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의 ‘디지로그 2.0’
지난번 칼럼에서 패션 비즈니스를 ‘디지로그 2.0’ 관점에서 어떻게 시작할 수 있는지 기본적인 세 가지를 언급했다. 디지로그 수준을 진단하고,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디지털 전환 마스터플랜을 수립하는 것. 오늘은 이전에도 가장 중요했고, 앞으로도 핵심이 될 '고객'에 대한 디지로그 2.0 관점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고객이 제일 중요하고, 고객 데이터를 잘 분석해야 한다는 뻔한 이야기 말고, 필자가 약 1년 반 정도 실제로 리브랜딩 프로젝트를 했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대상 파일럿 브랜드는 해당 복종에서 런칭 후 1차 브랜드 발전기까지는 잘 성장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 후 성장을 멈추고 하락세를 보이며 위기감이 감도는 때였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필자가 가장 먼저 했던 것은 브랜드의 매출 변화를 고객 변화 추이로 다시 해석하는 것이었다. 매출의 보합이나 하락은 1차적으로 구매고객 수의 하락과 직결될 것이라는 가설은 정확했다. 매출의 온오프 채널별 감소 폭보다 고객의 감소율이 10% 이상 더 컸다. 기존 구매 고객의 감소율이 주요인이라는 것을 확인한 후, 2차로 구매 금액대별 고객 수의 추이를 분석했다. 그러자 브랜드 MD나 영업담당자들도 당황해하는 재미있는 데이터가 보이기 시작했다.
연간 구매금액 5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상을 구매하는 VIP 고객층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고, 일부 매장에서는 오히려 상승하고 있었다. 문제는 200만 원~500만 원, 100만 원~200만 원대의 일반 고객층이었다. 이 고객층의 감소세는 매출 감소세의 2배였다. 즉, 전체 매출을 끌어내리는 주요 원인은 브랜드의 허리에 해당하는 일반 고객층이었고, 그 감소세를 VIP층이 간신히 막고 있는 형상이었다.
3년 전 브랜드의 매출이 좋을 때와 비교해 보니, 고객층의 변화는 확연했다. 안정적인 항아리 모양에서 허리가 점점 가늘어지는 모래시계 모양으로 변화하고 있었다.
기본적인 추가 분석을 진행했다. 구매 파워 기준으로 고객을 세분화해 보기 위해 전체 매출을 열 조각으로 나눈 뒤, 각 매출 별 구매액 순으로 고객 수를 분석해서 고객등급별로 비중을 수치화했다. 예상보다 놀라운 사실이 드러났다. 우리가 익히 아는 파레토법칙을 뛰어넘는 고객 현황이 나왔기 때문이다.
전체 구매고객 중 상위 10%의 고객이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있었고, 15%의 고객이 매출의 80% 이상을 점하고 있었다. 상위 매출 40%는 고작 5%의 VIP 고객에 의해 좌우되고 있었다. 브랜드 담당자들 역시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며 고객 데이터 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가볍게 제시한 데이터는 성공적인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복선이 되었다. 어떤 프로젝트건 브랜드 실무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적극적으로 가담할 때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기반의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2단계로 나누어 진행했다. 첫 번째는 '브랜드의 고객은 누구인가?'를 파악하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그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무엇인가?'라는 것이었다.
이런 질문은 초등학생도 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객 데이터 니즈는 현업으로부터 쉽게 시작했다. 하지만 분석 과정은 가능한 한 정밀하고 입체적으로 진행했다.
브랜드 실무자들에게 가설과 심증만 있던 브랜드 고객에 대해 ‘정량적 디지털 분석’은 기본적인 CRM 분석과 함께 고도의 알고리즘 분석을 추가하여 차례로 진행했다. CRM 분석은 매출 기여도뿐 아니라 높아지는 온 오프라인 고객 특성 인지를 위해 채널별 구분 하에 인구통계학적 분석, 구매패턴 분석, 타 브랜드 관심도, 커뮤니티 분석, 4개의 고객 등급 별 페르소나 분석 등을 병행했다.
<다음 호 칼럼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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