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애] 치유의 힘이 필요한 을사년을 시작하며

발행 2025년 01월 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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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마당

세계보건기구 상징물, 뱀과 지팡이

 

연말의 경건하고 차분한 분위기 때문인지 2025년을 맞이하는 마음이 여러 가지 기원으로 가득하다. 그러면서 지인들과 나눌 새해 인사말을 생각해 본다. 딱히 떠오른 것이 없는데 유홍준 교수가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에서 소개한 옛 선인의 편지 한 구절이 마음에 남는다. “어제와 다름없는 오늘이지만 작년과 다른 올해입니다.” 정말 멋있는 문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12월 31일과 1월 1일이 뭐 그리 차이가 나겠는가. 하지만 2024년 1월 1일과 2025년 1월 1일은 너무도 다른 모습이 되어 있다. 그러니 수백 년 전 그 누구도 오늘의 나와 같은 마음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 삶의 순간이 누군가에게는 너무도 간절한순간일 수 있다는 것, 지금 이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가를 알게 되는 것은 인간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삶의 유한함이 너무도 허망할 때도 있다. 그 허망함이 애달픔을 넘어 애끓는 마음에 상처를 남기게 되면 그 아픔을 치유하기는 너무도 힘이 든다.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검은 나무의 숲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삶이 망가진 모두를 위한 추모의 공간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가슴이 무거워 온다. 사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으면 된다. 하지만 마음속 아픔은 쉽게 치유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눈밭에 검은 숲이 필요했는지 모르겠다. 심리학자들은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일어날 때 사회 구성원 전체는 공통의 트라우마를 갖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점점 우리 사회가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아스클레피오스는 아폴론의 아들로 의술의 신으로 추앙되고 있다. 그는 뛰어난 의술을 바탕으로 죽은 사람도 살리는 방법을 알았고 이것이 세상의 질서를 허문다는 이유로 제우스의 번개를 맞고 죽는다. 신화 속 누군가도 애끓는 마음에 떠난이를 붙잡고 싶었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이후 아스클레피오스의 의술을 숭배하던 사람들과 그의 후손이라는 사람들이 의술과 의학교육을 이어갔고 의사들이 하는 히포크라테스의 선서도 이러한 기원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아스클레피오스의 상징 중 뱀이 감겨있는 지팡이가 있다. 옛 선인들은 뱀의 독으로 아픈 사람을 치료하기도 하였고 허물을 벗고 나오는 뱀의 모습을 치유와 재생의 상징으로 생각했다. 그래서인지 세계보건기구의 상징물에는 이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그려져 있다. 그런데 2025년 을사년을 시작하면서 뜬금없이 이 지팡이가 생각이 났다. 나에게 이 지팡이가 주어진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할까. 세상의 아픈 모든 사람들에게 치유와 축복을 나누어 줄까, 아니면 가족을 잃고 목 놓아 우는 이들을 위하여 죽은 사람을 살려낼까, 과연 이 지팡이의 쓰임이 이런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아스클레피오스가 제우스의 번개를 맞아야 했던 이유를 알 것도 같다. 그의 죽음으로 세상의 질서를 잡은 제우스도 그의 의술만은 기리고자 하늘의 별자리 중 뱀주인자리를 주었다고 한다. 아픈 사람을 치유하고 고통을 덜어주는 그것만으로도 하늘의 별이 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인간의 내면에서 오는 깊은 불안감은 이 삶의 유한함이 주는 무게일 수 있다.

 

올해 우리 앞에는 많은 문제들이 놓여있고, 그 고비 고비를 넘어가면서 누구는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다른 누구는 너무도 아픈 이별을 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유한한 삶 속에서 인간을 치유하는 힘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면서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아스클레피오스의 지팡이’가 2025년 청사의 해를 맞이하여 우리 모두의 마음속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으면 하는 기원을 검은 하늘 속 작은 별빛에 남겨본다.

 

유미애 세원아토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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