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의 ‘인생이 패션’
최근 들어 러닝이 전국적으로 붐을 일으키고 있다. 예전에는 중년 남성들의 운동으로 여겨지던 러닝이 이제 MZ 세대의 '핫'한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이 현상은 비단 한국만의 이야기가 아닌 듯하다. 호카(HOKA)와 온 러닝(On Running) 같은 브랜드들이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을 보면 러닝의 인기는 세계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다.
러닝은 단순한 로드 러닝을 넘어 트레일 러닝, 울트라 트레일 러닝 등으로 형태를 확장하며 발전하고 있다. 그만큼 그 액티비티를 향유하는 주체들이 다양해지고 그 깊이 역시 깊어졌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그렇다면 왜 MZ 세대는 러닝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 기저에는 자신을 멋지게 보이고 싶은 욕망이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러닝을 통해 건강하고 자기 관리에 철저한 이미지를 구축하며, 소셜 미디어를 통해 이러한 모습을 공유하고자 하는 욕구가 큰 역할을 한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멋진 나’를 보여주고 싶은 열망이 이들을 러닝으로 이끌고 있다. 코로나 시절에 골프가 그러했고, 테니스가 그랬다. 이제 그 바통을 러닝이 물려받은 느낌이다.
하지만 최근의 움직임을 보면 러닝 트렌드 역시 포화되어 가고 있다는 시그널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러닝 전용 의류와 신발 브랜드가 늘어나고, 각종 러닝 모임과 행사들이 급증하는 등 그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러닝에 대한 콘텐츠와 캠페인이 경쟁적으로 쏟아지면서 트렌드가 과열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과열은 오히려 러닝이라는 트렌드의 수명을 단축시킬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런 변화의 순환은 필자 또래의 남성들이 경험했던 ‘이탈리안 맨즈 클래식’이라는 트렌드를 떠올리게 한다. 글로벌하게 봤을 때는 예전부터 있어왔고, 지금도 굳건히 존재하는 하나의 장르다. 한국에서는 15~20년 전쯤에 타임리스 클래식(Timeless Classic: 영원히 변하지 않는 클래식)이라는 용어로 많은 남성을 매료시켰다.
‘변하지 않는 장르’라니. 일 년이 멀다하고 바뀌어 가는 패션업계의 피로감을 상쇄시킬 것 같은 매력적인 캐치프레이즈였다.
이 시기에 다양한 브랜드들이 한국에 소개되었고, 국내의 브랜드들 역시 이런 트렌드를 반영하고 따라갔다.
하지만 언젠가부터는 점차 스트리트 문화가 트렌드를 이어받으며, 중심축을 내주게 됐다. 하나의 메가 트렌드를 따라가는 추세가 강한 대한민국의 특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지만, 다양한 장르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패션 산업의 한층 더 성숙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언제나 그렇듯 트렌드는 영원하지 않다. 러닝이라는 트렌드도 언젠가는 그 자리를 다른 무언가에 넘겨주게 될 것이다.
새로운 트렌드가 탄생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사람들은 언제나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이미지를 꿈꾸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렌드는 순환하고,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늘 새로운 무언가를 맞이하게 된다.
존 맥스웰은 이렇게 말했다. “변화는 피할 수 없지만, 그 변화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러닝 트렌드 이후에도 새로운 흐름이 등장할 것이고, 우리는 그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활용할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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