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생산 통한 판매, 수익률 극대화 전략
AI, 빅데이터 도입으로 정교한 수요 예측
[어패럴뉴스 오경천 기자] 최근 전 세계 패션 시장에서의 화두는 ‘민첩성’이다. 고객 중심적이고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와 수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는 민첩한 밸류체인(value chaim, 가치사슬)의 구축은 강력한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더욱 뚜렷해졌다. 팬데믹 기간 전 세계 패션 시장은 큰 폭의 매출 하락을 겪었다. 이는 재고 회전율을 늦추고 재고량을 상승시켰다. 세계 기업의 재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S&P Capital IQ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전 세계 주요 패션 브랜드들의 평균 재고 회전주기가 20% 이상 늘었다고 분석했다. 이는 수익률 악화로 이어졌고, 산업의 위축을 초래했다.
이에 패션 기업들은 생산량 조절이라는 강력한 대처와 함께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AI를 활용한 시장 분석과 수요 예측부터 생산 시스템까지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구조 재편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생산 영역에서는 ‘반응생산’이 핵심 키워드로 떠올랐다. 철저한 선기획 중심의 패션을 대표하는 ‘유니클로’마저 반응생산을 확대에 나선 점이 주목된다. ‘유니클로’ 제품을 생산·공급하는 한 베트남 공장 관계자는 “코로나를 기점으로 반응생산에 대한 ‘유니클로’의 요구가 늘기 시작하더니 15% 미만에 불과했던 반응생산 주문은 현재 전체 물량의 40%에 달한다”라고 전했다.
이러한 변화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유니클로’ 재팬은 2024년 매출 4.7%. 영업이익 32.2% 상승세 이어 2025년도에는 매출 10.4%, 영업이익 17.5%의 상승을 기록했다. ‘유니클로’ 인터내서날(해외) 역시 2024년 매출 19.1%, 영업이익 24.9% 증가에 이어 2025년 매출 11.6%, 영업이익 10.6% 증가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에서도 반응생산은 주요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전 복종에 걸쳐 선(先)기획은 줄고 후(後)기획 기반의 반응생산을 확대하는 추세다. 한 생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1~2년 사이 한국 패션 브랜드들의 반응생산 요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라며 “올해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반응생산을 강화한 몇몇 브랜드들은 적중률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상품 기획에서의 민첩성과 정교함 역시 중요하다. ‘누가 소비자들의 니즈를 빠르게 파악하느냐’는 경쟁력 구축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들은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의 분석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H&M’은 첨단 분석팀을 통해 판매 데이터, 날씨 예보, 소셜 미디어 트렌드를 통합한 정교한 AI 기반 수요 예측 모델을 활용, 과잉 생산을 최소화하면서 고객 수요를 정교하게 분석하고 있으며, 주문형 생산(On Demand)의 대표주자인 ‘쉬인’ 역시 자체 개발한 AI 기술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행동(클릭) 분석, 적중률을 높이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패스트 패션 ‘자라’를 비롯해 루이비통, 디올 등 글로벌 명품들이 활용하고 있는 프랑스 AI 스타트업 휴리텍(Heuritech)은 매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오는 300만 개의 이미지를 비전 AI와 딥러닝 기술로 분석해 제공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알고리즘 기반의 분석 기술을 활용해 인기 상품과 수요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으며, 이는 곧 판매율, 수익성 개선으로 직결된다”라며 “또 재고 관리와 매장 간 재고 이동 등 세일즈 단계에서도 재고 회전율을 높일 수 있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패션의 강점은 민첩성, ‘메이드인코리아’로 승부해야”
 |
| 서울시와 무신사의 패션 산업 생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식 /사진=최종건 기자 cjgphoto@apparelnew.co.kr |
국내 제조 기술력과 품질 세계 최고 수준
유통 단계 축소와 DX로 효율화 실현해야
해외 백화점, 편집매장 바이어들은 한국 패션의 강점 중 하나로 민첩성을 꼽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한 디자인 대응은 물론, 탄력적인 물량 공급은 한국의 패션 브랜드들이 단연 우위에 있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메이드 인 코리(Made in Korea)’, 바로 국내 생산이다. 글로벌을 향한 국내 패션 브랜드들의 확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제조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메이드 인 이태리(Made in Italy)’가 럭셔리 품질의 코드가 됐다면, ‘메이드 인 코리아’는 기동력과 민첩성의 코드로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 대표 패션 플랫폼 무신사와 서울시는 K-패션의 세계화와 국내 생산 기반의 활성화를 위해 뜻을 모았다.
