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오픈런 대신 트립런...엔데믹 거품이 꺼진다

발행 2023년 09월 11일

오경천기자 , okc@apparelnews.co.kr

샤넬 오픈런

 

명품과 골프는 주춤...되살아나는 수영복·캐리어

“전 분야 패션 소비 감소...양극화 패턴은 강화”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코로나19 앤데믹 이후 국내 패션 산업의 지각이 다시 변동하고 있다. 팬데믹 기간 가라앉았던 분야는 회복세를, 수혜를 누렸던 분야는 저성장을 나타내는 등 제자리를 찾아가는 흐름이다.

 

팬데믹 기간 반 토막은 기본, 70~80%의 역신장을 겪었던 수영복과 캐리어 시장은 올해 들어 코로나 이전 실적으로 완전히 회복한 것은 물론이고 오히려 보상심리 영향으로 그 이상의 실적이 기대되고 있다.

 

반면 가장 큰 수혜를 누렸던 명품과 골프 등 고가의 시장은 올해 들어 주춤하다. 명품과 골프는 해외여행 제약에 따른 보복 수요로 연평균 20% 이상씩 성장했던 시장. 하지만 작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해외여행이 풀리면서 성장이 주춤하다.

 

롯데, 현대, 신세계 등 빅3 백화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에루샤’ 등 ‘부띠끄 명품’은 5% 내외의 성장세다. ‘워치 앤 주얼리’는 보합 수준. ‘골프’는 역신장이다. 롯데는 -7%, 현대는 -2%, 신세계는 –10%로 평균 –5~10%의 역신장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명품과 골프 등 고가 시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하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상당히 커진 시장 규모를 업계는 더 주목하고 있다. 오히려 고가 시장에 대한 확대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시장 규모는 상당히 커졌다. 2019년과 비교해 ‘부띠끄 명품’은 롯데 101%, 현대 70%, 신세계 128%, ‘워치 앤 주얼리’는 롯데 107%, 현대 120%, 신세계 109% 등 2배 이상 성장했다. ‘골프’ 역시 롯데 38%, 현대 88%, 신세계 105%로 명품 못지않은 성장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명품 시장 규모는 지난해 8위를 기록했다. 1인당 소비액은 325달러로 세계 1위다. 3040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분석.

 

이러한 흐름을 감지한 패션과 유통 기업들은 고가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특히 유통사들은 명품을 중심으로 고가의 해외 브랜드 중심의 MD를 강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1등 백화점 점포인 신세계 강남점은 전체 면적의 70%를 고가 브랜드 중심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롯데와 현대 역시 프리미엄 상품군에 대한 MD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명품 역시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백화점 중심의 유통 확대는 물론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세계 명품 1위 기업 LVMH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은 한국을 직접 방문하며 적극적 투자도 예고했다.

 

고가 시장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도 다시 꿈틀거리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한섬, LF 등 대기업들은 물론이고 전문 기업들도 해외 고가 브랜드 도입 확대와 유통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한섬은 공식적으로 무스너클, 피어오브갓, 토템, 아워레가시 등 해외 수입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까지 밝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팬데믹 기간 고가 제품들을 경험하며 달라진 소비 패턴은 쉽게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명품의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는 ‘영리치’들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돼 당분간 고가 시장에 대한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아크테릭스 / 살로몬

 

‘비쌀수록 경기 안 타고 잘 팔린다’...커지는 프리미엄 시장

 

팬데믹 거치며 소비 양극화 커져

일반 브랜드도 고가 비중 확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양극화가 커지면서 모든 산업에서 공통적으로 프리미엄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패션은 그 경향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분야로, 각 카테고리에서 하이엔드 소비층 공략을 위한 투자가 활발하다.

 

고가 골프웨어는 이미 럭셔리 브랜드들과 가격 경계가 허물어졌다. 아우터의 경우 100만 원은 기본이고, 200~300만 원대까지 출시되고 있으며, 대부분 품절이다. 이에 따라 신규 시장도 고가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도 아크테릭스, 살로몬, 파타고니아, 클라터뮤젠 등 수입 브랜드들이 최근 1~2년 사이 급성장의 기류를 타고 있다.

 

국내 대형 브랜드들도 고가 상품 비중을 늘리며 최근 변화된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올 하반기 내셔널 브랜드 중 상당수가 100만 원을 호가하는 점퍼를 출시한다.

 

신발 시장에서도 해외 고가 브랜드 도입이 활발하다.

 

LF는 이탈리아의 ‘프리미아타’, 프랑스의 ‘스프링코트’를 새롭게 선보였고,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탈리아의 ‘숄(Scholl)’을 런칭하며 본격적인 유통을 시작했다. 스타럭스는 프랑스 메리제인 슈즈 ‘까렐(Carel paris)’을 런칭하고 최근 한남동에 플래그십스토어를 오픈했다.

 


 

 

패션 시장 ‘큰 손’, 42세 이하 ‘영리치’ 42.1% 증가

 

IT, 인플루언서 등 신흥 부자 증가

명품 등 고가 시장 핵심 세력 부상

 

20~40대 영리치(young rich)는 소비의 핵심 세력이다.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49세 이하 영리치는 총 27만8,535명으로 전년보다 42.1%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부세 납부는 공시가격 합계액이 11억 원(1세대 1주택자 기준)을 초과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을 때 해당한다.

 

올해 초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 주요 대단지에서 이뤄진 15억 원 초과 거래 매수자 중 3040 세대의 비율이 7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영리치는 기업 2세들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스타트업 창업자, 금융투자자,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신흥부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자기 주도적으로 부를 축적한 이들의 소비 패턴은 과거 영리치와 다르다는 분석. 자기만족을 위해서는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으며, 대중적인 소비보다는 차별화된 소비를 원한다.

 

이에 따라 주택, 금융, 자동차, 백화점 등 각 소비 분야에서는 영리치를 공략하기 위한 마케팅이 활발하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명품의 꾸준한 강세가 영리치 증가와 무관하지 않다. 이미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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