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찌라] 리바이스, 금광 뒤의 ‘시장’을 본 유대인의 혜안

발행 2025년 10월 2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찌라의 ‘기업 읽어드립니다’

 

 

청바지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그런데 궁금하다. 왜 적바지도 아니고, 백바지도 아니고 청바지일까?

 

16세기 제노바 항구에서는 선원과 항만 노동자들이 인도에서 온 염료, 인디고로 염색한 원단을 작업복이나 돛으로 사용했다. 인디고는 면 섬유를 코팅해 내구성을 높였고, 산화 과정에서 섬유가 단단해져 젖어도 썩지 않게 하는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원단은 ‘제노바의 파랑’이라는 뜻으로 블뢰 드 젠(Bleu de Gênes)이라 불렸는데, 이 명칭이 훗날 영어권에서 블루진(Blue Jeans)으로 변형됐다.

 

진이 인기를 끌자 프랑스 남부 님(Nîmes)에서는 조제프 안드레가 양모와 실크를 혼방해서 이를 모방하는데 도전한다. 내구성의 비결을 역설계하려고 양모와 실크를 혼방해 비슷한 원단을 만들려 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대신 그는 트윌 조직 즉, 사선으로 직조해 일반 원단보다 3배 이상 튼튼한 새로운 원단을 개발했다. 님에서 온 원단, 드 님(de Nîmes)은 훗날 데님(denim)이 됐다. 한마디로, 데님과 진은 원래 서로 다른 원단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이다.

 

인디고로 염색한 트윌 조직 데님은 매우 튼튼해 농부, 광부, 노동자의 작업복에 주로 쓰였다. 청바지가 나오기 전에 데님은 주로 오버롤 형태였다. 1650년대 익명의 이탈리아 화가가 그린 작품에도 찢어진 데님 오버롤을 입은 거지들이 등장한다.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데님을 미국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만든 것은 한참 후의 일이다. 1829년 바이에른 공화국에서 태어난 리바이는 18살 때 미국으로 이주했다. 리바이의 형제들은 뉴욕에 잡화점을 운영했다. 그러다 캘리포니아에 골드러시가 터지자, 이들은 현명하게도 막내 리바이를 보내 지점을 낸다. 골드러시 시대에 진짜 돈을 번 사람들은 금을 캔 광부가 아니라, 그들에게 물건을 판 상인이었다. 유대인다운 빠른 계산이었다.

 

하지만 청바지를 실제로 만든 사람은 재봉사 제이콥 데이비스다. 어느 날, 한 주부가 그에게 바지 수선을 부탁한다. 가뜩이나 덩치 큰 남편의 작업복 바지가 자꾸 찢어진다며 튼튼하게 고쳐 달라는 거였다. 제이콥은 텐트나 담요 같은 튼튼한 옷감을 주로 취급했기 때문에, 이 방식으로 바지를 보강했다. 주머니, 사타구니처럼 바지에서 힘이 많이 가는 부위에 찢어지지 않도록 구리 리벳을 단 것이다. 이는 마치 스테이플러처럼 바지의 약한 부분을 튼튼하게 고정해 주는 역할을 했다. 그는 이 아이디어가 대박이 날 것을 직감했지만 특허를 낼 돈이 없었다. 제이콥은 자신에게 데님 원단을 제공하는 리바이 스트라우스에게 편지를 썼다. 바지의 잠재력을 알아본 리바이는 바로 투자했고 1873년 5월 20일, 리바이와 제이콥의 공동명의로 특허가 등록되면서 현대 청바지가 탄생했다. 지금도 리바이스는 5월 20일을 501데이로 기념하고 있다.

 

70년 동안 리바이스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사랑받았다. 당시만 해도 중산층 남성은 정장에 모자, 여성은 코트와 스카프를 착용했다. 청바지를 만든 리바이조차 정장을 입은 사진만 남아있을 정도다. 그런데 제 2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에 파병된 미군 병사들이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다니면서 유럽에 놀라움을 안겼다. 전쟁이 끝날 무렵 청바지는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했다.

 

특히 할리우드가 청바지를 사랑했다. 서부영화에서는 존 웨인이 리바이스 501을 입고 카우보이 룩을 완성했고, 제임스 딘은 영화 <이유 없는 반항>에서 청바지와 가죽 재킷을 입고 등장해 청바지를 반항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이 영화에서 제임스 딘이 입은 청바지는 사실 경쟁사 리(LEE)의 제품이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바지를 청바지의 원조, 리바이스로 기억하면서 리바이스는 어부지리로 광고효과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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