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유통 격변의 10년,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무엇에 열광하는가

발행 2020년 01월 02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핵심 화두 ‘지속가능성과 디지털화’
2020년 패션 산업 현장 본격 침투
데이터 과학은 ‘사람의 마음’ 소비자 영향력 더 커질 것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BTS에 버금가는 우주 대스타를 꿈꾸며 지구 반대편 남극에서 한국까지 바다를 헤엄쳐 온 펭귄, EBS 아이돌 연습생 ‘펭수’가 자작시를 읊조린다.

 

여기서 ‘김명중’은 EBS 사장 이름이다. 펭수는 사장님 이름을 수시로 언급한다. “김명중 사장님, 밥 한 끼 합시다”, “사장님이 친구 같아야 회사가 잘 됩니다”.

 

외교부 청사에서 마주친 강경화 장관에게는 “여기 대빵이 누구에여?”하고 묻는다.

 

EBS 아이돌 육상대회에서 경기에 패한 펭수는 또 말한다. “이건 기울어진 운동장입니다.”

 

펭수의 유튜브 ‘자이언트 펭TV’는 구독자 100만 명을 넘어서며 패션 유통 업계에서도 ‘블루칩’으로 부상했다.

 

335만 명의 팬덤을 보유한 유튜버 장성규의 ‘워크맨’은 아르바이트생들의 ‘삶의 체험 현장’이다. 장성규의 거침없는 입담과 재치, 빠른 전개가 연신 웃음을 자아내지만 이 두 유튜버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사회 전반을 관통하는 가치 “경기 규칙이 공정한가”에 대한 감수성이다. 갑질, 비정규직, 고용불안, 권위주의에 대한 요즘 세대의 시각을 재치와 유머로 포장해 공감을 일으킨다.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김난도 교수가 선정한 ‘2020년 10대 트렌드 키워드’에는 ‘페어플레이어’가 등장한다. 무한 경쟁에 내몰린 밀레니얼스들의 평등 지향성이 높아지고 차별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서 공정성의 열망이 커진다는 것이다.

 

지난 10년은 패션 산업이 태동한 이래 가장 급격한 변화의 시기였다.

 

2007년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모바일, SNS 시대가 도래한 후, 새로운 사회적 질서와 산업, 기술이 부상했다. 기성세대, 전통 기업에는 ‘혼란’ 그 자체지만, 젊은 세대는 완전히 새로운 가치관을 구축해 가고 있다.

 

그런데 이 Z세대, 밀레니얼스는 핸드폰만 들여다보는 철없는 아이들이 아니다. 지난 10년간 세계 명품 시장의 30% 신장을 이끈 주역이며 2020년대 이후 세계 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심 세대다.

 

작가 이외수 씨는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이 됐는데도, 40~50년 전과 똑같이 온 나라가 경제 타령을 한다. 이상하지 않은가”라고 말한다.

 

그래서 이제 기업의 목적은 경제학에서 가르치던 ‘이윤 극대화’가 아니다. 공정함, 친환경, 이익의 사회적 환원 등 기업의 ‘선한 영향력’을 소비자들은 늘 감시하고, 구매 결정의 동인으로 쓴다.

 

새해 국내를 포함한 글로벌 패션 업계의 가장 큰 화두 두 가지를 꼽는다면 ‘지속가능성’과 ‘디지털라이제이션’이 될 것 같다. 지속가능성에는 공정함에 대한 요구도 포함된다. 2020년대는 이 두 이슈가 패션 산업 현장으로 본격 침투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그래서 2020년 새해, 어쩌면 패션 산업은 사람에 대한 이해, 인문학으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지 모른다. 기성세대, 기성 업계로서는 살아본 적 없는 시대, 겪어본 적 없는 세대를 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대를 이해하지 못하면 좋은 조직을 갖추기도, 소비자에게 물건을 잘 팔기도 어렵다.

