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말 세계로봇연맹의 ‘2024 연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1만 명당 1,102대의 로봇을 보유하며 세계에서 가장 높은 로봇 밀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노동력의 10%를 로봇으로 대체한 첫 번째 국가가 됐다.
올해 3월에는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국판 엔비디아(K-엔비디아)’ 탄생을 위해 국부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언해 논쟁거리가 됐다. 이달은 새로 들어선 이재명 정부가 AI에 100조 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모두 디지털 전환, 자동화, AI에 대한 이야기다. 패션 업계에서도 이에 관한 관심은 뜨겁다. LVMH, 인디텍스 등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코오롱인더스트리FnC 사업부 내 한 임원은 최근 기자에게 “3월에 문의한 AI 활용이 두어 달 사이 회사 내에서도 크게 이슈가 돼서 모두 AI 활용을 고민 중이다. 그때 만 해도 이렇게 AI가 빨리 현실로 닥칠지 몰랐다”고 전했다.
디자이너 브랜드를 전개하는 A 대표는 “AI와 함께 사업, 디자인 방향에 대해 논의하기도 한다. 나의 영감을 상품 기획 단계까지 구체화해 주는 AI의 역할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룩북·SNS 콘텐츠 제작 등 마케팅 분야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고 있으며, 그 외에도 확대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신성통상은 AI 스타트업 모플과 협업해 물류·영업 분야에 도입해 사용 중이다. 에프앤에프, 삼성패션, 아더에러(파이브스페이스), 젠틀몬스터(아이아이컴바인드) 등은 센트릭 소프트웨어가 제공하는 PLM(제품수명주기관리) 플랫폼을 도입했다. PLM 플랫폼에는 생성형 AI 모듈을 통해 디자인 초안을 만들어 내는 기능이 있다.
자체 AI 솔루션을 통해 매출을 폭발적으로 만들어 낸 브랜드도 생겼다. 디자이노블의 여성복 ‘달리호텔’은 자사몰에서 3년 만에 10배 성장한 60억 원 매출을 달성했다. 디자이너 없이 MD·개발자·웹디자이너가 자체 AI 패션 솔루션을 통해 달성한 성과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AI를 통해 나온 결과물이 고객들에게 진정성 있게 보여지지 않을 것”이라고 막연한 부정적 시각들이 다수였다.
물론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 사람을 완벽하게 대체하진 못한다. 때론 결과물도 어색하다. 주목해야 할 점은 과정의 효율화다. 다수의 전문가는 실무 영역이 가장 크게 영향받을 것으로 본다. 대표적으로 기획 MD·마케터의 데이터 분석, 컨텐츠 생성 등의 시간은 종전 대비 크게 단축되고 있다. 최소 50% 이상이다. 비용 역시 브랜드별 차이는 크겠지만, 마케팅 분야를 중심으로 줄어들고 있다. 이렇게 남은 시간과 예산을 더 효율적으로 다른 분야에 재투자할 수 있는 게 AI 활용의 핵심이다.
이에 따른 인력 구조의 재편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먼저 인턴부터 대리까지 이어지는 실무 라인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반면, CD·사업부장 등 리더들은 패션 실무 영역의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보다는 AI와 협업하고 나온 결과물을 감도 있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해질 수 있다.
루이비통은 아트 디렉터에 故 버질 아블로에 이어 2번째로 전통 디자이너가 아닌 팝스타 퍼렐 윌리엄스를 앉혔다. 이들은 구현하고자 하는 브랜드 방향, 개념을 실무자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일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자들은 그 방향에 맞게 정보들을 분석, 조합해 결과물을 냈다. 이는 AI를 더 잘 활용하기에 적당한 구조라는 의견이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는 AI가 활용되며 2030년까지 패션 업계의 영업 이익이 1,500억~2,75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한바 있다.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모든 싸움에서 영원히 뒤처질 수도 있다. 바야흐로 혁신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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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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