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대기업의 새 문법, ‘직·간접 투자’로 포트폴리오 키우기

발행 2025년 10월 09일

어패럴뉴스 , appnews@apparelnews.co.kr

이재광의 ‘인생이 패션’

 

 

국내 패션 대기업의 성장 공식을 되짚어 보면 비교적 단순했다. 해외 수입 브랜드를 들여오거나(판권·총판), 내부에서 자체 브랜드를 런칭해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방식이었다. 이는 규모의 경제와 유통망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트렌드의 변동 폭이 커지고 디지털 네이티브 브랜드가 일상적으로 등장하는 환경에서는 의사결정 속도와 실행의 민첩성에서 발목을 잡히기 십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변화는 그래서 더 의미 있다. 전통 대기업들이 외부에서 떠오르는 브랜드에 직·간접 투자로 접근하며 포트폴리오를 유연하게 넓히기 시작했다.

 

대표적 사례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의 ‘포터리’ 투자 참여다. 단기간에 남성복 포트폴리오의 결을 바꾸고 MZ 고객 접점을 넓히려면, 내부에서 유사 라인을 처음부터 키우는 것보다 이미 성장 궤도에 오른 브랜드와 손잡는 편이 더 빠르고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읽힌다. 코오롱FnC의 ‘포스트아카이브팩션(PAF)’에 대한 전략적 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코어 비즈니스(아웃도어·골프 등)에 실험적 디자인과 새로운 팬덤을 연결하려는 시도이자, 외부에서 검증된 역량을 포트폴리오 안으로 연결, 내재화하려는 전략이다.

 

이런 움직임이 바람직하고 효율적이라 보이는 이유는 분명하다.

 

첫째, 대기업 내부의 관료적 보고 체계는 신상품·신브랜드 실험 속도를 늦춘다.

 

둘째, 안정 지향적 인력 구조에서는 실패 허용도가 낮아 과감한 카테고리 실험이 어렵다. 반면 외부 유망 브랜드는 이미 ‘초기 시장 검증(Product–Market Fit)’을 끝냈거나, 최소한 학습 속도가 빠르다. 지분 투자, 합작, 라이선스 등 연결형 투자 구조를 활용하면, 대기업은 시간을 돈으로 단축하고 실패 리스크를 분산하며 학습의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 무엇보다 투자 과정에서 축적되는 ‘무형자산(브랜딩, 팬덤 운영, 디지털 머천다이징, 커뮤니티 그로스, 글로벌 소싱/풀필먼트 노하우)’은 기존 포트폴리오 전반의 체질 개선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성공을 위해서는 체크 리스트가 필요하다. 브랜드 자율성과 거버넌스의 균형(톱다운 통제보다 KPI, 가드레일 중심의 ‘라이트 터치’ 운영), 시너지 사용처의 구체화(생산·유통·CRM·해외 런칭 등 공용 인프라와의 정확한 접점 설계), 학습의 제도화(투자에서 얻은 노하우를 조직의 ‘플레이북’으로 문서화, 전파), 엑시트/팔로우온 경로(옵션 구조, 우선협상권 등 단계적 확대 장치) 등이 그것이다.

 

결국 관건은 다양한 브랜드를 발굴해 내는 혜안과, 각각의 브랜드에 투자해 얻은 무형자산을 기존 포트폴리오와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실행력일 것이다. 투자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배우는 새로운 제품 철학, 가격 전략, 팬덤 운영, 콘텐츠 상업화 모델을 전 사업으로 확장, 적용시켜 내는가가 관건인 것이다.

 

17~18세기 과학자 아이작 뉴턴은 “내가 더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거인들의 어깨 위에 서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정보 수집력, 자본, 그리고 조직적 강점을 최대한 활용해, 더 빠르게 업계 내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해 나가는 것. 그것이 바로 거인들의 어깨 위에서 시작하는 것 아닐까. 대기업 패션의 새 문법은 거인의 어깨를 현명하게 선택하고, 그 위에서 더 먼 지평을 설계하는 일일 것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누구의 어깨에 오를지 고르는 안목과, 그 높이에서 배운 것을 우리 것으로 만드는 역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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