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시대에서 ‘속도’의 시대를 지나, ‘존재 이유’를 묻는 시대
성공의 3대 조건은 명확한 태도, 일관된 제품, 커뮤니티를 통한 신뢰
[어패럴뉴스 박선희 기자] 2020년대의 절반을 지나, 어느덧 2026년이 밝았다. 2020년 2월 코로나 팬데믹의 발발로 시작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인류는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혼돈과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달라진 환경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이전과는 다른 태도와 필요를 요구한다. 그래서 이전에 성공했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원인 모를 혼란의 시간을 보내게 된다. 지난 5년이 국내 레거시 패션 업계에는 그런 시기였다. 그렇다면 2026년 이후 패션 산업은 어떻게 될까.
어패럴뉴스가 2010년부터 매년 송년호에 게재해 온 ‘올해의 10대 뉴스’를 분석해, 2010년부터 2025년까지 패션 산업을 둘러싼 환경을 지배했던 키워드를 정리해 보니 다음과 같았다.
2010년대 대기업, 양극화, 스마트폰, 라이프스타일, 캐주얼라징, SPA, 플랫폼, 온라인
2020~2025 코로나, 온택트, 보더리스, 여가, MZ세대, 디지털 전환, 친환경, 날씨(기후), K콘텐츠, SNS, 신흥과 레거시
글로벌 시장과 국내 시장에서 공히 2000년대는 대형 기업이 주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루이비통, 구찌, 샤넬, 디올, 프라다 같은 명품 하우스들이 국내 시장은 한섬, 대현, 삼성패션, LF, 코오롱 같은 회사들이 시장을 지배했다.
2010년대에 들어서며 SPA와 스트리트 패션의 시대가 열린다. 대표 브랜드는 수프림, 오프화이트, 나이키, 자라, H&M 등이다. 국내에서도 역시 이때 토종 SPA가 덩치를 키우기 시작했고, 영스트릿이라는 이름의 시장 브랜드가 온라인을 넘어 백화점에 입점했다. 여기에는 SNS 확산이라는 시대적 화두가 있었다. 동시에 패션의 과잉 생산이 전 세계적으로 지적되며, 지구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20년대 성공 브랜드의 키워드는 정체성, 가치, 커뮤니티로 정리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대표 브랜드는 자크뮈스, 더로우, 파타고니아, 르메르, 살로몬, 텔파, 아미 쯤일 것이고, 국내에서는 젠틀몬스터, 마뗑킴이 대표적이다.
진정성, 지속성을 기반으로 한 이들은 명확한 태도를 가진다. 일관된 제품, 커뮤니티를 통한 신뢰, 탄탄한 충성도는 기본이다.
이처럼 패션 산업은 브랜드의 권위를 믿던 시대, 속도 혹은 트렌드를 쫓던 시대를 지나, 의미, 즉 존재 이유를 묻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2026년 지금 필요한 질문은 “우리 브랜드는 10년 후에도 한 문장으로 설명될 수 있는가”이다.
2026년 글로벌 패션 산업 키워드
▲ 지속 가능성의 ‘선언’ → ‘의무화’
ESG는 마케팅이 아니라 법·규제·운영 기준이 된다. 과잉 생산 축소, 리세일·리페어·순환 모델은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디지털 제품 패스포트(DPP) 의무화는 생산·유통 이력의 투명화를 가속화할 전망이다.
▲ AI가 만드는 패션 산업 재설계
디자인 생성, 수요 예측, 재고 관리, 개인화 추천까지 AI 실전 투입이 빨라질 전망이다. 감이 아닌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기본값이 되고, 소형 브랜드도 AI로 글로벌 경쟁이 가능해 지고 있다. 해외 전문기관들은 2030년 AI의 수요예측이 80~90%에 도달, 사전 생산량 최적화와 재고 제로가 실현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한다.
▲ 가치 중심 소비
윤리·환경·사회적 태도가 구매 결정에 직접 영향을 미치면서, 브랜드의 세계관·메시지·태도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Z세대·알파세대에게 브랜드란 곧 ‘하나의 의견’을 뜻한다.
▲ 커머스, ‘몰’에서 ‘플랫폼·콘텐츠’로 이동
틱톡·인스타·라이브커머스가 주요 매출 채널이 되면서 쇼핑의 개념이 소비 + 엔터테인먼트 + 커뮤니티를 결합한 것으로 바뀌고 있다. DTC(자사몰)와 소셜 커머스의 병행 구조도 필수다. 어디서 파느냐보다, 어떻게 경험시키느냐가 핵심이다.
▲ 기능과 패션의 완전한 결합
스마트 소재, 웨어러블 패션이 현실화되면서 안전·프라이버시·헬스케어 기능이 디자인 요소로 흡수되고 있다. 아웃도어·테크웨어의 패션화, 일상화가 새해에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챗GPT의 ‘조언’]
“옷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정체성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조직이 되라”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변동성의 시대, 챗GPT에게 2030년 성공하는 브랜드와 실패하는 브랜드의 조건을 물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I는 ‘옷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 ‘정체성과 시스템을 설계하는 조직’이 되라고 조언(?)했다.
그 전망에 따르면 2030년이 되면 초대형 플랫폼과 초정체성 니치 브랜드로 시장이 양극화되고, 중간 규모 브랜드는 탈락하게 된다. 초대형 글로벌 그룹은 플랫폼·데이터·AI·유통을 장악하고, 니치 브랜드는 명확한 세계관과 충성 고객을 기반으로 한다.
이때가 되면 오프라인 매장 수는 감소하고, 쇼룸과 커뮤니티 공간화의 단계를 지나, 궁극적으로 ‘매장’의 개념이 소멸하게 된다. 재밌는 것은 AI는 메타버스가 실패한 모델이라고 판정했다.
지속 가능성이 2030년에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강조했는데, 친환경을 안 하면 벌금을 내고, 폐기량이 많으면 유통에 제한을 받으며, ESG 점수가 투자의 선제 조건이 된다고 했다.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영업 불가의 상황이 닥친다는 얘기다.
2030년 성공 브랜드의 조건
✔ 명확한 세계관
✔ 기술 내재화 (AI, 데이터)
✔ 적은 SKU, 높은 회전
✔ 커뮤니티 기반 고객
2030년 실패 브랜드의 조건
✔ 정체성 없는 중간 브랜드
✔ AI를 ‘마케팅 도구’로만 쓰는 기업
✔ 지속 가능성을 PR로만 소비하는 브랜드
✔ Z세대 감각을 ‘트렌드’로 오해하는 조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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