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진행된 '톰과 제리 한옥 대소동' 팝업스토어 |
패션보다 강력한 팬덤…젊은층·관광객 유치 1등 공신
백화점부터 아울렛까지, 전담조직·전용공간 투자 늘려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유통가의 '킬러 콘텐츠'가 패션에서 지식재산권(IP) 콘텐츠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팬덤을 기반으로 집객력을 담보하는 동시에 젊은층과 해외 관광객 유치에 가장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콘텐츠 장르도 캐릭터에서 게임, 애니메이션, 케이팝, 웹툰 등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유통가의 대우도 달라졌다. 단기 팝업이 주류였다면, 전용관과 상설 매장이 크게 늘었다.
신세계는 본점, 강남점, 현대는 더현대 서울과 신촌점, 롯데는 잠실점을 대표적인 'IP 성지'로 육성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3년 40회, 지난해 77회 팝업을 진행한 데 이어 올해는 상반기에만 40회 이상을 열었다. 현대는 지난해만 300회 이상, 올해 1분기에만 100회 이상을 진행했다.
현대백화점이 지난 4~5월 더현대 서울에서 진행한 버추얼 아이돌 '플레이브' 팝업스토어에는 11일간 2만 명 이상이 방문했다. 구매 전환율 80%를 넘어서며 역대 팝업스토어 가운데 최고 기록을 세웠다.
지난 2월 판교점에서 열린 블리자드의 게임 '오버워치' 팝업은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이 찾았고, 5월 더현대 대구에서 진행한 글로벌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팝업은 사전 예약 오픈 하루 만에 전 회차가 매진되면서 누적 방문객이 20만 명에 달했다.
IP 팝업에 사활, 패션 매출 대비 10~20배
롯데가 지난 7월 롯데월드몰에서 진행한 '톰과 제리 한옥 대소동'에는 10만 명 이상이 방문했고, MZ세대가 65%의 매출을 차지했다. 4월 '반다이남코 팬시 페스타'에도 하루 평균 1만 명 이상이 몰려 주요 상품이 첫날 완판됐다.
신세계는 지난 3월 본점 '더 헤리티지'에서 방탄소년단(BTS) 광화문 콘서트 기념 공식 팝업스토어를 운영, 이 기간 본점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70.2% 증가했고, 1분기 외국인 매출은 140% 신장했다. 지난 2월 강남점에서 진행한 모바일 리듬게임 '프로젝트 세카이 컬러풀 스테이지!'는 오픈 당일 대기 시간이 약 3시간에 달했고, 방문객의 약 70%를 20대 여성이었다. 7월에는 AI 크리에이터 '김햄찌'의 첫 유통사 단독 팝업을 열며 흥행을 이어갔다.
대형 공간을 보유한 복합쇼핑몰은 더욱 적극적이다.
신세계프라퍼티의 스타필드는 중앙 아트리움과 광장 등 대형 공간을 활용해 캐릭터 IP를 체험형 콘텐츠로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고양, 하남점에서 레고, 브롤스타즈, 마비노기, 코카콜라 팝업을 진행, 행사별로 최소 9억, 최대 11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도 '텔레토비' 등 인기 IP와 팝업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다.
타임스퀘어는 아트리움을 중심으로 최근 1년간 약 300개의 팝업스토어를 열어 누적 방문객 3,000만 명을 기록했다. 팝업 매출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고, 그중 아이돌 '에이티즈' 캐릭터 팝업은 2주간 방문객 5만 명, 매출 15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공연과 F&B, 캐릭터 IP, 시즌 콘텐츠를 결합한 'L.I.V.E' 전략을 강화한다.
 |
| 용산 아이파크몰 '도파민 스테이션' /사진=권도이 기자 kdiphoto@apparelnew.co.kr |
유통사 '팬덤의 놀이터' 조성 경쟁
최근에는 단발성 팝업을 넘어 상설 공간을 확대하며, 점포를 '팬덤의 놀이터'로 바꾸고 있다.
