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무신사 박준모 대표(왼쪽 세 번째)와 서울시 주용태 경제실장(왼쪽 네 번째)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최종건 기자 |
브랜드-제조업체 간 일감 연계 실행
실효적 사업 모델로 패션 생태계 구축
[어패럴뉴스 박해영 기자] 최근 K패션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제조 인프라 붕괴로 K패션의 성장 한계를 우려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규모 물량은 동남아시아, 중국 등지에서 생산하고 디자이너, 신진 브랜드들은 중국 광저우에서 완제품을 사입하고 있는데, 사실상 K패션은 존재하지만 ‘메이드인 코리아’는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봉제 업체들의 폐업도 급증, 2023년 기준 서울 봉제 업체 86%가 4인 이하 영세 규모이고, 종사자의 80% 이상이 50대 이상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서울시 주용태 경제실장은 실효성 있는 패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지난 7월 직접 무신사 박준모 대표와 면담을 진행, 여러 차례 조율 과정을 거쳐, ‘신진 브랜드의 글로벌 브랜드 육성, 브랜드와 제조 업체 간의 일감 연계 상생 모델 구축’에 뜻을 모았다.
이는 지난 5일 성수동 무신사 N1 본사에서 ‘K패션 브랜드 발굴과 패션 산업 생계 활성화를 위해 업무협약’으로 이어졌다. 협약식에는 서울시 주용태 경제실장과 무신사 박준모 대표, 서울패션허브 이혜인 센터장, 서울시 소재 봉제 업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서울시는 샘플, 패턴, 봉제 업체 1,015개 데이터베이스를 기반으로 검증 과정을 거쳐, 무신사 운영 브랜드와 일감을 매칭하게 된다.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를 포함해 무신사 제휴, 입점 브랜드 총 1만여 곳을 대상으로 일감 연계를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10월에는 사전 시범 사업을 통해 동대문 봉제 업체 엘리제레가 ‘무신사 스탠다드’ 여성 라인 등 7가지 스타일에 대해 7,000개 신규 제작 계약을 수주하는 성과를 달성하기도 했다.
앞으로 양측은 신진 브랜드 30개 사를 내년 초 공모로 선정해 생산, 브랜딩, 판매까지 아우르는 브랜드 성장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시는 선발된 신진 브랜드를 위해 시제품 생산과 해외 지식재산권(IP) 출원 지원 등의 브랜드 역량 강화를 돕는다. 무신사는 유망 브랜드에 대해서 온·오프라인 판로 지원과 온라인 기획전 마케팅 제공 등으로 판매 확대에 나선다.
또 시는 내년 ‘찾아가는 의류 제조 코디네이터’를 운영해 무신사 스튜디오(6개 지점) 입주 신진 브랜드를 대상으로 국내 패션, 샘플 전문가, 봉제 업체를 지원하고 컨설팅을 진행한다.

“실효성 있는 연계 사업, 기사회생 기회 됐다”
김규순 엘리제레 대표
이번에 무신사와 물꼬를 트면서, 위기의 국내 봉제 업계에 훈기가 돌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제조 환경은 체감상 상당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 주 거래처였던 컨템포러리, 디자이너, 프리미엄 온라인 브랜드마저 광저우 사입으로 전환하면서 디자이너 브랜드도 국내 제조를 중단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국내 생산 업체들의 카카오톡 단톡방에서는 공장, 장비 판매 정보가 급증하고, 신당동 일대 빈 공장을 무료로 사용하라는 사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
물론 올해 우리 공장 역시 매출이 전년 대비 약 70% 이상 빠졌다. ‘울며 겨자 먹기’로 비패션 출신 신생 브랜드와 거래를 트기 시작했는데, 개발비 등을 비지급하고 잠적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업의 이해도가 거의 없다 보니 사실상 2~3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다. 물론 그동안의 정부 지원 일감 연계도 진행한 적이 있지만 요식 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과는 달랐다. 지난 7월 서울시 패션허브센터, 무신사 등이 시범 사업을 제안했고, 튜드먼트, 유희 등 일부 브랜드가 제조를 의뢰했다. 자사가 이들 브랜드의 샘플을 제공, 브랜드들이 자사를 낙점하면서 생산에 들어가게 됐다. 엔지니어 등 전문가, 베테랑 디자이너, 유통사가 함께하면서 업무도 원활하게 진행, 적중률도 높아졌다. 1차에 이어 2차 생산도 들어갔고, 무신사와 전속으로 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무신사 시작으로 유통 플랫폼들과 제휴 늘려갈 것”
서울시 뷰티패션팀 신선이 과장
서울시가 대기업, 패션 전문 기업이 아닌 플랫폼, 그중에서도 무신사를 선택한 배경에는 전략적인 이유가 있다. 무신사는 1만여 개의 중소 패션 브랜드가 입점한 국내 최대 온라인 패션 유통 플랫폼으로, 시가 추진하는 ‘신진 브랜드 - 서울 봉제업체 간 일감 연계 사업’을 함께 진행하기에 최적의 파트너라고 판단했다.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다른 유통 플랫폼 및 패션기업과도 협력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1차 프로젝트 성공 시 중장기적인 계획도 추가로 마련한다. 올해는 무신사를 시작으로 30년 이상 경력을 가진 봉제 코디네이터를 통해 신진 디자이너와 서울 봉제 업체 간 일감 연계를 추진한다.
내년 상반기에 디자이너들이 손쉽게 생산 파트너를 찾을 수 있도록 온라인 일감 연계 플랫폼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서울 봉제 업체들이 안정적으로 일감을 수주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패션 봉제 생태계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이외 서울 패션위크가 글로벌 5대 패션위크로 도약할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하는 등 무신사와 협력 가능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논의할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협업을 통해 여러 이점을 확인했다. 패션, 유통, 제조 등의 전문성, 안정성이 이미 장착이 돼 있어 인력 기근에 시달리는 봉제 업체에 상당히 유리하다. 또 에이전트를 거치지 않고 제조업과 브랜드와 직거래, 단가 경쟁력과 마진도 월등히 높아졌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