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의 ‘인생이 패션’
 |
| '키스' 노호점 |
성수에 국내 최초로 오픈한 키스(KITH) 플래그십 스토어에 대한 관심이 연일 뜨겁다. 오프닝 파티 때 만났던 여러 업계 관계자들은 수많은 국내 회사들이 키스(KITH)를 컨택했지만 거절당했는데, 결국 한섬이 가지고 들어왔구나 하는 감탄, 반면에 이 브랜드 자체가 수익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누가 뭐라 해도 키스는 명실상부 현재 뉴욕에서 가장 핫한 편집숍이자 브랜드임에는 분명하다. 편집매장으로 시작해 PB가 더욱 유명해진, 즉, 브랜드의 반열에 오른 이와 같은 케이스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나는 한달 전 뉴욕 출장 겸 여행길에서 당시 노호와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키스 매장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노호 매장의 경우, 관광객들을 포함해 쇼핑을 하러 온 수많은 인파 속에서 간신히 옷을 구경하고 입어볼 수 있었다. 1층은 PB 의류 컬렉션, 2층은 스니커즈 섹션, 3층은 다양한 브랜드의 바잉 컬렉션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신기하게도(혹은 당연하게도) 대부분의 방문객들은 1층과 2층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는 이제 키스를 편집숍이 아닌,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으로 보였다.
이런 키스가 일본 도쿄,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캐나다 토론토에 이어 한국을 택한 이유는 2024년 현재 한국 트렌드가 전 세계의 최전선에 있다는 것을 뜻한다. 서울 매장 오픈을 기념해 출시한 익스클루시브 컬렉션은 완판됐고, 많은 해외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질 않고 있다.
 |
| '키스' 윌리엄스버그점 |
하지만 이 시점의 대한민국에 대해서, 그리고 키스 비즈니스에 대해 짚어볼 점들도 있다.
우선 비교적 선진국이라 칭해지는 미국 및 유럽 각지로의 출장을 다니다 보면, 이제 조금씩 패션 자체에 두는 가치보다 라이프스타일로 넘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맨해튼 또는 파리의 지하철을 타보면, 무심한 듯 애슬레져 차림에 페이퍼백 문고본을 읽는 사람들을 쉽사리 마주칠 수 있다.
실상은 모르겠지만, 필자가 봤을 때 그들은 이제 한껏 외모를 꾸미는 것보다 수수하게 스타일링을 하고 라이프스타일 전반(문학, 예술, 음악 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훨씬 풍요로운 삶이라고 믿는 듯하다.
그런 면에서 “대한민국이 이제 패션의 중심이야!”라고 외치는 것 자체가 어딘가 약간은 촌스러운 느낌도 들곤 한다.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소비의 카테고리가 조금씩 확장될 것이라는 예상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울러 키스 비즈니스에 대해 들여다보자면, 유사한 패션 스타일을 영위하는 카테고리의 근본 있는 브랜드들(스투시, 슈프림, 팔라스)이 차례로 서울에 플래그십스토어를 내면서 이슈몰이를 해왔다.
최근 압구정을 가보면, 이들 대부분은 웨이팅을 하기는커녕, 아주 쾌적하고 한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트래픽이 줄어들었다. 쉐이크쉑버거, 블루보틀커피 등의 오프닝 해프닝으로 대변되었던 한국 특유의 사회적 현상이 이들 브랜드에도 적용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키스 역시 앞으로 한국에서 꾸준한 롱런을 위해서는 대중적으로 빠르게 소비되지 않도록 조금은 천천히 사업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다양하고 트렌디한 컬렉션을 발매하면서 업계 내에서의 관심을 유지하는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미겔 데 세르반테스의 “현재를 살아라. 내일은 없다”는 이야기처럼 우리는 골치 아프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오늘 하루 키스를 쇼핑하면 된다. 티셔츠 기준으로 키스는 다른 브랜드보다 퀄리티나 실루엣 등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자평한다.
사업의 영속성에 대한 고민은 그 브랜드를 끌고 나가는 본사와 수입해서 전개하는 회사의 몫이니, 우리는 즐기면 될 뿐이다.
< 저작권자 ⓒ 어패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