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의 ‘인생이 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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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도쿄 라포레하라주의 무신사 팝업스토어 |
최근 한국 브랜드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필자 역시 일본, 프랑스, 영국 등과의 네트워크를 통해 다양한 사업적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데, 과거에는 주로 해당 국가들의 브랜드를 한국에 들여오는 데 집중했다면, 최근에는 한국 브랜드를 해외로 수출하거나 진출시키려는 문의와 시도가 부쩍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 실제로, 무신사는 일본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2021년 무신사 재팬을 설립하고 K패션의 글로벌화를 본격화했다. 또 한섬의 시스템 파리, 코오롱스포츠의 일본 시장 진출, 그리고 마뗑킴, 마르디메르크디, 조이그라이슨과 같은 브랜드들이 해외 시장으로 발을 넓히며 한국 브랜드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코오롱스포츠는 일본의 유나이티드 애로우즈와 협업하며 독점 상품 라인을 출시했고, 아카이브 앱크는 태국 센트럴 백화점과 계약을 통해 태국 시장을 공략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사례들은 한국 패션의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변화는 대한민국의 국격 상승을 반영하는 듯해 감개무량하다. 각국의 파트너들에게 한국 브랜드들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물어본 결과, 몇 가지 공통된 의견이 이었다.
먼저, K-팝과 K-컬처의 인기를 빼놓을 수 없다. 방탄소년단, 블랙핑크와 같은 K-팝 스타들뿐만 아니라, 한국 드라마와 영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면서 한국 셀럽들의 인지도와 영향력이 크게 높아졌다. 이러한 한국 문화의 전성기를 활용하려는 해외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한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셀럽들이 착용하거나 사용하는 아이템은 전 세계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되는데, 이는 곧 한국 브랜드들의 글로벌 진출을 견인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또 한국의 젊은 브랜드들이 신선한 감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오래된 선진국 브랜드들은 대개 고령화된 인구 구조에 맞춰져 있어 트렌드에 민감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의 브랜드들은 젊고 힙한 디자인과 감각으로 세련된 이미지를 전달하며, 기존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주고 있다. 이들이 보여주는 에너지와 혁신은 특히 젊은 세대들에게 큰 인기를 끌며, 브랜드의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면만 바라볼 수는 없다. 수면 아래에는 보다 냉정하게 바라봐야 할 실질적인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바로 가격 경쟁력이다. 한국 브랜드들은 높은 품질을 제공하면서도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으로 세계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가격 경쟁력은 브랜드의 이미지와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지나치게 가격에 의존하다 보면, 프리미엄 시장으로의 확장이 어렵거나, 가격 경쟁이 심화되었을 때 쉽게 도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하나의 중요한 요인은 환율이다. 최근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한국 제품이 외국 소비자들에게 더 저렴하게 느껴지고 있다. 이러한 환율 효과는 현재 한국을 ‘가성비 좋은 나라‘로 보이게 만들며 외국인 관광객과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조적인 강점이 아니라 일시적인 경제 상황에 기댄 결과일 뿐이다. 환율 추이가 역전되거나 안정화되었을 때, 한국 브랜드들이 지금과 같은 매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즉, 현재의 호조세는 단단한 기반보다는 변동성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성을 보장할 수 없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작은 변화들이 모여 큰 진보를 만든다”고 했다.
한국 브랜드들이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작은 변화와 발전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일시적인 유행과 외부 요인에 의존하기보다 브랜드 고유의 철학과 가치를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신뢰와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 필요하다. 변화는 종종 불확실성을 동반하지만, 그 과정에서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더 큰 진보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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