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왜’ 사야 하는가, 맹목적 소비의 종말

발행 2025년 07월 06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광의 ‘인생이 패션’

 

 

기후 이변과 환경오염, 미세먼지와 플라스틱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다. 소비자들은 점점 더 똑똑해지고 있으며, 구매 행위에 담긴 가치와 파급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더 많이, 더 자주 소비하는 것이 합리적이던 시대는 지나고 있다. 하나를 사더라도 이유가 분명해야 하는 시대, 가치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돌이켜보면 인간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소비해야 한다는 전제가 정착된 것은 불과 20세기 초반 이후다. 대량생산 체제와 함께 산업사회가 성장하면서 ‘신상품’, ‘신상’, ‘바꿔야 할 이유’는 소비의 미덕처럼 포장되었고, 이는 한 세기 동안 전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엔진이었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는 ‘무언가를 사는 것’보다 ‘왜 사는지’를 묻고 있다. 필요 없는 소비는 줄이고,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것에는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지갑을 여는 방향으로 흐름이 변하고 있다.

 

지난달 필자는 프랑스 브랜드 피레넥스와 홈코어의 26SS 컬렉션 쇼룸을 운영하면서 다양한 업계 관계자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공통된 목소리는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만 관찰해 보면, 이 말이 전부는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러닝 인구는 여전히 늘고 있고, 주요 러닝 브랜드의 신제품은 연일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 캠핑, 하이킹, 자전거 같은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관심도 식지 않고 있다. 소비자들은 여전히 소비하고 있으며, 다만 자신이 ‘가치 있다고 판단한’ 분야에만 집중적으로 소비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문제는 소비가 위축된 게 아니라, 어디에 소비하느냐는 기준이 바뀐 것이다. 브랜드의 입장에서도 단순히 유통에 맞는 물량과 SKU를 구성하는 것을 넘어서야 한다. “이 아이템은 왜 필요한가?”, “소비자의 마음속 어떤 지점과 연결되는가?”에 대한 고민 없이 상품을 구성하는 일은 점점 무의미해지고 있다. 마케팅 이전에, 기획 단계에서부터 소비자의 관점으로 다시 생각해야 하는 시점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대부분의 PFAS(과불화화합물)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발표했다. 이미 프랑스, 독일,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주요 브랜드와 제조사들에게 PFAS 사용 자제를 권고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제품 개발과 유통에 반영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PFAS는 방수 기능과 내오염성을 강화하기 위해 사용되는 화학물질이지만, 분해되지 않고 인체와 환경에 축적되는 ‘영원한 화학물질(Forever Chemicals)’로 분류된다. 지금까지는 기능성과 생산 효율을 이유로 널리 사용됐지만, 그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이제는 브랜드의 윤리적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필자가 취급하는 브랜드이지만 피레넥스의 26SS 컬렉션이 모든 상품을 PFAS Free로 만들어낸 부분이 매우 인상 깊었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썼다는 선언을 넘어, 유럽 현지 규제와 소비자 의식의 흐름을 읽고 미리 대응하려는 움직임이었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방향성과 소비자의 가치 판단이 자연스럽게 맞물리는 지점에서 의미 있는 소비가 발생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제 브랜드는 ‘무엇을’ 파느냐보다, ‘왜’ 그것을 선택했고,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진정성이 없다면 소비자는 외면한다. 소비자의 관심이 가격에서 가치로, 기능에서 철학으로 이동한 지금, 브랜드 역시 단순한 판매자가 아닌, 선택받을 이유를 갖춘 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브랜드 철학의 중요성을 강조한 유명 작가 사이먼 시넥(Simon Sinek)은 이렇게 말했다. “People don’t buy what you do; they buy why you do it.(사람들은 당신이 무엇을 하는지가 아니라, 왜 하는지를 산다.)” 이제 소비자는 그 ‘이유’를 먼저 묻는다. 그 질문에 진심으로 답할 수 있는 브랜드만이 변화한 소비자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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