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필호] 크리에이터 마케팅, 시스템 경쟁의 시작

발행 2026년 01월 07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신필호의 ‘넥스트 이커머스‘

 

 

마케팅 산업은 늘 매체가 변화하며 놀라움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경쟁의 판을 바꿔온 것은 시스템의 진화였다. 퍼포먼스 마케팅의 예를 들어보면, 배너 광고와 단순 노출 중심이었던 디지털 광고는 성과 측정과 자동화 기술의 발전을 계기로 완전히 다른 산업으로 재편됐다. 클릭률과 전환율, ROAS와 같은 지표가 표준화되고, 트래킹 픽셀과 데이터 연동, 비딩 시스템 등이 도입되면서 광고는 감 혹은 감각이 아닌 운영 역량이 중요한 영역이 되었다.

 

실제 글로벌 디지털 광고 시장은 이러한 시스템화를 기반으로 크게 성장했다. 성과를 예측하고 관리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며 기업의 입장에서 설명 가능한 마케팅 예산의 집행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마케터 개인의 숙련도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어떤 툴과 어떤 구조로 운영하느냐가 성과를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하나의 ‘기술 기반 (MarTech) 산업’으로 자리 잡은 이유다.

 

현재 크리에이터 마케팅이 지나고 있는 과정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제까지의 초기 크리에이터 마케팅은 인플루언서의 팔로워 수와 영향력에 의존한, 비교적 단순한 협업 방식이었다. 제품과 수수료를 제공하고 콘텐츠 노출을 기대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고, 실질적인 성과 혹은 성과와 연결되는 개연성은 정성적으로 평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참여 브랜드와 크리에이터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이 방식은 빠르게 한계에 직면했다.

 

수십 명, 수백 명의 크리에이터와 협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 콘텐츠 품질 편차, 성과 측정의 어려움은 더 이상 사람의 손으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며 크리에이터 마케팅에도 시스템화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캠페인 단위 관리, 크리에이터 풀의 데이터화, 콘텐츠 성과 지표의 정량화, 2차 활용과 광고 연계까지 이어지는 구조 설계가 필요해졌고, 이는 필연적으로 IT 시스템과의 연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진화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서는 크리에이터 마케팅 관련 SaaS나 플랫폼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이는 브랜드들이 더 많은 크리에이터를 쓰고 싶어서라기보다,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운영 가능한 영역’으로 만들고자 하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그러했듯 크리에이터 마케팅 역시 개인의 감각이 아니라 시스템과 데이터에 의해 성과가 재현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현재의 마케팅 환경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소비자가 콘텐츠를 소비하는 ‘윈도우’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콘텐츠는 파편화되고 있다. 하나의 플랫폼, 하나의 메시지로 대규모 소비자를 설득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숏폼, 리뷰, 라이브, 커뮤니티 콘텐츠 등 수많은 접점에서 브랜드는 동시에, 그리고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와 만나야 한다.

 

이 지점에서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키워드가 AI다. AI는 최근의 지브리 이미지 만들기 처럼 단순히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도구를 넘어, 방대한 크리에이터 데이터와 콘텐츠 성과를 분석하고, 다음 선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수백, 수천 개의 협업 데이터를 사람의 직관만으로 해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2026년을 향한 크리에이터 마케팅의 경쟁력은, AI를 활용해 이 복잡한 구조를 얼마나 빠르게 이해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퍼포먼스 마케팅이 시스템화를 통해 거대한 산업으로 성장했듯, 크리에이터 마케팅 역시 같은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중요한 질문은 “크리에이터 마케팅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시스템 위에서 운영할 것인가”이다.

 

몇몇 K뷰티 시장의 선도 브랜드는 이미 나름의 답을 찾기 시작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2026년은 각각의 브랜드가 새로운 마케팅 시스템의 해법을 찾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신필호 인덴트코퍼레이션 CR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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