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인] 슈즈 산업의 재편, 신발이 아닌 경험을 판다

발행 2025년 04월 2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혜인의 ‘패션 월드 인 코리아’

 

 

한국 제화 산업이 중대한 전환점을 맞고 있다. 경제 불확실성과 소비 심리 위축 속에서 캐주얼 및 기능성 신발의 부상이 두드러진다. 팬데믹을 거치며 일과 일상생활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편안함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자리 잡으면서 전통 구두의 입지는 점차 약화되고 있다.

 

스니커즈와 러닝화는 일상 패션으로 자리 잡았고, 이에 따라 구두 판매량은 감소하고 있다. 주요 판매 채널이었던 백화점에서도 구두 매장은 축소되고 있으며, 그 자리를 러닝화와 라이프스타일 슈즈 편집숍이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숫자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4년 주요 제화 브랜드들은 2022년을 기점으로 2년 연속 매출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운동화 시장은 2023년 3조4,150억 원에서 2024년 약 4조 원으로 15% 성장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중 러닝화 시장은 1조 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반면, 전통적인 제화 시장은 2023년 약 5,000억 원에서 2024년 약 4,800억 원으로4% 감소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제화 산업의 쇠퇴는 단일 품목의 문제가 아니다. 패션 산업 전반이 기능성과 감성, 그리고 라이프스타일의 융합이라는 새로운 기획 기준을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는 더 이상 형식적인 제품을 구매하지 않는다. 자신을 편안하게 하고, 일상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경험‘을 구매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가장 잘 포착되는 지역이 바로 서울 성수동이다. 과거 공장 지대였던 성수는 라이프스타일, 커뮤니티, 감성 소비를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변모했다. 이곳을 찾는 주요 고객층은 20~30대 초반의 MZ세대다. 이들은 단순한 상품 구매를 넘어, 브랜드가 제시하는 세계관과 라이프스타일에 공감할 수 있을 때 지갑을 연다.

 

캐주얼 슈즈 쿠에른(CUEREN)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목받고 있다. 쿠에른은 전통적인 구두 대신, 출근과 일상을 아우르는 편안한 라이프스타일 슈즈를 선보이며 빠르게 MZ 소비자층을 공략했다. 지난 3월 성수동에 오픈한 플래그십 스토어 '쿠에른 더 빌리지'는 제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철학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기획되었다. 시그니처 스토어, 카페, 전시를 진행하는 복합 문화 공간으로 구성된 공간은 '커뮤니티 허브'로 기능하고 있으며, 제품 구매 시 흰 튤립을 선물로 증정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쿠에른더빌리지 성수 시그니처 스토어 /사진=이혜인

 

슈콤마보니도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지난 3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온라인 전용 슈즈 ‘212 Fev SCB’ 캡슐 라인을 런칭하고, 성수동 무신사 스토어에서 팝업을 운영했다. 발레 코어와 러닝 무드 트렌드를 반영한 스니커즈를 선보였으며, 매장에서는 직접 구매가 불가능하고, 진열된 신발의 QR 코드를 스캔해 무신사 온라인몰에서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고객 경험 방식을 도입했다.

 

슈콤마보니 온라인 전용 슈즈 브랜드 /사진=이혜인

 

오랜 제화 산업 경험과 최근 다양한 시장 조사 결과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착화감과 스타일을 동시에 고려한 하이브리드 기능성 디자인이 주력이 되어야 한다. 둘째,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철학과 세계관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셋째,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소비자와의 감성적 연결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구두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의미는 변했다. 슈즈 산업은 이제 신발 자체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기능‘과 ‘경험‘을 결합한 가치를 판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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