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 디지털 시대는 갔다, 디지로그 2.0 시대! (2)

발행 2024년 06월 02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최석근의 ‘디지로그 2.0’

 

 

십대들조차 브랜드의 오리진과 역사를 따지고, 매일 아침 디지털 신기술이 쏟아지는 요즘, 패션 비즈니스는 어떻게 해야 할까? 디지로그 2.0 관점에서 다음과 같은 기본 세 가지를 점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첫째, 디지로그 수준(성숙도) 진단이 필요하다. 사람이건, 업무건, 브랜드건, 기업이건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의 아이덴티티 현황을 점검하고, DT의 수준을 파악하는 것이 그 시작이다. 그 둘의 무게 중심과 기울기가 어떠한지를 보고 밸런싱 게임하듯 균형을 잡아가는 것이 올바른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밸런스를 잘 잡아서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의 좋은 사례가 있다. 약 7년 전, 필자가 수십 개의 패션 테크 스타트업들을 만나던 때였다. 미팅 기업의 90% 이상은 중요한 비즈니스 핵심을 놓치거나 아날로그의 중요성을 몰라서 협업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A사 대표가 회사에 찾아와 설명을 하는데, 디지로그적 관점을 가지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A사는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패션 의류 이미지 태깅 기술을 선보였다. 중요한 점은 ‘처음’이 아니라 ‘어떻게’ 였다. 이미지 태깅 기술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A사는 패션전문가그룹을 뽑아 사람이 직접 정답지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AI를 학습시키기 위한 머신러닝과 딥러닝의 기초는 ‘정확한 정답지’라는 것을 간파했던 것이다. 하지만 A사 대표는 스마트해 보이지 않는 아날로그 방법에 대해 고민과 의구심을 가지고 있었다. 필자는 그 방향이 맞다고 강조하고 더 강화하기를 조언했다.

 

A사는 이후로도 약 2년 넘게 지속적으로 비용을 투자했고, 사람을 통해 모든 의류의 속성을 카테고리화하고 속성값을 정리해 나갔다. 디지털의 최전선에 있던 AI를 발전시키기 위해, 사람의 손이라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수년간 고집스럽게 이어 갔던 것이다. 그 결과 A사가 개발한 버츄얼 트라이온 기술은 그 정확도와 현실성에서 외국기업 어느 기술보다 뛰어났다. 왜냐하면 A사는 생성 AI 기술에만 의존한 것이 아니라, 아날로그 방법으로 획득한 디테일하고 정확한 의류의 속성값 데이터를 디지털 기술과 접목해서 구현해냈기 때문이다.

 

둘째, 브랜드 아이덴티티 구축. 요즘은 십 대 아이들조차 브랜드 오리지널리티와 아이덴티티를 본다. 브랜드의 전통과 진정성, 끊임없는 헤리티지 관리는 생성 AI를 잘 활용하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 더 중요하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상품과 서비스는 쉽게 따라할 수 있지만 브랜드의 힘 자체는 절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다.

 

셋째, 디지털 전환 마스터플랜 수립. 비즈니스에는 막대한 돈과 시간이 투자되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시간과 노력을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증 가능하고, Why가 녹아있는 빅 픽쳐인 DT 마스터플랜이 반드시 필요하다.

 

작년 하반기에 국내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패션 기업 B사의 DT 조직 팀장이 필자에게 조언을 구하러 온 적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빠르고 체계적으로 프로세스 정립과 DT를 수행해 온 기업의 노하우를 듣고 싶어했다. 필자는 성공 사례뿐 아니라 시행착오와 피해야 할 의사결정들, 무엇보다 전반적인 DT 마스터플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도움이 되는 포인트가 많았다며 그 팀장은 상기된 표정으로 되돌아갔다.

 

최근 그 회사의 소식을 우연히 접했다. 패션 리테일 솔루션을 급하게 쓰다가 1년도 안 되어 포기하고, 지금은 해당 팀이 조직도에서 사라졌다고 한다. 게다가 재고 과잉으로 회사의 수익이 급격히 나빠졌다고 한다.

 

계획 없이 급하게 시도부터 하는 건 애자일이 아니라 애물단지를 만들어 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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