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창] 업계조차 외면하는 서울패션위크, 이대로 괜찮을까?

발행 2025년 03월 04일

이종석기자 , ljs@apparelnews.co.kr

 

서울패션위크가 열린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사진=최종건 기자

 

영국 컨설팅그룹 브랜드파이낸스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소프트파워 순위는 15위다.

 

소프트파워는 문화·지식 등을 기반으로 한 영향력인 연성 권력을 뜻한다. 1위는 미국, 2위는 영국으로 미국·유럽권 국가들이 여전히 소프트파워의 헤게모니를 쥐고 있다. 할리우드 영화, 팝 음악, 영어, 민주주의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작가 한강의 소설이 노벨 문학상을 타고, BTS가 빌보드 차트를 장악하고, 불닭볶음면이 유럽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시민들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 등이 맞물리며, 미국·유럽의 헤게모니에 한국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소프트파워 중 하나인 패션은 어떨까. 한국은 이제 막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우영미, 정욱준, 송지오 등 3명의 디자이너를 필두로, PAF, 레지나표, 김해김, 지용킴, 강혁, ROKH 등이 관심을 받고 있다. 더 대중적으로는 앤더슨벨, 아더에러, 로우클래식, 렉토, 마뗑킴, 디스이즈네버댓, 미스치프, 시스템, 2000아카이브스, 쿠어 등 수많은 브랜드가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바이어와 대중이 이들을 만나기 위한 정석적인 루트인 서울시 주최의 서울패션위크에서는 이들 중 단 하나의 브랜드도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아무리 패션위크의 위상이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파리·밀라노·런던·뉴욕 등 4대 패션위크에는 소규모 브랜드부터 루이비통, 샤넬 등 전통의 럭셔리 브랜드까지 참가한다. 더 나아가 일종의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바이어·프레스·패션 브랜드 종사자 등이 어우러진 업계의 대표 행사로 기능하고 있다.

 

물론 브랜드가 커지면, 서울패션위크보다는 4대 패션위크에 참여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치다. 축구 선수들이 K리그에서 프리미어리그로 이적하듯이 말이다.

 

그렇다면 서울패션위크는 업계 대표 행사의 기능이라도 하고 있을까. 그러긴커녕 참가 브랜드 중 내수에서 영향력이 큰 곳은 1개도 찾기 힘들다. 어느새 업계와 패션 애호가들에게 서울패션위크는 존재감이 사라졌다.

 

매 시즌 문을 두드리는 소규모 디자이너 브랜드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약한 흥행력과 자본력이 적은 브랜드들로만 운영한다면, 영향력은 갈수록 떨어질 것이다. 신진 브랜드 역시 참가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머징 브랜드들은 서울패션위크를 거치지 않고 성장 중이다.

 

물론 이 같은 이유에는 국내 유통 구조의 본질적인 문제도 있다. 홀세일 기반의 해외와 달리 위탁 입점 구조가 많은 국내는 바잉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유통사들의 관심이 없을 수밖에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 우선, 영향력 있는 유명 기업과 팬덤을 갖춘 MZ브랜드의 참여를 유도해 화제성을 키우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2011년 제일모직(현 삼성패션)의 ‘엠비오’, 2017년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의 ‘커스텀멜로우’, 제이케이앤디의 ‘디스이즈네버댓’이 참가한 게 그 예다. 동시에 롯데, 신세계, 현대, 무신사 등 주요 유통사와 협의해, 매 시즌 일정 영업 공간을 서울패션위크 참가 브랜드들로 채우는 방안을 서울시가 추진 및 지원하는 것도 해봄 직하다.

 

서울패션위크를 심사하고 운영하는 새로운 협의체를 만들고, 이들이 주체가 돼 이끄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협의체에는 우영미, 송지오 등 유명 디자이너나 삼성패션의 오너인 이서현, 이재용, 유통가의 정유경 신세계 회장, 조만호 무신사 대표 등이 참여해 명성과 자본력을 갖춘 이들로 영향력을 높이는 것이다. 실제 4대 패션위크는 협회가 주관하고 있으며 참여하는 인물들이나 기업도 주목을 받는다. 미국 패션디자이너 협회는 톰 브라운이 회장이다. 이외 이탈리아 국립패션협회, 프랑스 패션 연합회는 각각 구찌, 디올 등 쟁쟁한 브랜드가 회원사로 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세금으로 운영되는 이 사업이 지속 가능한 행사가 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방법이 아니더라도, 서울시의 기민한 움직임과 결단이 필요할 때다.

 

서울패션위크의 올해 예산은 전년(54억5,800만) 대비 소폭 늘어난 55억3,300만 원이다. 올해 서울시의 섬유 패션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7% 줄었으나, 도심제조업 작업 환경 개선 사업, 패션위크 사업만 소폭 증가했다.

 

이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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