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 계엄과 탄핵의 난장에서 소망해 보는 ‘회복 탄력성’

발행 2024년 12월 22일

박선희기자 , sunh@apparelnews.co.kr

 

여의도 국회 앞 시위 모습 /사진=최종건 기자

 

12월 3일 밤 난데없는 비상 계엄으로 내란 피의자가 된 대통령에 대해 14일 국회가 탄핵 소추안을 가결했다.

 

12월 3일은 화요일이었는데, 다음날인 수요일은 어패럴뉴스 신문을 인쇄하는 날이다. 수요일 새벽 출근을 위해 화요일 밤엔 늘 일찍 잠자리에 들던 나는 이날, 밤을 꼬박 새우고 출근을 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초현실의 상황에서도 마감을 하고, 신문은 인쇄되어야 한다.

 

탄핵이 가결되기까지 11일간 PC나 핸드폰으로 온라인 뉴스 창을 수시로 들락거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지, 이 기간 어패럴뉴스 사이트의 하루 평균 트래픽도 1.7배로 튀어 올랐다. 정치 뉴스를 보다 어패럴뉴스도 한번 더 들러준 사람들 덕에 우리는 어부지리의 ‘떡상’을 경험했다.

 

이 기간 나는 미친듯이 쏟아져 나오는 국내 뉴스 대신 외신 뉴스를 많이 보고자 했다. 영국의 BBC와 미국의 뉴욕타임즈,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해 블룸버그, 로이터통신의 사이트를 들락거렸다.

 

BBC와 뉴욕타임즈는 2차 탄핵 소추안 투표가 있던 14일 아침부터 여의도의 상황을 생중계하는 라이브 창을 메인으로 띄웠다. 가결되자, 일제히 하늘로 튀어올라 기뻐하거나,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물결이 생생히 전파를 탔다.

 

이 기간 외신에서 가장 많이 나온 말은 “우리는 한국의 회복 탄력성을 믿는다”는 것이었다. 2016년 무능한 대통령을 민주적 절차에 의해 탄핵시킨 한국은 그로부터 불과 8년 만에 다시 내란을 일으킨 대통령으로부터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탄핵이라는 민주적 절차에 돌입했다. 세계가 한국의 회복 탄력성을 지속해서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 역사의 과정을 지켜봐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주목한 또 다른 장면은 광장에 모여든 응원봉과, 광장을 가득 채운 K팝, MZ들이 들고 나온 깃발이었다. 그들은 이번 한국의 탄핵 과정을 두고 ‘문화혁명’이라고 추켜세우면서도, 또 다른 한 축에서는 세계를 이끄는 문화강국이자, 이토록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나라가 어떻게 그와 같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았나 하는 의문들이 제기됐다. 혹자는 이에 대해 한국은 다 잘하는데, 정치만 무능하다는 논평을 내놓기도 했다.

 

회복 탄력성. 이것은 비단 정치 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경제다. 비상 계엄이 선포되고, 해지되고, 탄핵 소추안이 부결되고, 가결되는 동안 환율은 최고점을 찍은 채 내려오지 않았고, 40~50대를 대상으로 하는 상권과 브랜드의 매출은 폭락했다. 코엑스에 매장이 있는 3040 여성복의 관계자는 매출이 10분의 1로 줄어, 수치를 보고 또 봤다고 했다.

 

젊은이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거리와 브랜드들은,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앞으로 장사가 힘들까 봐 걱정을 하고 있다.

 

이미 올한해 우리 경제는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댔다. 계엄을 선포하기 며칠 전, 대통령은 무역 수지의 흑자 폭이 커졌다며 자랑을 했지만, 이는 수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불황형 흑자’다. 이는 원자재 수입 등 기업의 투자가 감소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향후 내수 불황이 장기화될 것임을 뜻하는 시그널이다.

 

대학 1학년 때 배우는 기초 경제학에 나오는 개념인데, 내란을 일으킨 그는 이런 기초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기업들이 한층 움츠러드는 이유는 우리의 회복 탄력성을 믿지 못해서가 아니다. 이미 작년과 올해까지 침체가 심화됐고, 그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상승에 있었다. 그런데 환율이 오르고, 그러니 유가도 오른 지금 같은 상황은 더 큰 폭의 물가 상승을 불러올 것이 자명하다.

 

코로나로부터 벗어난 지 불과 2년이 지났다. 어패럴뉴스 역시 난생처음 겪었던 그 전염병의 파국적 상황을 버텨내느라 무진장 애를 써야 했다. 그런데 이젠 계엄에 탄핵이라니. 헌재의 심판과 새 대통령을 뽑기까지 최소 4개월간 우리는 다시 혼란을 견뎌야 한다.

 

당장 나는 온라인 쇼핑몰 장바구니에 담아놓은 제품의 구매 버튼을 누를 마음의 여유가 없으나, 그대들은 부디 회복 탄력성을 발휘해 주기를. 연말 송년회도 하고, 송년회에 입고 나갈 옷도 좀 사 주시기를. 간절히 청해 본다.

 

박선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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