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왜 K패션, K패션 하냐면요...

발행 2024년 11월 03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9월 '밀라노 패션위크'에서 선보인 K패션 전시

 

최근 업계 지인들을 만난 자리에서 K패션이라는 말이 화두가 되었다. 혹자는 그것이 실체가 없는 환상이라고 했고, 또 다른 이는 그 말 자체가 스스로를 한계에 가둔다고도 했다.

 

그런데 그중 한 사람이 하는 말이 귀에 쏙 들어왔다. 그는 대뜸 “세계에서 가장 크게 히트 친 영화가 뭔 줄 알아?”하고 좌중에게 질문을 던졌다. ‘갑자기?’ 하는 분위기로 조용해진 순간, 그는 스스로 “미국에서 만든 ‘아바타’인데, 3조8천억을 벌었대.”하고 답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질문했다. “만약에 그 영화를 한국에서 만들었어. 그래서 한국에서만 상영을 했지. 그러면 3조8천억을 벌 수 있었을까?”

 

그는 말을 이어갔다.

 

“역대 한국 영화 흥행 1위는 ‘명량’인데 1,350억을 벌었어. 무려 5천억 인구 중에 1,700만이 그 영화를 봤지. 몸을 가누지 못하는 노령층과 애들 빼고 인구 전체가 본 거나 다름없는 거야. 그런데 아바타는 명량보다 30배가 넘는 돈을 벌었어. 그 차이가 영화의 품질 때문이겠어? 팔아먹는 시장의 파이가 다른 거지. 미국 영화는 만들어지는 족족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팔려나가지. 우리가 5천만을 상대할 때, 걔네들은 80억 명을 상대로 하는 거야. 글로벌화를 해야겠어, 안 해야겠어?”

 

아니 세상에나. 국가 브랜드 파워니, 한류의 파급력이니 하는 말들을 그토록 많이 들어왔건만, 이토록 귀에 꽂히는 설명이라니.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미국처럼 전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할 수 있게 되는 걸까. 그건 미국 같은 강대국이 되어서, 전 세계 문화를 지배하는 지위에서만 가능한 게 아닐까.

 

이날의 대화는 어디까지 갔냐 하면, 김구 선생의 백범일지에 나오는 '나의 소원'으로까지 이어졌다. 그 내용은 이러하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남의 침략에 가슴이 아팠으니, 내 나라가 남을 침략하는 것을 원치 아니한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길 원한다.”

 

김구 선생님은 이미 그때 아셨던 것일까. 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자원도 부족하고, 개방도 늦어 나라를 빼앗긴 처지에서 우리의 힘은 결국 ‘사람’이고, 우리에게 그런 ‘재능’이 있다는 것을? 결국 우리가 우리를 세계에 알린 것은 제조업도 아니고, 첨단산업도 아니고, 영화와 드라마와 K팝이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판을 깔아 나라를 알리고, 인기를 높여줬으니, 패션도 이제 해 볼 만 해진 것이고, 80억 인구까진 아니어도 5천만 작은 시장의 한계는 넘어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는 기자 생활을 하는 내내 내수 사이즈의 한계를 거론하는 이야기들을 자주 접했다. 인구가 일본처럼 1억만 넘어도 내수만으로 브랜드가 유지될 수 있다, 적어도 그 정도는 돼야 독특한 컨셉의 브랜드도 생존 가능한 규모를 가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트렌드에 종속되지 않고 가격 경쟁에 몰두할 필요 없이, 독자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다, 통일이 되면 가능해진다 등등.

 

전 세계가 시장인 미국에서는 영화 단 한 편을 성공시키면 그 감독도, 러닝 개런티를 받는 배우도 평생을 먹고 살 만큼 돈을 번다고 한다. 그래서 어떤 감독, 어떤 배우는 이후에 돈에 구애받지 않고 재능을 펼치고, 재능을 기부하는데, 그것이 또 창작력의 단초가 된다는 것이다.

 

K패션이란 말이 거품이니 한계니 하는 논쟁은 무의미하다. 세계의 니즈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사실, 우리가 그 기회를 잡을 능력이 있다는 사실, 오직 그것만이 중요하다.

 

박선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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