 

디지털 문명의 총아로 불리는 ‘데이터’의 다른 이름은 ‘사람의 마음’이다. 디지털 공간에서는 한 사람이 어느 경로로 들어와 무엇을 클릭하고 몇 분을 살펴보다 구매를 했는지, 혹은 그냥 나가버렸는지가 그대로 남는다. 바로 ‘쿠키’라는 것이다.

 

이 한 사람이 남긴 흔적을 모아 분석하면 마음이 된다. 2020년대를 DT, 데이터 테크놀로지의 시대라 칭하는 이유다. 데이터 과학은 기업들에게는 이전에 없었던 엄청난 시장의 기회를 열어주고, 소비자들에게는 ‘팬덤’이라는 힘을 통해 기업과 사회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게 만든다.

 

아이러니컬하게도 디지털 문명의 근간 역시 사람에 대한 이해, 바로 인문학이다. 시대가 바뀌어도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 지금 시대의 사람들은 무엇에 열광하는가. 다시 처음이다.

 

 

 

MZ 세대의 종교 ‘팬덤’ 소비자가 곧 ‘미디어’

 

지난해 일본산 불매운동이 일었을 당시, 일부 업체들은 기회삼아 ‘광복 100주년’을 내건 이벤트를 벌였다. 그런데 역풍이 불었다. 네티즌들이 “예전에는 관심도 없더니”라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대부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위대한 브랜드의 공통점은 태생부터 톱에 오르기까지 확고한 세계관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소비자가 정보를 선택하고, 스스로 홍보 미디어가 되어 이를 확산시키는 지금의 시대에는 어설픈 포장이나 퍼포먼스가 통하지 않는다.

 

나이키는 브랜드의 모든 역사를 통해 전 지구적 슬로건 ‘Just do it(그냥 해!)’을 그대로 실천해 왔다. 지난해 화제가 됐던 콜린 캐퍼닉 광고는 인종차별에 대한 나이키의 분명한 입장을 드러냈다. 일정 고객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공익 광고도 아닌 엄연한 상업 광고를 통해 나이키는 ‘그냥 해 버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나이키의 진정성이다.

 

이전에도 나이키는 성소수자, 고령의 노인, 여성 운동 선수, 흑인 등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해 왔고, 그것은 스포츠의 보편주의를 내세웠던 창업자 빌 보 우먼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의 “몸이 있으면 운동 선수다”라는 말은 나이키의 이념이 되었다.

 

미국 파타고니아 본사는 작년 상반기 사명 선언문을 변경했다. 창립 이후 27년 만으로 “우리는 우리의 터전, 지구를 되살리기 위해 사업을 한다”가 그 내용이다.

 

실제 파타고니아는 몇 년 전 재생농업 사업을 시작했고 목화를 재생농업으로 생산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올해는 ‘100% 탄소 중립 기업’을 선언할 예정이다.

 

매년 매출의 1%를 환경 보존에 쓰고, 친환경 소재의 친환경 공법으로 생산되는 파타고니아의 제품은 비싸다. 하지만 그 진정성을 아는 마니아 소비자들의 저변이 점점 늘어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 시대의 비틀즈는 바로 BTS다.” 비틀즈의 나라 영국 언론이 우리나라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에게 내린 찬사다.

 

10대들에게 행해지는 모든 억압과 폭력을 막아낸다는 뜻의 방탄소년단은 직접 만든 노래 속에 그러한 메시지를 일관되게 담아 왔다. SNS를 통해 팬들에게 모든 것을 공개하며, 청소년 문제를 넘어, 동물학대, 물질만능주의 등 사회적 이슈를 지속적으로 표현한다. 실제 기부 활동 등도 이어가고 있다. 더 놀라운 것은 팬클럽인 ‘아미’다. 자생적으로 탄생한 ‘아미’는 세계 140만 명의 팬들이 참여하는데, BTS의 사회적 메시지와 선행 즉 ‘선한 영향력’을 이어받아 실천하며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면 뉴스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