으로 드러낸 사례다.

점포 안에 아쿠아리움, 대형 북 스토어, 어린이 놀이터를 구성하는 발상은 고객 스스로 찾아올 이유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 경쟁력 있는 콘텐츠가 결합됐을 때 비로소 새로운 유통이 완성된다고 봤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콘텐츠, 즉 상품의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고객’을 통해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일이지만, 현재까지도 많은 업체들은 유통망과 외형 확장에 매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대 교체의 시기에 선 기존 기업들의 불안함도 있겠지만, 본질은 고객과 시대의 트렌드다. 그리고 그것을 추종하는 동시에 제안하는 것이 패션의 역할이라고 본다.

최근 바이어들은 인터넷 댓글을 뒤지고, 발품을 팔아 가며 콘텐츠를 찾는다. 그렇게 찾아낸 브랜드 중 대표적인 곳이 요가웨어 ‘물라웨어’와 란제리 ‘바디블루’다. 이들은 강남점 4층과 10층에서 각각 대박을 냈다. 이제는 안정권에 진입한 ‘배럴’이나 ‘라이풀’도 좋은 성공의 예라고 보여진다. 


지금 백화점은 그 어느 때보다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캐주얼 스트리트의 젊은 사업가들이 그런 것처럼 제도권 업체들도 적극적인 제안을 해 준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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