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는 K패션?…제조 기반이 무너진다

발행 2026년 01월 05일

박해영기자 , envy007@apparelnews.co.kr

 

 

국내 레거시 패션 침체에 의류 제조 환경 더 후퇴

온라인 등 신흥 브랜드들 해외 생산에 절대 의존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가산동 한섬팩토리 건물에는 다년차 재고를 판매하는 1층의 아울렛 위층에 한섬의 의류를 전담으로 만드는 1차 벤더 10개 사가 입주해 있다. 그런데 최근 그중 한 곳이 폐업했고, 다른 한 곳은 2025년을 끝으로 중단을 결정했다.

 

이에 앞서 한섬은 자사 오더량이 감소하자, 해당 벤더사들이 외부 오더를 받을 수 있도록 오픈했지만 이마저도 실질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했다.

 

국내 패션 업계를 대표하는 한섬조차 생산량을 줄이고 있는 국내 제조의 현실은 서브 스트림 업계에까지 맞닿아 있다. K패션이 승승장구하는 듯 보이지만, 국내 제조 기반은 후퇴를 거듭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 의류 제조 환경은 인력, 인프라, 수요 등 전반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서울 의류 제조 주요 거점 지역의 실태는 더 심각하다. 금천구(가산, 시흥, 독산동) 의류 봉제 업체는 1,000여 개로 추산, 이 중 20~30%가 이미 폐업한 상태다. 지난해 일감 수주량이 2024년 대비 최소 30%, 최대 5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서울 독산 의류 제조 소공인 특화지원센터는 업체당 500~600만 원의 지원금을 지급해도 폐업을 막지 못했다고 전했다. 결국 지원 센터는 올해를 끝으로 운영을 종료한다. 서울시 의류 관련 지원 조직이 문을 닫는 경우는 수년 여 만에 처음이다.

 

봉제 업체 폐업 급증

신규 기근, 사업 중단 영향

 

동대문구, 중구, 중랑구 봉제 업계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수십 년째 봉제업을 이어 온 모 대표는 최근 주 거래처였던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프리미엄 온라인 브랜드마저 광저우 사입으로 전환, 국내 제조 비율이 종전 대비 80~90% 이상 줄었다고 전했다. 심지어 현재 국내 K패션 대표 브랜드의 상당수가 해외 생산 비중이 80~90%에 달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공장 설비부터 공장 자리까지 내놓는 매출 정보가 매일 쏟아지고 심지어 공장 자리부터 집기까지 무상 양도 사례까지 급증하고 있다.

 

동대문 기반의 여성복 제조사 엘리제레 김규순 대표는 “프리미엄, 온라인 패션 브랜드 오더가 크게 줄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80% 이상 줄어 폐업을 고민했을 정도”라고 전했다.

 

양극화로 리딩 제조사로 일감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서도 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제조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여성복 업계의 주요 제조사조차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LF 모델리스트 출신이 만든 윤순민 대표의 여성복 전문 제조사 비에파는 온오프라인 프리미엄 여성복을 생산하는 탑티어 제조사로 꼽힌다. 최근 1년 사이 신규 기근과 브랜드 중단이 이어지면서 자의반타의반 자사 여성 패션 브랜드 ‘이아’에 집중하고 있다.

 

유력 여성복 제조사도 위기감 커져

오더 감소와 해외 이전 이중고

 

이에 대해 윤 대표는 “2020년~2022년 사이 온라인 패션 브랜드 시장이 급팽창, 신규 런칭이 쏟아졌지만 결과적으로 상위권 10%의 브랜드만 생존했다. 살아남은 브랜드들은 볼륨이 커지면서 오히려 해외 소싱으로 전환, 국내 제조를 줄이는 상태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한섬, 바바패션, 아이디룩, 신세계인터내셔날 등과 거래하는 니트 전문 프로모션 기업 아이디모드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회사 임승혁 팀장은 “브랜드사 이외 인플루언서 등 신규 거래처는 늘었지만 지난해 생산량이 15~20% 줄었다. 또 매년 10~11월 가공실 등은 리오더로 인해 3년 전까지 야근의 연속이었는데, 올해는 기업들의 재고 부담과 구매력 감소로 리오더가 70% 이상 줄어 야근을 거의 하지 않았다. 종전 50가지 스타일에 500장을 주문했다면 현재는 100가지 스타일에 200장을 오더, 효율도 크게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브랜드사의 오더 감소다.

 

경기 침체와 소비 위축으로 신상품 개발과 추가 생산이 현저히 줄었고, 한때 시장을 주도했던 이머징·프리미엄 온라인 브랜드 시장도 빠르게 식고 있다. 온라인 브랜드까지 신규가 뜸해졌다.

 

더불어 패션 기업들의 중단 브랜드도 속출로 고충이 가중되고 있다. 1년 사이 컴젠, 코텔로, 런던그라운드, 마크엠, 컨스트럭션 등 20여 개 브랜드가 중단되거나 정리 수순에 들어갔다. 여기에 국내 생산 경쟁력 약화도 구조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K제조의 강점은 고품질, 민첩성

리스크 관리 위한 기지화필요

 

해외 생산은 소량·샘플 오더까지 가능해졌고, 납기 경쟁력도 국내와 큰 차이가 없다. 단가는 중국이 국내 대비 50~60%, 베트남은 40% 수준까지 낮아졌다.

 

서울시의 봉제산업실태조사(2023년)에 따르면 봉제 종사자들의 50% 이상이 고임대료, 고령화 등을 주요 문제로 꼽았다. 봉제 인력의 50대 이상 비중은 79.9%(50대 43.7%, 60대 이상 36.2%)에 달해 신규 인력 유입 부재에 따른 구조적 리스크가 고착화 되고 있다. 성수동을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 역시 공장 존속을 위협하는 변수다.

 

결과적으로 ‘현실과 환경’에 맞게 비용보다 속도와 품질, 리스크 대응력을 동시에 담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종의 ‘리스크 관리용 전략적 생산기지’로서의 역할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K제조의 강점인 고퀄리티, 탁월한 트렌드 흡수 능력을 활용, 기획 수정 대응력, 리오더·물량 조절 유연성, 재고 리스크 최소화 등을 활용할 수 있다. 일례로 전체 물량의 10~20%만이라도 국내 QR 생산으로 유지하고, 히트 아이템은 해외 대량 생산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된다.

 

브랜드사들 역시 기획·패턴·샘플을 포함한 패키지형 제조, 브랜드 인큐베이팅형 제조(소량 테스트 성공 시 확장), 인플루언서·콘텐츠 기반 브랜드와의 공동 기획 모델 등을 국내 제조 생존을 위한 현실적 해결책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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