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의 ‘디지로그 2.0’
디지털 고객 분석과 함께 동시에 진행한 브랜드 고객에 대한 ‘정성적 아날로그 분석’은 더 흥미진진했다. 브랜드 상위 톱10 매장과 하위 10개 매장을 일일이 방문하고, 매니저분들을 인터뷰했다.
그들은 놀랍게도 본사 고객데이터에는 존재하지 않는 매장별 VIP고객들의 모든 데이터를 머릿속에 가지고 있었다. 예를 들어, VIP 고객의 다리 길이 기준 바지 밑단은 몇 cm로 해야 하는지, VIP 고객의 옷장에 3개 시즌을 통틀어 어떤 옷들이 걸려있기 때문에 신상품 중에 어떤 상품으로 추천해야 하는지 등을 머리로 외우고 있었다.
사무실에서 고객 데이터 분석만으로도 많은 인사이트를 얻었지만, 매장 현장에서 손품, 발품으로 직접 마주한 아날로그 데이터들은 디지털 분석의 한계를 넘게 해주고, 부족한 부분들을 보완해주었다. 정량적 디지털 분석과 정성적 아날로그 분석을 병행함으로써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교훈(Lesson Learned)을 얻을 수 있었다.
첫 번째, 고도의 디지털 분석의 한계 보완. CRM을 뛰어넘는 고도의 알고리즘 분석까지 진행했지만, 아날로그 데이터가 없었다면 필자는 큰 실수를 저질렀을 것이다. 고객 모수의 함정에 빠질뻔 했던 것이다.
매장 매니저들의 생생한 VoC(Voice of Customer)를 통해 구매 고객의 모수 자체가 크게 달라질 수 있었던 사례들을 다양하게 접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온라인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고객들을 붙잡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온라인 멤버십 가입서 자체를 꺼내 놓지도 않고, 권하지도 않고 있었다. 한 번 온라인으로 넘어간 고객은 수많은 혜택과 시도 때도 없는 할인쿠폰 세례로 인해 오프라인 매장으로 되돌아오지 않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 매장 VoC의 한계 보완. CRM과 디지털 분석 수치는 매장 매니저분들의 정확치 않은 기억력에서 나오는 잘못된 정보들을 필터링하는 데에 큰 도움을 주었다. 대부분의 매장 매니저분들은 VIP 고객들을 제외하고는, 본인 매장의 구매고객 전체에 대한 이해나 데이터가 전무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의 사례나 예시를 전체를 대변하듯 표현할 때가 많았다. 필자는 매장을 방문하기 전, 매장별 고객데이터를 모두 분석하고 수치를 가지고 다녔기 때문에, 이상하다고 느낄 때마다 해당 매장의 고객데이터와 비교했고, 잘못된 의견들을 즉시 바로잡을 수 있었다.
세 번째, 디지털 분석 데이터와 아날로그 인터뷰 데이터가 만날 때의 임팩트. 디지털과 아날로그가 서로의 한계를 극복하고 보완해주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양쪽 데이터가 동일한 메시지를 말할 때다. 그때는 100%의 신뢰도를 가지고 추진할 수 있다. 고객 기반 리브랜딩 프로젝트의 목표는 고객 데이터 분석이 아니었다. 분석을 통해 궁극적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타겟 고객 페르소나를 정확히 수립하고, 차별화된 컨셉과 상품개발을 위한 브랜드의 명확한 의사결정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고객을 기반으로 한 브랜드의 의사결정 기준이 명확해야만 리브랜딩의 방향을 정확히 설정하고, 기존의 기획/디자인 방식을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리브랜딩 프로젝트는 정량적 디지털 분석과 정성적 아날로그 분석을 병행함으로써 균형감 있고 현실적인 고객 분석과 페르소나 타겟팅이 가능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기획/디자인 방식을 도입할 수 있었고, 브랜드의 모든 팀원들이 바라보는 동일한 타겟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실무에 직결하여 적용할 수 있었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어느 쪽이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다. 둘의 합이 중요한 포인트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할수록 아날로그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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