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애] 도파민과 엔돌핀, 소비를 움직이는 두 가지 코드

발행 2025년 09월 21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월요마당

 

 

계절의 변화에 따라 신발을 정리하다가 얼마 전 러닝 열풍에 편승하고자 사놓은 고가의 러닝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러닝을 하겠다고 생각하고 무슨 대회 참가자처럼 러닝복, 러닝화, 관련된 자잘한 소품들을 사놓았는데 막상 달리려고 하니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날이 덥고 등등 마음 같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던 중 쇼츠 영상에서 슬로우 러닝이라는 것을 보고 천천히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몸에 무리도 주지 않고 나에게 맞춤형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우리는 일상 속에서 ‘행복 호르몬’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 가운데 도파민과 엔돌핀은 오늘날 소비 패턴과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다.

 

도파민은 보상과 성취를 기대할 때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이다. SNS의 알림, 쇼츠 영상, 게임 속 레벨업, 원클릭 결제까지,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도파민 자극을 경험한다. 짧고 강렬한 만족을 주지만, 금세 사라져 더 큰 자극을 찾아 나서게 한다. 패션 업계에서도 이런 심리를 활용한 ‘도파민 패션’이 주목받고 있다. 발렌시아가, 구찌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은 비비드한 색감과 과장된 실루엣으로 즉각적인 시각적 쾌감을 선사하며 젊은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국내에서는 스파오와 탑텐이 시즌별로 원색 계열 컬러 아이템을 전면에 내세워 ‘기분 전환 쇼핑’을 노리고 있다. 강렬한 색채와 독특한 디자인은 도파민적 즐거움을 불러일으키는 전략이다. 그러나 도파민적 소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가진다. 반대로 엔돌핀은 고통을 완화하고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이다. 러닝 후 찾아오는 ‘러너스 하이’, 요가와 명상 속의 평온함, 큰 웃음 뒤의 개운함이 대표적이다. 팬데믹 이후 웰니스와 마인드풀니스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강렬한 자극보다는 몸과 마음을 회복시키는 경험을 찾는다.

 

엔돌핀적 소비는 패션에서도 분명히 드러난다. 파타고니아, 아크테릭스 같은 브랜드는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강조하며, 옷을 입는 행위를 단순한 치장 이상의 ‘힐링 경험’으로 확장시켰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원단을 활용한 슬로우어스, 플리츠마마 같은 브랜드가 주목받고 있다. ‘불필요한 자극’보다 ‘안정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흐름이다. 또 최근 번지고 있는 러닝 크루 문화, 요가·필라테스 스튜디오 확산, 캠핑과 글램핑 트렌드 역시 엔돌핀이 주도하는 라이프스타일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도파민적 쾌락과 엔돌핀적 안정은 오늘날 소비자의 양면성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화려한 색감과 빠른 만족을 찾으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마음을 달래고 삶의 균형을 회복시켜줄 무언가를 원한다.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여기다. 단기적인 자극만으로는 충성도를 얻기 어렵다. 도파민적 재미와 엔돌핀적 안정이 균형을 이룰 때, 소비자는 비로소 브랜드와 깊은 관계를 맺는다.

 

패션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우리의 감정과 행복의 화학을 자극하는 문화적 코드다. 도파민과 엔돌핀이라는 두 축을 이해하는 것은 곧 오늘의 소비자를 읽고, 내일의 트렌드를 준비하는 통찰이 될 것이다. 또한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살고자 하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미애 세원아토스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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