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근의 ‘디지로그 2.0’
AI 신입사원의 진짜 무서운 점은 따로 있다. 혼자서도 충분히 뛰어나지만, 다양한 자동화 툴과 연결될 때 그 능력이 수십 배로 증폭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첫째, 챗GPT가 ‘에이전트’로 진화했다는 걸 받아들여라. 필자가 최근 경험한 일이다. 액세서리 가방 브랜드 대표가 "적은 인원으로도 업무 혁신을 할 수 있냐?"고 자문을 요청했다. 필자는 그 자리에서 AI 에이전트에게 목표를 제시하자, 스스로 시장 트렌드를 분석하고, 타겟 고객을 세분화하며, 경쟁사 전략까지 벤치마킹해서 완성된 캠페인 전략을 내놓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다. 소셜 미디어 분석 도구와 연결해서 최적의 키워드를 찾고, 이미지 생성AI와 협업해서 홍보 비주얼까지 제작이 가능함을 알려주었다. 이게 바로 에이전트 AI다.
둘째, 조직 구조부터 근본적으로 바뀐다는 걸 인정하라. 과거에 우리가 ‘데이터 분석가’에게 데이터를 요청하고 그 결과를 받아보았던 ‘수동적 지시자’였다면,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데이터 문화 설계자’가 되어야 한다. AI 에이전트가 잘 작동하도록 정확한 데이터 소스를 연결하고, 질문의 맥락을 설계하며, 최종 결과물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역할을 주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바뀔까? MD는 AI 에이전트가 제안한 트렌드 예측과 소비자 반응 데이터를 토대로, 직관과 감성을 더해 다음 시즌 상품을 기획한다. 소싱 담당자는 AI 에이전트가 분석한 공급망 리스크와 최적 생산 단가를 기반으로 더 안정적인 소싱 계획을 수립한다. 마케터는 AI 에이전트가 생성한 고객 세분화 데이터를 활용해서 개인화된 맞춤형 캠페인을 실행한다.
이론만으론 부족하다. 실제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충격적인 사례가 있다. 일본의 패션 브랜드 네이비네이비(NAVYNAVY)다. 이 브랜드는 단 1명의 인간 디자이너가 22명의 AI 에이전트와 1년 반에 걸쳐 협업해서 탄생했다. 자그마치 22명이다! 디자이너, 마케터, 트렌드 분석가, 소재 전문가 등 각각의 전문 영역을 담당하는 AI 에이전트들이 인간 디자이너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브랜드를 완성해 나갔다. 결과는 어땠을까? 2025년 8월 말 론칭 후 2주 만에 초기 물량의 80%가 판매되었고, 전국 14개 매장 입점이 확정되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AI를 단순한 ‘도구’로만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1년 반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간 디자이너와 AI 에이전트들이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피드백을 반영하며 함께 성장해 나갔다. 이게 바로 진정한 의미의 ‘AI와의 창의적 파트너십’이다.
셋째, AI와 함께 성장하는 디지로그 인재로 거듭나라. 그 1단계는 AI에 대해 ‘선택’이 아닌 ‘무기’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텍스트를 이미지나 영상으로 바꾸는 멀티모달AI들, 데이터 분석을 자동화하는 Make & Airtable 같은 기본적인 툴들 말이다.
2단계는 ‘자율성과 책임’의 균형을 설계하는 리더십이다. AI 에이전트에게 더 많은 자율성을 부여할수록, 리더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AI 에이전트 도입은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다. 중요한 건 ‘성공’이 아니라 ‘학습’이다. 복합적인 업무를 맡겨보고,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왜 실패했는지’를 분석하며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노력과 조직 문화가 필요하다.
AI는 창의성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더 가치 있는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다. 네이비네이비가 증명했듯이, AI와의 진정한 협업은 우리에게 ‘노동’을 넘어 ‘창작’의 즐거움을 되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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