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욕망 없는 세대가 등장했다. 요즘 중학생들에게 꿈을 물으면 연예인 아니면 유튜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정도라고 한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라니! 이는 사회적 성공의 핵심 요소인 욕망, 기회, 능력 중에서도 욕망은 누구나 가진다고 여겼던 기성세대에게는 낯선 풍경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이는 단순한 무기력이 아니라, 과도한 성공 압박에서 벗어나 기본적인 삶을 충실하게 살겠다는 의지로도 보인다.
마치 루소가 ‘인류 불평등 기원론’에서 묘사한 ‘자기 보존 외엔 욕망 없이 홀로 거닐던 자연 상태의 인류‘를 가장 행복한 시대로 규정한 것처럼 말이다. 첨단 기술이 우리를 노동에서 해방시키기 전부터, Z세대는 이미 정신적으로 ‘탈 굴착‘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일하는 동물‘이 아니다. 부족한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노동에 매달렸을 뿐이다. 농경 시대에 땅을 갈고, 산업화 시대에 광물을 캐는 모든 노동의 시작은 결국 땅을 파는 ‘굴착‘이었다. 하지만 이제 AI와 로봇 기술은 ‘탈 굴착(Post-Scarcity) 경제‘라는 대전환을 예고한다.
얼마 전 아마존의 100만 번째 로봇이 일본 물류센터에 배치됐다. 아마존의 다양한 로봇 군단의 중심에는 ‘세콰이어(Sequoia)‘가 있다. 이 첨단 로봇 시스템은 전 세계 배송의 약 75%를 처리하며, 연간 전체 물류 비용의 25%인 약 30조 원을 절감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조만간 아마존의 로봇 수가 현재 직원 150만 명을 넘어설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제 전 세계 제조업의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 속에서, 일하지 않으려는 세대의 등장과 이를 대체할 휴머노이드 로봇의 발전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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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 마르크스 Karl Marx (1818–1883) |
이 같은 변화는 마르크스(Karl Marx)가 ‘자본론’에서 그렸던 ‘필요의 왕국’에서 ‘자유의 왕국’이라는 이 오래된 ‘철학적 이상’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AI와 로봇으로 인한 무한한 생산력은 인간을 생존을 위한 '필수 노동'에서 해방시킬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먹고 사는 걱정이 없는 ‘자유의 왕국‘에서 예술과 과학, 공동체 활동에 잠재력을 발휘하거나, 생산과 성과라는 강박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능력‘, 즉 무위(無爲)의 진정한 휴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과제는 많다. 쿠팡 물류 직원, 현대차 노조 등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탈 굴착 경제는 기술 혁신을 넘어 사회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부족과 희소성에 기반한 자본주의는 그 의미를 잃고, AI와 로봇이 창출한 풍요의 과실을 모든 사람이 나누는 보편적 기본소득(UBI)과 같은 새로운 안전망이 필수적이다. 이는 다가올 미래 경제인 ‘탈 굴착 경제‘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 남는다. 생존을 위한 노동에서 해방된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살게 될까. 19세기 이후 많은 사회 개혁가들과 톨스토이, 간디 등에게 큰 영향을 준 존 러스킨(John Ruskin)의 ‘마지막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 1862)’는 이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
“노동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그 자체로 ‘창조적 활동’이어야 한다. 노동자는 단순히 임금을 받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이 참여하는 창조 과정을 통해 존엄과 삶의 충만함, 즉 자신의 고귀한 가치를 구현하는 존재여야 한다.”
원고지에 얼굴을 파묻고, 굴착하듯 열심히 일하고 있는 APN의 모든 분들에게 존경과 동료애를 보내며, 창간 33주년을 함께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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