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불러일으킨 관세 ‘대란’은 파면 팔수록 넌센스다.
자국의 주식과 채권 시장이 동시에 폭락하는 일대 소란을 겪고서, 90일 유예로 물러서긴 했지만, 자유무역협정(FTA)을 국가 간의 계약으로 체결했다는 사실을 깡그리 무시한 미국의 국제적 신뢰도는 땅에 처박혔다.
관세는 무엇인가. 관세는 물건을 수입하는 사람이, 수입 신고가(수출 업체에 지불하는 가격)에 대비해 지불하는 세금이다. 관세는 한국에서 물건을 수출하는 쪽이 아닌,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이 내는 세금이다. 당연히 수입하는 미국 기업들은 수출하는 협력사에는 가격을 좀 내리자고 제안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올리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관세 인상의 영향은 미국 기업과 미국 내 소비자가 결국 절대 비중을 지불하게 된다.
한국의 수출기업들은 이익률이 줄고, 수출량이 줄 것이다. 혹은 원부자재를 이미 비축해 놓은 상태에서 오더 뱉어내기가 생길 수도 있다. 이것만으로도 물론 이미 대혼란인데, 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몇 배의 혼란이 될 수 있다.
미국의 실질임금은 70년대부터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한다.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전 세계에서 수입하는 값싼 소비재가 이를 떠받치고 있었다. 그러니 당장 소비재 가격이 오르고, 혹은 공급량이 줄면 미국의 소비자들은 나락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 세계의 공장들이 미국에 몰려들 거라는 생각도 오판 같아 보인다. 미국은 전 세계 GDP의 25%를 점유하고 있지만, 세계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세계 대공황 어쩌구하는 걱정은 트럼프의 속셈에 넘어가는 꼴이다.더욱이 제조업의 생산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미국은 서비스업이 GDP의 70%를 차지하며 대규모 흑자를 내 먹고 사는 나라다. 금융, 유통, 지식재산권 같은 산업이 그것이다. 이것은 미국이 자국의 경제 구조를 수십년 간 의도적으로 재편해 온 결과다. 왜냐면 미국이 소비재를 수입해야, 달러가 전 세계에 풀리고, 그 달러가 다시 미국의 주식, 채권 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방식으로 금융패권이 유지되어 왔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제조업의 고용률은 전체의 10% 수준이다. 그렇게 스스로 쪼그려 트려 놓은 제조업만을 놓고, 수출하는 이웃 나라들을 거지 내지, 도둑 취급을 하고 있는 것이 지금의 트럼프 행정부다.
얕은 지식이긴 하나, 이 정도 사실만으로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아마도 한국 등을 대상으로 한 25% 상호관세는 실현되지 못할 터이다, 하는 희망이 생겼다.
시시각각 변하는 미국의 관세 정책은 여전히 유효한 불안 요인이지만, 공부를 하며 알게된 좋은 점도 몇 가지 있었다.
우리 한국은 미국과 달리 제조업 수출이 여전히 경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여서, 그 수출 규모가 중국 다음으로 큰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미국 역시 우리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분야를 늘려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세계 경제 서열 12위, 50년 전 1인당 국민소득 100달러에서 오늘날 3만5천 달러에 이른 나라, 그에 걸맞는 협상과 전략을 펼칠 수 있다는 국내외 전문가들의 조언이 반가웠다. 물론 중국 수출을 다시 회복하고, 유럽, 중동 등으로 수출을 다변화해 불안정성이 커진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도 시작해야 한다.
패션 못지않게 관세 대란으로 혼란에 빠진 곳은 다름 아닌 화장품 업계다. 장하게도 한국의 화장품 산업은 지난해 수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그리고 프랑스를 제치고, 미국에서 1등을 해 버렸다. 지난해 미국 수출액은 전년 대비 57% 증가한 6.9억 달러. 한국콜마와 코스맥스는 이탈리아의 인터코스와 함께 전 세계 화장품 ODM 3대 기업에 꼽힌다.
미국 화장품 라벨의 상당수는 ‘메이드 인 코리아’로, 압도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상호관세 발표 후 한국보다 미국 현지 업계가 더 아연실색한 이유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인상 전에 한국산 썬크림 등을 사재기 중이라는 뉴스도 내외신을 통해 전파를 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우리가 아니었다. 그러니 쫄지 말기, 그리고 전화위복의 기회를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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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선희 편집국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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