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애] 브랜드 로열티는 없다, 고객의 여정을 함께 하라
발행 2026년 0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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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새해 들어 ‘고객관리’라는 화두를 깊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생각하면 할수록 그 길이 보이지 않는다. 패션 업계에서 ‘재구매율’은 브랜드의 성적표와 같다. 하지만 최근 통계는 우리가 믿어온 충성도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 데이터 분석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패션 플랫폼 이용자의 70% 이상이 3개 이상의 앱을 동시에 사용하며, 특정 브랜드에 대한 ‘단독 충성도’는 과거 대비 15% 이상 하락했다고 한다. 이제 고객은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브랜드 마케팅 담당자들은 절실히 느끼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플랫폼 위주로 운영되는 순간 자사 브랜드 고객은 플랫폼의 고객이지만 플랫폼의 고객은 자사 브랜드의 고객이 아니다. 이제 고객관리 관점에서는 “브랜드는 고객을 붙잡고 있는가, 아니면 함께 이동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트렌드 코리아 2025』가 말하는 ‘경험의 효율’은 구매 순간이 아닌, 제품을 사용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한다. 이제 회원 등급의 기준은 ‘얼마나 많이 샀는가’에서 ‘얼마나 가치 있게 사용하고 있는가’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다. 브랜드가 자사몰에서 사야만 혜택을 주겠다거나 오프라인 매장 포인트는 온라인에서 쓸 수 없다고 선을 긋는 순간, 고객은 이를 혜택이 아닌 ‘불편한 강요’로 인식하게 된다. 고객은 이제 한 곳에 머무는 충성도보다, 상황에 따라 최적의 경로를 택하는 유연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연함을 바탕으로 국경과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의미해진 ‘크로스보더’와 ‘옴니보더’ 시대가 되었다. 백화점에서 경험하고 플랫폼에서 결제하며, 다시 중고 시장으로 흘려보내는 이 일련의 과정은 단절된 소비가 아닌 하나의 연속적인 '여정'이다. 이것이 꼭 국내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해외직구를 통해 그 무대가 전 세계로 확장 되고 있다. 이제 성공하는 브랜드는 고객이 어디에 있든 그를 ‘우리 고객’으로 인정하게 되었고, 어느 채널에서 우리 브랜드를 접하든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고 그 데이터를 통합하는 ‘심리스(Seamless)한 연결’의 고객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 붙잡으려 할수록 고객은 빠져나가고, 이동을 응원할수록 고객은 브랜드의 팬이 된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고객의 흐름을 『트렌드 코리아 2026』에서는 ‘이동의 흐름’이라고 정의하였다. 고객이 우리 브랜드 제품을 중고 시장에 내놓거나 리사이클링하는 것은 이탈이 아니라 브랜드 여정의 연장선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고 보면 EU에서 2027년부터 시행 예정한 ‘디지털 제품 여권(DPP)’은 강력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 MZ세대의 80% 이상이 “투명한 정보 공개가 브랜드 신뢰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라고 대답한 자료들도 보여진다. 향후 DPP는 단순한 소재 정보 공개(QR코드)가 아닌, 고객이 구매하고 사용하는 제품이 어떤 농장의 목화를 사용했는지, 어떤 곳에서 염색이 되었는지, 공정무역의 산물인지, 몇 번의 수선을 거쳐 생명을 연장했는지를 보여주는 ‘신뢰의 족보’로 활용될 수 있다. 이제 패션 비즈니스의 성공 지표는 ‘우리 매장에 얼마나 오래 머물렀나’가 아니라, ‘고객의 이동 경로 속에 우리 브랜드가 얼마나 의미 있게 존재하는가’로 바뀌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26년 붉은 말의 해, 우리의 고객들이 어디로 달려갈지 알 수 없지만 그 여정을 함께 달려야 한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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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미애 세원아토스 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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