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의 ‘디지로그 2.0’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 2024년 12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리고 약 4개월 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모든 국가들을 대상으로 국가별 관세, 품목별 관세, 상호관세, 보편관세로 구성된 관세 4종 종합선물세트를 내놓았다. 4종 세트 안에는 우리가 태어나 처음 보는 숫자들이 담겨있었다.
"트럼프, 對중 관세 125%로 올리며 한국 비롯 70여개 국은 90일 유예, 상호관세 시행 13시간 여 만에 중국 빼고 모두1 0% 기본관세 적용, 철강과 자동차 등 품목 관세는 유지, 미국 90일 유예기간에 국가별 맞춤형 협상 예정"...(25년 4월10일 연합뉴스 헤드라인)
미국 상호관세율 산정법은 특정 국가의 미국 상품 무역적자액을 미국 상품 수입액으로 나눈 뒤, 그 비율의 절반을 상호관세로 부과하는 매우 단순한 방식이다. 공개적으로 대놓고 미국의 무역적자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시나리오를 당선 전부터 계획해 왔고, 백악관에 다시 앉는 순간부터 선언과 협박을 반복하고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역사적으로 항상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형국으로 중간에서 고전해 온 한국은 이 사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관세 폭탄으로 가격상승이 불가피해진 한국의 수많은 패션 브랜드와 MD 전문가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번 국가 간 관세 전쟁이 우울한 것은 비단 충격적인 관세율에만 있지 않다. 원상 복귀될 가능성이 없어 보일뿐더러, 앞으로 이러한 관세 전쟁에 익숙해져야만 할 것 같다는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이며, 균형감 있는 접근을 위해 ‘언젠가는 슬기로울 대응 방안’을 디지로그(디지털+아날로그) 관점에서 살펴보자.
그런데 그전에 한 가지 근본적인 부분을 인정하고 시작하자. 냉정하게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말도 안 되는 관세정책과 협박이 사실 내 브랜드에만 적용되는 압박은 아니다. 적용 단위가 브랜드나 기업이 아닌 국가 차원이다. 다시 말하면, 나 혼자만 어려운 상황이 아니라, 한국의 약 5만 여 개 패션 관련 기업은 모두가 동일하게 적용받는 핸디캡인 것이다.
필자가 인정하고 시작하자는 말은, 우리는 사실 변화에 매우 약할 수밖에 없는 기획을 해왔다는 것이다. 과거 판매 데이터 기반의 분석, 과거 히트 아이템을 중심으로 한 상품 구성 등 조금 과장해서 이야기하면 우리는 전년의 환경이나 상황이 올해나 내년에도 동일할 것이라는 전제조건을 무의식적으로 깔고 의사결정을 해왔다. 시장대응력이 약하기 때문에 작은 변화에도 채찍효과(Bull-Whip Effects)처럼 민감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위기가 다가왔을 때 진짜 실력이 드러난다는 말이 있다. 나의 기획, 나의 디자인이 얼마나 강하고 약한지는 진짜 위기가 닥쳤을 때 여실히 드러난다. 급변하는 마켓 트렌드, 고객들의 니즈 변화, 경기 침체로 인한 가격 저항 심화 등 예상치 못한 상황들의 펀치가 끝도 없이 날아올 때, 맷집의 강도가 드러난다.
경쟁력 강한 브랜드와 상품은 경기가 침체될수록 그 가치가 빛나고, 팬덤 고객들은 가격 상승에 아랑곳하지 않고 브랜드를 사랑한다. 나의 상품, 나의 브랜드가 아주 작은 마켓 트렌드의 변화나 가격에도 심하게 흔들린다면, 근본적인 리브랜딩 시점인 것을 알아채야 한다.
웬만한 외부 환경이나 트렌드, 가격 변화에도 흔들림 없는 브랜드 정체성과 상품의 본질을 갖추기 위해 실무에서 취해야 할 실질적인 방법들은 다음 주 칼럼에서 소개한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