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억의 ‘브랜드 인사이드’
근력운동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미는(push) 힘과 당기는(pull) 힘.
운동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자면, 미는 힘은 푸쉬업처럼 가슴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고, 당기는 힘은 풀업(턱걸이)처럼 등 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이라 보면 된다. 평소에 가슴과 등 근육을 잘 단련해두지 않은 사람이라면, 푸쉬업과 풀업 몇 번하는 것조차도 결코 쉽지 않다. 이 힘의 방향을 브랜드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브랜드는 소비자를 ‘당긴다’. 대부분의 브랜드는 소비자를 설득하고 끌어들이는 과정을 통해 성장한다. 처음에는 브랜드를 알리고, 강점을 내세워 설득하며, 팬을 확보한 뒤에는 유통 확대와 마케팅을 통해 매스화를 시도한다. 어느 정도 성장했다 해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꾸준히 트래픽을 모아야 하고, CRM을 통해 리텐션을 높여야 한다. 기존 고객의 이탈을 보완하기 위해선 끊임없는 신규 고객 유치도 필요하다. 친절한 태도, 매력적인 경험, 접근가능한 가격. 이 모든 것이 고객을 향한 ‘등 근육’의 사용이라 할 수 있으며, 아마도 대부분의 브랜드가 지닌 본질일 것이다.
반면, 명품 브랜드는 ‘민다’. 그들의 전략은 정반대다. 소비자를 끌어당기기보다는 오히려 거리를 두고, 때로는 의도적으로 불편함을 설계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근 한 명품 브랜드는 새로운 백을 출시하며 국내외 최고의 셀러브리티를 기용해 TV, 옥외, 디지털 등 다양한 채널에서 대대적인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데 정작 매장에는 제품이 하나도 없었다. 이에 대해 점원은 오히려 당당하게“없다. 언제 입고될지 알 수 없고, 들어와도 바로 솔드아웃”이라고 말한다. 이런 일이 일반 브랜드에서 벌어졌다면? 캠페인 설계 미스로 보고 책임자가 문책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품 브랜드에선 이조차 전략의 일부다.
명품은 이렇게 소비자에게 의도적인 불편함을 던진다. 한정된 재고, 주기적인 가격 인상. 점점 더 닿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가고, 닿을 듯 닿지 않는 그 거리에서 소비자는 오히려 더 열망하게 된다. 명품이란 본질적으로 완성도나 헤리티지보다도 사람의 심리를 정교하게 다루는 영역에 가깝다. ‘장인’보다 ‘심리학자’에 가까운 존재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요즘은 ‘가운데’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과거 백화점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너무 싸 보이지도, 너무 도도하지도 않던 무난한 브랜드들. 분명 그들만의 자리가 있었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오늘날 소비자는 ‘명확함’을 원한다.
가성비가 탁월하거나, 아니면 확실한 하이엔드이거나. 매우 친절하거나, 아니면 쉽게 닿을 수 없는 어딘가에 있거나.
제품적인 USP나 브랜드적 KBB, 또는 TPO 제안이 확실하게 전달되는 브랜드처럼 이제는 이런 ‘명확한 것’을 가진 브랜드만이 선택을 받는다.
물론 매스 브랜드도 적절한 ‘밀고 당김’은 가능하다. 소수만 가질 수 있는 아트 콜라보 한정상품, 오픈하자마자 마감되는 트레일러닝 대회 티켓, 그 브랜드만이 선사할 수 있는 BTL의 경험들. 이런 순간들을 통해 소비자는 익숙했던 브랜드의 다른 면모를 발견하고, 경외감과 함께 새로운 매력과 열망을 느낀다.
밀고 당김. 이 물리적 원리는 운동에서뿐 아니라 인간관계, 심지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도 작용한다. 어쩌면 브랜딩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일지 모른다. 소비란 결국, 열망과의 상호작용이기 때문이다.
 |
| 김동억 다이나핏 커뮤니케이션 부문장 |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