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찌라] ‘이브 생 로랑’을 입고 혁명을 외치던 프라다의 딸

발행 2025년 09월 10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찌라의 ‘기업 읽어드립니다’ - 프라다 (上)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포스터

 

2006년 개봉한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0년이 지난 지금, 메릴 스트립과 앤 해서웨이가 총출동하는 속편 제작으로 다시금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왜 악마는 샤넬이 아니라 프라다를 입을까?

 

프라다는 단순한 부의 상징이 아닌 철학적이고, 때론 불편할 만큼 솔직한 태도로 지적 럭셔리를 대표한다. 샤넬이나 에르메스가 전통적 우아함을 대표한다면, 프라다는 철학과 태도를 담아 진보적 디자인을 선보여 왔다. 이는 직장 여성이 증가하는 시대적 변화에 부합했다. 실용적이면서도 세련된 프라다는 “지성적이고 자의식이 강하지만 섹시한 여성”을 추구했다. 그 뒤에는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삶을 살아온 미우치아 프라다가 있다.

 

19세기 말 밀라노의 공무원 집안에서 태어난 마리오 프라다는 유럽과 미국 전역을 여행할 만큼 부유했다. 1913년, 그는 동생과 함께 밀라노 상류층을 겨냥한 고급 가죽 제품 매장 ‘프리텔리 프라다’를 오픈하고, 귀족과 왕실로부터 빠르게 사랑을 받으며, 사보이 왕가의 공식 공급업체로 지정된다.

 

마리오 프라다는 굉장히 보수적인 남성이었다. 여성은 비즈니스에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딸들에게 사업을 물려줄 생각이 없었다. 하지만 아들은 경영에 관심이 없었고, 1958년 마리오가 사망한 후 결국 딸 루이자 프라다가 가업을 이어받는다. 작은 공방이었던 프라다는 경제 대공황과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쇠퇴기에 접어든다. 그러자 루이자는 그녀의 딸을 회사로 끌어들이니, 그녀가 바로 마리아 비안키였다.

 

그녀는 처음부터 패션에 관심이 없었다. 밀라노 대학에서 정치학 박사과정까지 수료하고, 이탈리아 공산당 활동과 여성 인권운동을 하던 활동가였다. 1968년 학생운동 현장에 이브 생로랑의 정장을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되자, 한 달치 노동자 임금에 해당하는 옷을 걸치고 반자본주의를 외친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하지만 바로 그 아이러니가 미우치아였다. “나는 언제나 모순을 사랑한다.” 그녀가 훗날 말한 고백은 이때 시작되었다.

 

졸업 후 그녀는 5년간 마임을 배웠다. 무대 위에서 몸으로 이야기를 만드는 훈련, 관객과 호흡하는 감각은 그녀의 디자인에 스며들었다. 비안키의 부모는 그녀가 활동가나 마임을 하는 것을 반대했고, 가업을 잇기를 바랐다. 비안키는 70년대 시위를 하던 활동가 여성으로서 핸드백을 만드는 것이 모순적이고 부끄러웠지만, 동시에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 마리아 비안키는 마침내 가업을 잇기로 결심한다. 그리고는 미혼이었던 이모 밑으로 입양 절차를 거쳐, 프라다라는 성을 얻게 되고 미우치아 프라다로 개명한다.

 

미우치아는 세상이 원하는 럭셔리 제품이 아닌 새로운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 부르주아적인 가죽이나 최고급 수제 패브릭이 아닌 새로운 소재를 모색한다. 그 결과 가방의 소재로 군용 낙하산이나 텐트에 쓰이던 포코노 나일론을 선택하고, 요란한 문양이나 큰 로고 대신 작은 금속 로고를 붙였다. 가볍고 실용적인 이 가방은 폭발적인 인기를 끈다. 기네스 팰트로, 우마 서먼 같은 유명 배우들도 착용했다.

 

1988년, 프라다는 첫 기성복 컬렉션을 내놓는다. 이 컬렉션은 미우치아 자신의 옷장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 당시 패션계를 지배하던 번쩍이는 장식과 과장된 실루엣 사이에서 미우치아는 검정과 갈색, 단정한 스쿨 유니폼을 닮은 옷을 내세웠다. 미우치아는 “여성이 남성을 위해 옷을 입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입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그녀의 등장으로 세계는 럭셔리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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