롯데는 해외 관광객과 젊은층 비중이 높은 잠실 월드몰에 IP 콘텐츠 매장 '펀스퀘어(70평)'와 '케이팝스퀘어(45평)'를 운영하고 있다. '펀스퀘어'는 '재미'와 '광장'이라는 의미를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건담 프로모델에서부터 피규어, 캡슐토이 브랜드인 가샤폰, '이치방쿠지'까지 인기 콘텐츠를 한데 모았다. 지난 6월에는 K팝 IP 매장 '케이팝스퀘어'를 런칭, 아이돌 포토 부스와 패션·굿즈 등을 선보이고 있다.
현대는 젠지 고객 비중이 높은 신촌점을 엔터테인먼트 특화 점포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5월 12층 전체를 서브컬처 복합문화공간 '스페이스 일러스타'로 조성했다. 버추얼 아이돌 공연과 팬미팅, 코스튬 플레이 등을 즐길 수 있는 팬덤 체험 공간이다.
신세계는 강남점에 '오픈스테이지'를 통해, 캐릭터부터 애니메이션, K팝, 버추얼 아이돌까지 장르를 넓히며 젊은 고객 유입을 강화하고 있다.
쇼핑몰과 아울렛의 투자는 더 적극적이다.
아이파크몰은 용산점 리빙파크 3층 약 2,000평을 '도파민 스테이션'으로 조성했다. 팝업스토어와 굿즈숍, F&B를 결합한 취향 콘텐츠 공간으로, 오픈 1년 만에 누적 방문객 1,000만 명을 돌파했다. AK플라자는 홍대점을 애니메이션·캐릭터 IP 중심 점포로 육성한 데 이어 수원점에 약 600평 규모의 '팝토피아'를 조성했다.
마리오아울렛은 공장과 물류 부지에 약 3,300평 규모의 글로벌 게임 IP 전문 공간 'MGM IP 유니버스 2026'을 추진하고 있다.
자체 캐릭터 개발에도 적극적이다. 현대의 '흰디', 롯데그룹의 '벨리곰' 등이 대표적이다. 현대는 2022년 업계 최초 상품 본부 산하 IP 사업팀을 꾸린데 이어 올해 초 중장기 전략 부서인 '콘텐츠랩'을 신설했다. '흰디' 등 자체 IP 사업과 외부 전문 업체와의 협업을 확대하고 있다.
뜨거운 유통사, 신중한 IP사…협업 '온도 차'
 |
| 지난해 4월 무신사 성수@대림창고에서 열린 산리오캐릭터즈 팝업 당시 대기 인파 /사진=무신사 |
유통사 거래 조건에 IP사 마진 구조는 취약
일부 인기 IP 편중...직접 유통 나서기도
유통 업계의 IP 콘텐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IP사를 상대로 한 협업 제안도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에 이어 아울렛, 대형마트, 편의점까지 제안이 확대됐으며, 건수도 종전보다 2~3배 늘었다. 협업 범위 역시 팝업스토어에서 시즌 장식과 몰 이벤트, PB 상품 개발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팝업 전문 업체를 거치지 않고 IP사에 직접 접촉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거래 구조는 일반적인 매장 입점과 다르다. 유통사가 공간을 제공하면 IP사가 콘텐츠 기획과 제작·설치, 운영 비용의 상당 부분을 부담한다. 유통사가 마케팅비 명목으로 일부 비용을 지원하기도 하지만, 실제 한 협업 제안에서는 IP사와 유통사의 비용 분담 비율이 7대3으로 책정됐다. 상품 판매액에는 20% 안팎의 유통 수수료도 별도로 부과된다. 인기 점포와 비인기 점포를 묶어 행사를 제안하는 사례도 있다.
인기 IP에 대한 제안이 집중되면서 신규 콘텐츠의 진입 장벽은 반대로 높아지고 있다. 산리오캐릭터즈의 '헬로키티'와 팝마트의 '라부부·몰리'를 비롯해 미피·스누피·텔레토비·톰과 제리·망그러진 곰·잔망루피·최고심·춘식이 등 팬덤과 상품성이 검증된 캐릭터에 제안이 몰리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통사는 IP를 통해 집객과 점포 전체의 매출 상승 효과를 얻지만, IP사는 굿즈 판매만으로 행사 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일부 IP사는 백화점 대신 성수·연남·북촌·홍대 등 주요 상권에서 소규모 단독 매장을 운영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투자비를 줄이면서 소비자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브랜드의 정체성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