서울시는 샘플, 패턴, 봉제 업체 1,015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 무신사 내 운영 브랜드와 비즈니스를 매치하며, 무신사는 자사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를 비롯해 제휴 및 입점 브랜드 총 1만여 곳을 대상으로 국내 생산 기반과의 비즈니스 연계를 주도한다.
무신사 측은 “국내 생산은 기술력과 품질면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강력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만,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일감 부족과 봉제업의 낙후된 환경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다”라며 “무신사의 유통 파워와 서울시의 인프라 지원을 결합해 기획-생산-판매가 선순환하는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높은 인건비와 생산 단가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 단계 축소’와 ‘DX(디지털전환)와 효율화’를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다. 브랜드와 봉제 생산 공장을 직접 연결하고, 무신사 플랫폼에서 판매함으로써 중간 유통 비용을 절감하고 이를 품질 개선과 가격 경쟁력 확보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제조 코디네이터를 통해 생산 공정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데이터 기반의 수요 예측을 통해 생산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무신사 측은 “트렌드가 매우 빠른 패션 시장에서 국내 생산은 기획부터 매장 입고까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재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중소 브랜드에 필수적인 적은 수량의 고품질 생산은 국내에서 정교한 구현이 가능하다”며, “‘메이드 인 코리아’는 글로벌에서 품질에 대한 신뢰와 K-컬쳐 프리미엄을 상징하는 강력한 마케팅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명품의 제조 기반이 된 ‘메이드 인 이태리’
 |
| 보테가 베네타 |
생산 하청 아닌, ‘기술 파트너’로 인정
세계 시장서 고품질의 상징 자리 잡아
이탈리아는 국민총생산(GDP)의 40%가 패션 및 그 유관 산업에서 창출된다.
‘메이드 인 이태리’의 명성은 헤리티지를 지키려는 산업계의 노력에 기반하고 있다. 때문에 개별 브랜드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하나의 장인 네트워크처럼 작동한다. 피렌체는 가죽, 비엘라는 울, 베네토는 슈즈 등 지역별로 오랜 기간에 걸쳐 구축된 생산 클러스터가 존재한다.
이는 대량 생산 체제에서는 거의 사라진 구조다. 이탈리아는 공정별 분업이 아닌 장인 중심의 품목별 통합적 제조 방식이 중심이다. 특히 숙련된 장인들이 대를 이으며 소규모 패밀리 중심으로 생산 기반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반은 로고 없는 가죽 럭셔리의 상징인 ‘보테가 베네타’, 원단에서 브랜드가 된 유일한 명품 ‘에르메네질도 제냐’를 탄생시켰다.
또 에르메스, 샤넬, 루이비통 등 프랑스 명품 하우스들조차 핵심 공정을 이탈리아에 맡기고 있다. 이들은 이탈리아를 생산 하청이 아닌, ‘기술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다. 럭셔리 브랜드들의 내부자들조차 ‘Made in Italy’를 품질의 기준으로 신뢰하는 것이다.
전 세계 소비자들 역시 ‘Made in Italy’ 품질을 의심치 않는다. 그리고 프랑스와 함께 럭셔리 패션을 대표하는 이미지를 구축했다. 이제 ‘Made in Italy’는 품질을 상징하는 하나의 코드로 자리를 잡았다. 이는 이탈리아의 패션 브랜드가 세계 무대에서 강력하게 자리를 잡은 배경이기도 하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